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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Jan 10. 2020

결혼까지 생각했어

1-1.매일 소설쓰는 사람들, 펀드매니저

결혼하면 퇴사.


대표님은 농담삼아 이런 규정이 회사내규에 있다고 하셨는데 찾아보지 않았다. 진짜 있을거 같아서 말이다.


(구직공고에서 매번 보던 그놈의 회사내규.)



어느날 대표님은 티비를 보셨다고 한다. 물론 공부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어떤 프로그램에서 나름 이름있는 펀드매니저들이 나와서 시장상황과 투자철학 등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고 한다.


주식 한다는 사람들을 보면 고집이 강하고 의견을 굽히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다. 주가흐름에도 일희일비 하지않고 자기철학을 고수할수 있는 고집스러움 때문인거 같다.


티비속 펀드매니저들도 나름 유명한 사람들인 만큼 다들 자기 주장이 강했다고 한다. 누구든 말 한마디 하면 다들 달려들어서 반박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티비 프로그램이 끝나갈 무렵 사회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고 한다.


펀드매니저를 꿈꾸는 젊은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결혼을 하지 마세요.


그 말에 그렇게 고집스러웠던 사람들이 처음으로 하나가 되어 고개를 끄덕끄덕 했더란다.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정말 딱 두 부류로 나뉜다. 결혼을 적극 추천하는 부류와 결혼을 결사 반대하는 부류이다. 대표님 친구분인 박대표님은 결혼을 적극 추천하는 분이다. 빨리 결혼하라고 말씀하시곤 한다. 이를 두고 대표님은 저 말에는 너도 당해봐라 라는 말이 숨겨져 있다며 결혼을 결사 반대하신다. 


아무런 생각이 없는 나를 사이에 두고 두분이서 열띤 토론을 펼치실 동안 어째서 결혼을 안하면 훌륭한 펀드매니저가 될 수 있는 것인가 고민해봤다. 아마도 그만큼 열심히 공부하라는 뜻인거 같다.


그런데 내가 경험한 공부는 참 즐거운 것이었다. 가끔은 내가 이렇게 공부를 좋아했나 싶어지기도 했다. 영화보는 것, 게임하는 것,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모두 공부이니 말이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한국, 중국, 일본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에 해외출장이 많고 공부의 범위도 정말 넓다.


처음 일본으로 출장 갔을 때 기업탐방을 하루에 두세곳씩 갔기 때문에 몸은 힘들었다. 하지만 저녁에 일본 스시와 맥주 한잔을 할 수 있었다. 일본에는 여러 스시체인점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맛을 비교해 볼 수 있었다. 정말 공부가 많이 되었다. 도쿄 디즈니랜드도 상장되어있는데 차마 가보지는 못했다.


지금 시각 저녁 9시. 1시간만 더 공부하고 가자는 대표님 말씀에 저는 공부가 참 좋습니다 라고 웃으며 답했다.


이렇게 계속 공부만 하다보면 시간이 없어진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있던 애인도 떠나게 되나 보다. 실제로 다른 업종에 있다가 주식하고 싶다고 이 업으로 오는 사람들을 보면 애인의 갑작스러운 이별통보에 당황한다. 절대로 내 얘기는 아니다. 다른 회사 친구는 어느날 갑자기 이별통보를 받고 괴로워했다. 원인을 아직도 모르겠다고 한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내 얘기는 절대 아니다.


저는 평생 결혼도 못하고 살아야 하는 겁니까 라는 질문에 대표님은 돈을 많이 벌면 그땐 해도 된다고 대답하셨다. 근데 돈은 중요하지 않은거 아닙니까 되묻자 그러니까 결혼을 안 하면 된다고 하셨다.


열심히 공부하고 돈이 중요하지 않은 경지에 오르면, 돈은 자연스럽게 많이 벌릴 것이고, 그 정도 되면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어지고, 결혼생활도 잘 할 수 있는건가 싶지만, 어느 세월에 라고 반박하지 않았다.


대표님 개인의 결혼관련 얘기는 프라이버시 차원에서 나는 모르는걸로 한다.


엄마, 이번 생에 결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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