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좋아합니다.
물론 걷기도 좋아합니다.
40이 넘어가며 달리기보다는 걷기 쪽에 힘이 실리네요.
인정하기 싫지만 체력이 딸리는게 사실.
예전엔 달리면서, 온몸의 근육을 긴장시키며, 나 잘났다.. 하는 기분으로 달렸다면, 요즘은, 주로 주변을 둘러보며 걷습니다.
그래도, 천천히 느릿느릿 걷는 건 성격이 급한 나와는 잘 안 맞아서, 빠른 걸음으로, 달리기도 아니고 걷기도 아닌…..
아 ….
이게 바로 아줌마들의 파워워킹 이군요.
파워워킹=아줌마
나=파워워킹
고로 , 나 =아줌마.
갑자기 현타 옵니다.
오늘 아침에도 눈을 뜨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걷뛰 하러 나갔습니다.
오늘 아침 걷뛰는, 갑자기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 졌어요.
그래서 매일 가던 코스의 완전 반대 방향으로 , 그냥 가봤어요.
원래 가는 곳은,
강 따라서 산책하기 너무 좋은 곳이었는데,
오늘은,
발길 가는 데로, 걷다 보니 차가 많이 다니는 큰 도로가 나와서 실망했습니다.
아니 왜, 좋은 길 놔두고 여기서 이러고 있지. 이러다가 집에 가는 길 잃어버리는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나에겐 믿을만한 구글맵이 있으니, “길 잃으면 데이타좀 쓰지뭐”. 하니 맘이 편해졌어요.
“매번 가던 길 말고. 그냥 오늘은 여행 간다 생각하자”
라고 , 합리화하며, 밑도 끝도 없이 그냥 걸었네요.
계속 걷다 보니, 지하도가 있길래 어두 컴컴한 그 다리 밑을 지나가니, 마치 다른 세상인듯,
내 눈앞에 쫙 펼쳐진 단정한 운하.
그렇게 오늘은 너무 좋은 운하를 발견하게 됐어요.
사실, 어젯밤에
학교도 안 가는 내일은, 뭐 할까 고민하면서 오타와 관광명소를 찾아보던 중, 세계 유산으로 지정된 “리도 운하”를 봤었고,
언젠가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웬 떡!
운동도 하고, 관광도 하고. 일타쌍피.
와보고 싶던 새로운 곳에 오니, 아줌마표 파워워킹보다는 찬찬히 걸으며 주변도 둘러보고,
내가 있는 자리를 충분히 누리는 아침이어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인생도 그렇죠.
때로는, 늘 가던 길이 아닌,
내가 가보지 않은 길을 그냥 한번 걸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은 거 같아요.
내 마음이 끌린다면요.
한 치 앞을 모르지만, 왠지 내 마음이 끌리는 그곳을 걷고 싶을 때,
내 인생에도 믿을 만한 지도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잠시 길을 잃어도, 금세
다시 가야 할 길을 찾을 수 있으니까요.
나의 믿을 만한 지도는 무엇인지 생각해봤습니다.
나의 마음은 끌리지만, 그게 옳은 길인지 잘못된 길인지 알 수 없을 때,
그래서 늘 가던 길로만 매번 다람쥐 쳇바퀴 돌듯 걷고 있을 때,
“조금 틀려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가다가 아니면 다시 오면 되지 뭐. 우린 널 응원해”
라고 말해주는 누군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 주고 사랑해주는 그 마음.
저는 이것이 나의 삶의 지도가 아닌가 생각해봤어요.
나를 향한 그런 마음이 어디에도 없다면,
내가 나에게 삶의 지도가 돼주면 되죠.
그 지도를 펼쳐두고, 한발 한발 걸으면서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 가는 게 인생이지 않을까요?
그러다 문득,
나에게 지도가 되어준 이들에게 감사했고,
또한 나도 누군가의 삶의 지도로 살아가야겠다. 다짐을 해본 아침입니다.
여러분은,
여러분의 인생에, 믿을 만한 지도 하나쯤 갖고 계신가요?
갖고 있다면, 이제 걱정하지 마시고 힘차게 걸어가세요.
만약, 운이 없어서 그런 지도가 없다면,
이제부터 내가 나의 지도가 돼주는 겁니다!
“괜찮아. 길을 잃어도 돼! 잠시 방황해도 돼! 다시 돌아가면 되지 뭐. 난 너를 응원해!
그러니, 머뭇거리지 말고 힘내서 걸어가! “라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