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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인간멀미

노키즈존을 반대합니다

혐오의 문화를 벗어나, 허용의 문화를 꿈꾸며

by 몌별

예쁜 카페를 발견했다. 들어가려고 하는데, '노키즈존'이다.

119274971.1.png?type=w3840 아동출입제한구역 ‘노키즈존’을 나타내는 표식. Flaticon 제공

"엄마, 노키즈존이 뭐예요?"

"영어로 'No'가 뭐야?"

"안돼."

"Kids는?"

"아이들."

"응. Zone은 공간. 영역 이런 의미야. 그래서 아이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곳이야."

"네? 왜요?"

"아...... 그게. "

"어떤 사업장들은 어떤 컨셉이나 의도에 따라 깨질만한 물건도 있고, 조용한 카페를 운영하고 싶은데 아이들은 뛰어놀거나 시끄럽게 할 수 있잖아. 그래서 노키즈존을 운영하기도 하고. 어떤 곳은 아기 엄마들이 아이들을 제지하지 않아서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 수 있어서 애초에 갈등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금지하는 거래."

"나를 거부하는 거 같아요."

"아.... 아니야. 그게 아닌데..."

"난 조용히 책만 읽던지, 게임을 하던지 하잖아요. 케이크도 먹고."

"응. 미안해. 마음이 불편하구나. 너의 잘못이 아니란다."

아이는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공간에 대해 불편한 게 아니라,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표현에 상처를 받은 듯했다.

그런 아이를 보자니 많은 생각이 들었다.

출산율 1%도 되지 않아 나라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온갖 정책들과 노력들을 하고 있으면서,

정작 아이들에 대한 혐오 표현, 혐오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 걸까?

사업자 마음일 수 있다. 아이들이 아닌, 성숙한 어른들만 들어오라고 선택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에게 'No!'라고 거부할 것이 아니라,

'18세 이상 출입가능'이라는 직접적인 표현을 쓰는 게 낮지 않을까?

'노키즈(No Kids)'라며 한 집단에 대한 혐오와 거부의 표현을 우리는 왜 아무렇지도 않게 허용해 주는 것일까?

아이들을 제지하는 않는 부모들이 문제라면, (상식 수준이 다를 수 있기에)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출입이 금지되거나 몇 번의 경고 끝에는 이용이 불가하다고 알려주는 알림판이나 캠페인은 할 수 없었을까?

내가 갓난아이를 데리고 다닐 시절에는 '맘충이'라는 표현이 만연했다. 아이를 데리고 카페만 가더라도 눈치를 보게 되고 더 조심했던 것 같다.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 부모들의 잘못된 행동들을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그런 표현들이 그러한 혐오적인 집단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실제 남편 회사에서 결혼을 해도 아이를 일부러 갖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은데 자신들의 자유로운 삶을 위해서도 그렇지만, 애 낳아서 뭐가 좋냐, 돈은 돈대로 들고, 힘도 들고, 맘충이란 소리 들어가며 이상한 사람 될 바에야 내 커리어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얘기한단 소리를 듣고 한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은 절대적으로 없애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이를 낳은 여성들에 대해 '잠재적 맘충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아이들을 '시끄럽고 요란을 피울 집단'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임산부배려석을 '우리 땐 그런 거 없었는데'라는 시선으로 아니꼽게 바라보고,

식당에 온 '아기'를 바라보며 엄마가 집에서 먹지 굳이 외식을 하냐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육아휴직에 들어가면 회사에서 민폐 끼치는 사람인 것처럼 바라보면서

어떻게, 무엇을 믿고, 나라를 위해, 대한민국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애를 낳을 것인가?

내가 애를 낳자마자 아이도, 나도, 혐오집단으로 들어서게 될 텐데,

굳이 그런 선택을 왜 해야 하는 걸까?

마음 편히 아이를 낳고, 아이를 낳아도 내가 좋아하던 식당에서 맛있는 밥을 편히 먹을 수 있고,

임산부 배려공간으로 마음 편히 앉아서 대중교통도 이용하고,

만삭이어도 임산부 배려 주차공간으로 배가 걸리지 않아 내릴 수 있고,

식당에서, 카페에서 아이가 좀 울 때 '따가운 시선'보다 '괜찮아요. 달래주세요.'라는 시선을 보내며 아이가 차분해지게 부모의 대처를 기다려주고,

모두가 '잠재적 육아휴직자'이니 서로 배려해 가며 '육아휴직'을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고,

'노키즈존'보다 '18세 이상 이용가능'이라고 하며 아이들에게 나이가 들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임을 알려주며 나이가 찰 때까지 기다려야 된다는 기대감을 키워주며,

그렇게 사회가 아이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잘못된 혐오표현들을 바르게 정정하고,

임산부나 부모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들이 모여질 때,

출산에 대한 거부감이 그나마 덜해지지 않을까?

나와 다르다고, 나의 집단이 아니라고, 다수의 집단이 아니라고 해서,

한 집단을 혐오적으로 표현하고 바라보는 시각은 옳지 않다.

노키즈존이라는 '표현'을 반대한다. 혐오의 문화를 반대한다.

혐오가 아닌 '허용'의 문화로 바꿔나가 보면 어떨까?


'18세 이상 출입가능'으로 18세 이상이 되어야 허용되는 출입.
'아이를 잘 돌보는 부모 출입가능'으로 아이에 대한 책임감을 요구하며 응할 때 허용되는 출입.
육아휴직에 들어갈 때 따뜻한 시선과 응원이 허용되는 기업.
몌별, <허용의 문화를 꿈꾸며>



그런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할 때 마음 편하게 아이를 가져볼까?라는 생각이라도 가져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지혜롭게, 몌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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