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라맘 끌레어 Oct 17. 2022

아이 생일파티에 진심인 나라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답게 생일파티에 진심인 나라, 영국이었다.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는지 못 받는지, 초대를 했는데 몇 명이 오는지, 초대장, 생일선물과 구디백(와줘서 고맙다는 인사의 선물)은 어떤 것으로 줘야 할지 등 생일과 관련된 모든 것을 신경 써야 하는 분위기였다.

좌: 구디백 우: 생일카드 초대장 (한 명 씩 이름을 써서 전해주었다.)


보통 장소는 집, 커뮤니티 홀(음식 준비와 사회자 초빙은 별도) 그리고 전문시설(키즈카페, 킥복싱, 트램펄린, 요리, 도자기 같은 체험)에서 주로 했다.

참석 가능한 인원수를 알아야 장소 대여부터 음식 규모를 알 수 있기에 생일파티 3-4주 전에는 초대장을 돌리고 RSVP라고 써서 답장해달라고 적는다. (여기서 RSVP는 프랑스어 “répondez s'il vous plaît"에서 온 단어의 약자이고, 답장해주세요(Please respond)의 의미이다.)

초대장을 받으면 참석여부에 관한 답장은 가능한 한 빨리, 생일 선물 속 카드의 유무는 정성스럽게 해야 하는 게 기본 매너. 생일 선물은 보통 10-20파운드 정도(15,000원-30,000원)를 주고받는다.

'메리포핀스'를 컨셉으로 집에서 했던 생일파티
의외로 인기가 제일 많았던 킥복싱
반죽부터 시작해 토핑까지 얹어 만든 피자를 집에 갖고 가게 해 줘서 더 좋았다. '다음번에는 여기'로 생각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되었다.

예비초등(리셉션)에 입학하자마자 생일 초대를 많이 받았던 엘라는 본인의 생일을 손꼽아 기다렸고 ‘우리에게 최선의 장소는 어딜까?’ 두고 고민했다. 다양한 친구들의 생일파티도 가 보고, 조언도 들은 결과 수영장이 보이는 카페로 정했다. 이유는 음식을 카페에서 준비해주는데, 맛이 괜찮았기에. 또한 사회자 초빙을 해서 게임과 댄스 같은 시끄러운 분위기보다 실내놀이터 전체를 대여하는 게 우리 성향에 맞았기 때문에다.

무엇보다 영국은 한국에 비해 형편없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기본으로 깔아야 하기 때문에 매니저의 일처리 방식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다. 마침 유치원 때 생일파티를 했던 J의 엄마가 '거기 매니저 일 잘했고, 모든 게 만족스러웠어요.'라는 후기를 들려주었다. 그래서 선택했고, 약속 장소로 갔다. J의 엄마 말로는 폴란드 출신의 백인이라고 들었는데 카페에는 인도인이 있었다.


우리가 궁금했던 질문은 다음과 같았다.

-카페로 운영되기 곳이기에 몇 시부터 와서 준비할 수 있는지 몇 시까지 비워줘야 하는지

-최소 초대 인원은 몇 명인지

-식이제한(dietary restriction, 알레르기 혹은 종교적인 이유) 메뉴가 가능한지

-페이스 페인팅 아티스트를 부르려고 하는데 가능한지 등

 

우: 페이스 페인팅 본인 차례를 기다리던 아이들

구체적인 질문을 적어가서 물어보는데 뿌루퉁한 표정과 성난 족제비 같은 행동을 한다. 한마디로 우리를 무시하는 중이다. 그제야 ‘질문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없고, 여기서 생일 파티하기 힘들겠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러던 찰나 엘라파가 ‘엘라 데리고 잠깐 나가 있다 전화하면 들어올래?’라고 한다.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 들어왔는데 그 여자 행동이 180도 바뀌었다.


“아이가 너무 예쁘게 생겼네. 오렌지 혹은 사과주스 뭘 줄까? 커피 아니면 음료 뭐 마실래?”

그리고는 케이크와 마실 것을 챙겨 나오며 생일파티와 관련된 꿀 정보를 우리에게 준다.


“5분 정도밖에 있었던 게 전부인데 그동안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무슨 일이 있었길래 행동이 저렇게 바뀔 수 있는 거지?"

“인도, 파키스탄 이민 2세대들이 강자에게 약하게, 약자에게 강한 사람들이 많더라고. 약자처럼 보였다가는 질질 끌려가는 법. 세게 말한 게 전부야.”


약약강강(약자에게 약하게 강자에게 강하게) 모르는 강약약강(강자에게 약하게 약자에게 강하게)이었던 매니저. ('인도 이민 2세대들은 이렇다'라고 일반화시키지말기. 개인의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를 무시하다 5 사이에 이렇게 대우가 틀려지다니. 이후 우리에게 하는 칭찬은 진심 1  들어간, 비위 맞춰주는 느낌만 들 뿐이었다.


영국에 처음 정착했을 때 들은 영국인들의 인도인 차별 언사는 사실 너무 참혹해 언급하기가 주저될 정도다. 이런 문답도 있다. ‘산길을 가다가 인도인과 뱀을 만났을 때 누구를 먼저 죽여야 하나?’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인도인을 먼저 죽여라(Kill the Indian first)’다. 이 답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인도인이 그만큼 위험하다는 뜻과 함께 인도인이 뱀보다 더 교활해서 먼저 죽여야 안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인도 식민지 시절에 나온 것이지만 그만큼 인도인을 비하, 차별하는 언사다. 사실 인도인으로서는 식민지 시절 영국인의 압제로부터 살아남으려면 영리하고 약삭빠르게 행동해야 했다. 이런 인도인의 처세술을 비아냥거리는 영국인들의 악평이 만들어낸 말이다.

출처: 권석하 "인종차별 금지 영국 교실에서 한국 동요가..." 주간조선. 2020년 6월 25일 http://weekly.chosun.com/news/articleView.html?idxno=15866


인도 외무부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고 했다. “유럽이 200년간 식민 지배를 하면서 빼앗아 간 돈이 45조 달러다.” 결론은 무슨 이야기냐면 인도가 가난한 것은 모든 게 영국 탓이다.

출처: 삼프로TV "유럽이 인도에서 6경원을 뺏었다? 강성용의 남아시아 인사이드 1화" 유튜브. 2022년 6월 4일 https://www.youtube.com/watch?v=h18HClyW_Tc


'함부로 내가 겪어보지 못한 그 사람 나름대로 삶의 방식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 인도가 가난한 이유를 알게 되면 한국에서 태어난 게 감사한 순간이 온다.


항상 좋은 사람은 없다.
항상 나쁜 사람도 없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사이 어딘가에 있다.

꼭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나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우린 그 중간 어딘가에서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 같다.

출처: 패트릭 네스 [몬스터콜스] 홍한별 역 (웅진주니어, 2012)

결국 (어떤 나라, 어떤 민족으로 살던)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관용과 너그러운 마음만이 필요할 . 우린 좋은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닌  중간 어딘가에서 살아가는 현실적인 사람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영국살이를 통해 배운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