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의 육아 힐링송

좌충우돌, 미국맘 성장기 (13)

by 마이 엘리뷰
* 읽기 전 주의 ; 이 글에 제시된 육아 힐링송은 현재 육아를 하지않는 사람도 '힐링'효과를 충분히 마주할 수 있으니, 이점 인지하시길 바랍니다


코로나 시국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3월 초엽 이후, 다소 쉬워진 것들 중 하나는 바로 '산책'. 피크닉 가듯이 요란하게 예쁜 아이템을 챙길 필요도 없다. 어차피 멀리 나갈만한 곳이 없어서 그냥 '집앞'만 산책할 거니까. 얼굴에 썬크림 위에 가벼운 화장을 덧씌우는 것도 부질 없다. 어차피 마스크로 꽉꽉 막아버릴테니까. 미국에서의 산책 아이템은 5가지. 집 열쇠 (미국 대부분의 공간들은 아직도 '열쇠'를 쓴다), 그리고 핸드폰과 블루투스 이어폰. 마스크와 가볍게 읽을 책 한 권. 요렇게 다섯 가지만 손에 쥐고 집문밖을 나선다. 핸드폰에 뜬 날씨정보 앱을 쓱 확인하니, 오늘 보스턴의 한낮 최고기온은 20도. 일요일 한낮이 이렇게 지나가버리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지! 얼른 나서야지! 아들은 잠시 아빠와 단둘이 놀 시간을 갖게 하고, 난 잠깐의 일요일 산책. “아들 아빠랑 잘 놀고 있어!”


아들, 엄마 얼른 산책 다녀와서 꼭 안아줄게


'바스락 바스락'

운동화와 풀이 맞닿는 소리는 한결같이 '힐링' 효과를 낸다. 걸을 때마다 명랑하게 울려퍼지던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가 하루를 좀 더 또랑또랑하게 살 수 있는 기분 '업' 효과를 쥐어준다면, 늦은 오후 햇살의 힘에 나른하게 누워버린 풀들을 다시한번 꾸욱 꾹 눌러주는 운동화의 반복 에너지. 차분해진 기분에 누군가의 토닥임이 억지스럽지 않게 소통의 물꼬를 트려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여기에다가 요즘같은 계절의 결과 잘 맞을 음악 7곡을 얹어두면 약 30분 완벽한 산책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초기 육아에 지친 엄마의 마음, 서서히 여름날로 접어드는 날씨에 쉽게 지치곤 하던 마음들을 상쾌하게 어루만질 수 있다. 단 육아 중이 아닌 사람도 힐링효과를 마주할 수 있음 주의!

페퍼톤스 (vocal. 유희열) - 여름날
Jamiroqui - Seven days in sunny June
치즈 - 어떻게 생각해
포레스코 - 보통날
바닐라어쿠스틱 - 달라보여
안녕하신가영 - 지금이 우리의 전부
Westlife - Uptown girl
바스락 바스락, 풀소리 새기며. 반짝반짝, 햇살 내음 맡으며.


#1. 페퍼톤스 (vocal. 유희열) - 여름날

이 노래는 한여름보다는 초여름이다. 도입부 연주가 시작되기만 하면 연두빛 잎사귀가 늘 머릿가에 아른거린다. 살짝 더운 듯한 느낌이 들 때 이곡을 틀어두면 답답하게 느껴지던 공기마저 뻥 뚫리는 느낌이 든다. 요즘처럼 마스크 필수 착용해야하는 시기에 필수템. 만약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려고 자동차에 딱 올라탄 순간이라면 난 무조건 이 노래를 출발을 위한 워밍업 송으로 선택하겠다. 6월엔 무조건 이 노래가 첫 곡. 아! 부작용 하나. 동네한바퀴 산책을 위해 틀어둔 노래인데 자꾸 어디론가 멀리 뛰어가고 싶어짐 주의! 이 노래 들으며 달리면 100미터도 18초 안쪽으로 뛸 수 있을 것만 같잖아. 그만큼 들을 때마다 몇 배씩 청량해지는 노래. 달려도 달려도 땀 한방울 안 흘릴 것 같은, 흐른 땀 다 상쾌하게 즉시 말려줄 것 같은 노래. (실제로 100미터는 22초에 뛰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2. Jamiroqui - Seven days in sunny June

노래에 6월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있거나, June이 적혀있다면 그 곡은 꼭 그 달에 들으라는 소리. 타이밍 놓치면 너무 아깝다. 이 노래 역시 June에 들어줘야함이 마땅하 도리라는 걸 기억하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OST로도 쓰였다. 주인공 역을 맡은 앤 해서웨이가 편집장의 심부름을 하기 위해 늦은 밤 클럽에 들어섰을 때 나오는 배경음악이기도. 춤은 못추지만 여름공기의 흐름에 내 정신을 몽땅 맡겨두고 몸을 살랑살랑 흔들고 싶어지는 곡. 정확한 시간대를 고려해보자면, 한낮보다는 해질무렵이 더 어울린다. 해가 늦게 저무는 요즘같은 때 오후 6시 35분쯤, 길에서 흔하게 마주하는 나무 곁을 스치면서 이 노래 틀어두기. 흔하디 흔한 풍경도 뮤직비디오에 나올 법한 멋드러진 하나의'Scene'이 되는 느낌이다.


육아의 모든 순간, 그 속에서 잠깐의 산책 힐링 누리기. 대단할 것도 없는 장소, 소소한 동네 한 바퀴에 노래 일곱곡 얹어서 치유의 걷기.


#3. 치즈 (CHEEZE) - 어떻게 생각해

남편과 한창 연애하던 시절, 참 밝고 환했던 봄과 여름 사이의 어떤 날에 뮤직페스티벌 (일명, 뷰.민.라. Beautiful Mint Life)에 가서 들었던 노래. 덕분에 이 노래 전주만 울려퍼져도 초록초록한 공원에 앉아 있던 풍경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맑은 호숫가를 배경삼은 무대에서 이 노래 한 소절, 한 소절마다 참 행복한 표정을 얹어 부르던 뮤지션의 얼굴도 아른아른. 이래서 첫 노래를 어디서 어떻게 접했는지가 첫사랑만큼이나 중요하다. 첫 순간이 '행복'했던 덕분에 이 노래를 틀어둘 때마다 '행복'해지는 듯한 효과가 더해지니까. 비슷한 감성을 이어서 즐기고 싶다면 같은 뮤지션의 Be there, Madeleine love도 이어듣기를.


#4. 포레스코(Foresko) - 보통날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숨 한번 크게 쉬기.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놀리면서 공기 들이 마쉬기. 이런 동작 밑에 이 노래가 은은하게 젖어드는 느낌이란! 제목은 보통날이지만 제법 특별한 순간이 완성된다. 우리나라 인디음악의 매력 중 하나겠지만, 가사를 한 마디 한 마디 곱씹어보는 재미도 있다. 소소한 일상을 꾸밈없이 그대로 담아낸 담백함. '아기'라는 가장 특별한 존재와 변화없는 평범한 날들을 이어가던 출산 직후, 이 '보통날' 노래가 그렇게 와닿았더랬다. (갓 육아를 시작한 초보엄마에게는 밤수유 힐링쏭이라고 별칭 붙여서 선물하고 싶어라).


힐링쏭과 함께한다면 보통날도 특별한 순간이 되고마는 마법.


그랬던 이 노래를 따사로운 초여름날의 햇살 마음껏 받으며 들어보기. 온몸을 햇살에 맡기고 보통날을 만끽해보자. 소심한 오빠들에서 활약했던 승호 씨가 솔로활동을 시작하면서 진행한 '가벼운 투정' 작업 중 하나. 담담하게 풀어나가는 노래 속에 '유쾌해지는' 포인트가 살짝 살짝 숨어있다. 너무 확 달아오르지도, 너무 긴장감없이 늘어지지도 않는 이 노래 역시 뜨거운 한 여름이라기보다 제법 더워질랑말랑한, 더위와 한창 썸타고 있을 법한 6월의 감성과 닮았다. 당장 재생 고고.


#5. 바닐라어쿠스틱 - 달라보여

통통 튀는 리듬감이 산책의 리듬을 돕는다. 20분 가량 걸어서 발걸음이 제법 느려지고 지루해질 때쯤 이노래는 정말이지 산뜻하다. 바닐라어쿠스틱의 좋아했던 노래들 대부분이 '통통튀는', '발랄한', '산뜻한'이라는 형용사들과 연결된다. 이 노래는 5년 전쯤 폭 빠져서 봤었던 tvn드라마 '풍선껌'의 OST이기도 했다. 이 노래를 틀어두고 걷자니, 한 걸음 한 걸음마다 남녀 주인공이 썸타던 장면들이 포실포실 떠오르는 것만 같다. 아! 간지러워. 마치 남편과 썸타던 예전의 순간들도 덩달아 오버랩되는 것 같기도 하고. 지금 일상의 순간에서 흔히 만끽하는 감정이 아니라서(?) 노래 틀어두고 회상이라도 잔뜩해보고 집으로 들어가야지.


#6. 안녕하신가영 - 지금이 우리의 전부

이 노래가 더 더 더 발랄하고 경쾌하게 느껴진 건 모두 '안녕하신가영' 탓이다! 자꾸만 들으면서 재밌게 느껴지는 것도 모두 뮤지션 탓! 언제였었지? 안녕하신가영이 본인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직접 이 노래를 틀어두고 집에서 게임을 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올렸던 포스트를 본 적이 있다. 그냥 들어도 폴짝폴짝 뛰어다니고 싶어지는 이 노래인데 게임을 하면서 '씬나게' 한 판 한 판 미션을 깨는 장면이 같이 겹쳐지니 그야말로 상쾌+통쾌함이 같이 더해져서 후련해지는 감정까지 들었다. 그 이후로 자꾸만 이 노래를 재생만 했다하면 나 역시 그 어떤 게임미션을 완료하는 듯한 효과가 입혀진 것. 공식 뮤직비디오도 전혀 아니었지만, 그 어떤 뮤직비디오를 감상한 것마냥 자꾸 아른거리는 게임영상. 발랄경쾌한 느낌에 '신남' + '후련함'의 감성까지 덧입고 싶다면 이 노래 강추.


엄마, 산책이 너무 좋다고 내가 안 보고싶은 건 아니겠죠?


#7. Westlife - Uptown girl

앞에서 추천했던 Seven days in sunny June에 이어서 이번 플레이리스트 속의 두 번째 팝송. 그리고 플레이리스트를 마무리짓는 마지막 쏭. 이 노래가 재생될 때쯤이면 벌써 25분이나 스르륵 흘러있다. 언제까지고 '자유부인' 놀이를 만끽할 수는 없는 일.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기보러 들어가야지! 그러려면 마지막 순간 아낌없이 흥겨워진 다음 이 산책을 마무리지어야만 한다. Westlife의 버전으로 이 노래 틀어두고 두발을 좀 더 통통 튕기듯이 걸어보기. 실제로 중학교 2학년 때 즐겨듣던 노래여서일까. 덩달아 그 때 풋풋했던 순간들에 빠져드는 느낌이라서 20년 전으로 가는 타임머신 타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이 얼마나 감격스럽지 아니한가. 열 다섯 소녀감성 느끼면서 산책 마무리.


아기와 남편이 있는 공간으로 어서 내 몸을 들이고 싶으면서도, 내내 이 산책이 끝나지 않아도 좋을 것만 같은 오묘한 감정을 꼭 쥔 채 '산책 종료'. 89% 정도만 만족스러움을 껴안은 채 오늘의 동네 한 바퀴 돌기 끝. 이렇게 마무리 해야 아쉬운 11%의 마음을 다음 산책을 위해 '설렘'으로 저장 꾹 해둘 수 있겠지? 앗, 그런데 일곱 곡이 빚어낸 힐링 30분은 너무도 아련아련 그리워지려고 하잖아? 그래도 괜찮아. 육아 힐링송은 자꾸자꾸 들어도 닳지 않을테니.


산책하다가 마주한 또다른 자유 부인. 반갑다 오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