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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Jan 08. 2020

소설쓰는 펀드매니저

1-1. 매일 소설쓰는 사람들, 펀드매니저

소설쓰고 앉아있네.


10년전 대표님은 앞으로 천원짜리 화장품이 잘 팔릴거라고 얘기하고 다니셨다고 한다. 그리고 친구들 소설쓰고 있다며 답했다.


지금이야 로드샵도 많고 저가 화장품도 많지당시에는 화장품은 일종의 사치재와 같아 고가 화장품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대형 화장품 회사들에 기업탐방을 가보면 저가 제품에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가격을 낮추면 브랜드 이미지가 망가진다며 저가 제품을 만들 생각이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지금은 미샤로 유명한 에이블씨엔씨라는 회사는 평범했던 직장인이 창업하여 만든 회사이다. 초창기 천원샵을 오픈했고 이후 저가 화장품 시장을 형성했다. 이를 본 대표님네 팀은 초기 투자에 성공했고 이 주식은 10배 오른 주식 중 하나가 되었다.


어느날 그때의 팀이 모이는 자리에 낄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대표님의 동료이자 스승이었던 김부장님을 만날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듣기로 김부장님은 처음 본 사람한테 너는 주식하면 안돼 라고 서슴없이 말할 정도로 독설가라는 얘기도 있었다. 반면 얘는 천재네 라고 딱 보고 바로 말하기도 한다는, 그냥 판단이 빠르고 솔직한 사람이라고 했다.


너는 주식하면 안된다는 얘기를 들으면 걱정하면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나에게 큰 관심은 없으셨고 바로 투자관련 얘기를 하셨다.


투자란 결국 소설쓰는 일이야, 다만 가장 그럴싸하게 미래를 그릴뿐인 거지.


이 말을 하시고 김부장님은 다른 주제로 넘어가셨다. 인건비에 관한 얘기였던거 같은데 나는 왜 투자가 소설쓰는 일인지 생각하다가 놓치고 말았다.


초등학생용 지식백과사전에 따르면 투자란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돈을 대거나 시간이나 정성을 쏟는 것"을 말한다.

(다음에서 검색한 초등학생 학습용어사전이다, 요즘 대표님과 헬스를 끊었다.)

세상에는 다양한 투자가 있다. 주식투자, 부동산투자, 외환투자 등 말이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헌신 또한 투자의 일종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얻기위해 행하는 노력도 말이다. 이러한 모든 투자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담겨 있다는 점이다. 자녀가 미래에 건강하게 자라고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바라는 생각,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 튼튼 마음 튼튼이 되겠다는 미래에 대한 생각 말이다.


초등학생용 지식백과사전에서는 소설을 "현실에 있음직한 이야기를 상상해서 꾸며 쓴 글"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럴듯하게 라는 말이 눈에 띈다.)


그렇다면 소설은 어떤식으로 써야할까.


큰 줄기만큼은 맞춰야 하지.


다른 주제로 넘어갔던 김부장님이 다시 투자는 소설쓰기라는 주제로 돌아오셨다.


저가 화장품의 경우 학생들까지 화장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가성비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그래서 저가 화장품이 늘어날 것이라는 얘긴데 그럴듯해 보인다.


소설을 쓰기위해 직접 주인공의 직업이나 배경이 되는 업을 체험한다는 말도 들어본거 같다. 투자도 마찬가지여서 투자대상 산업에 종사해본 경험이 있으면 이야기가 보다 논리적이고 현실적으로 그려질 것이다.


기업탐방을 자주 다니는 것도 같은 맥락 같다. 대표님은 저가 화장품 투자를 위해 당시 창업자를 종종 만나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창업자가 그리는 미래가 나와 같은지 계속해서 확인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설쓰는 사람들은 그걸 누군가한테 보여주게 된다. 펀드매니저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김부장님도 자신의 논리나 그림이 맞는 것인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수정하기 위해서 사람들한테 많이 들려줘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펀드매니저는 말이 많아지는 건가 싶다. 그리는 미래가 많고 쓰고있는 소설이 많을수록 이야기 보따리를 끊임없이 풀게 되는 것이다.


아직 쓰고 있는 소설이 얼마 없는 나는 대표님의 소설을 열심히 듣고 있다.


엄마, 나도 말이 많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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