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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Jan 06. 2020

스승이 누구니

1-1. 매일 소설쓰는 사람들, 펀드매니저

이미 봤던 컨텐츠를 종종 다시 보곤 한다. 


영화, 애니메이션, 만화책 할것 없이 말이다. 명작들은 볼때마다 새롭고, 느끼는 바도 달라진다. 어린왕자 같은 예전 동화를 어른이 되서 다시 읽고 아, 나는 아직 어른이 덜 되었나보다 라든지, 이런 오그라드는 생각을 하는 것도 재밌다. 슬램덩크 만화책을 다시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는 것도 참 좋다.


곧 스타워즈 신작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1편부터 다시 몰아보기를 시전했다. 장장 12시간 넘는 시간을 공부한 꼴이다. 어릴 때는 그냥 총쏘고 비행기가 날라다니는게 재밌었고 몇년 전에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재밌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다른 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제다이의 도제식 교육시스템이었다.


(포스가 당신과 함께 하길, 개인적으로 4화~6화, 1화~3화 순서가 좋은거 같다.)


제다이는 스타워즈 세계관에 등장하는 전사이자 학자 집단이다. 이들은 도제식 교육으로 후세를 양성한다. 스승 1인과 제자 1인 이라는 틀에서 스승은 제자를 키우고 그 제자가 다시 스승이 되어 제자를 키운다.


우리보다 더 높은 곳으로 나아갈 것이며, 그것이 모든 제다이 마스터의 숙명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8에서 마스터 요다가 남긴 말이다. 영화에서는 스승과 제자 간에 겪는 갈등도 종종 등장하고 제자육성에 실패하는 경우도 나온다. 그런데 마스터 요다의 말 처럼, 갈등의 과정 속에서, 세대가 교체되면서 그들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한 세대의 스승과 제자가 전부가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에 불과하다.


대표님의 철학 또한 누군가로부터 이어져 온 것이라는 점이 새삼 떠오르는데, 대표님이 제자였던 시기 이야기도 나름 재밌다. 


20대 시절의 대표님은 첫 출근날 이상한 경험을 하셨다고 한다.


이른 아침 출근시간이 되기전 회사 문 앞, 우연찮게 김부장님을 만났다고 한다. 반갑게 인사하며 커피 한잔 하러 가자고 하셨단다. 출근시간 맞춰서 돌아오시려나 하고 따라나섰고 티타임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0시쯤 티타임이 끝났다고 한다. 밤 10시 말이다. 그렇게 긴 티타임은 난생 처음이었다며 학을 떼시는 대표님을 보며 저는 지금도, 라는 말은 꺼내지 않았다.


입사 전 개인투자로 나름 큰 돈을 벌어 본 젊은 시절 대표님은 자신감이 넘쳤다고 한다. 내가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펀드매니저가 될 것이라는 사실에 한치에 의심도 없었다고 한다. 두려운 것이 없었고, 유아독존이었다며 그때를 떠올리신다.


그리고 동료이자 스승이었던 김부장님을 만나게 되었다. 증권사 신입시절, 대표님은 쓰레기라는 말도 들어보셨다고 한다. 입만 열면 쓰레기 같은 얘기를 한다고 말이다. 대표님은 김부장님을 한번은 이겨보고 싶었다는데, 나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란 것을 알면서도 어떤 거라도 이겨보고 싶었단다. 그러나 단 한번도 그 사람을 이겨본 기억은 없다고 한다.


결국 대표님은 완전한 패배를 받아들였고 자신을 낮췄다. 우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모두 버리고 김부장님이 말하는 것을 의심이나 비판없이 받아들였다. 어제 본 책 얘기가 나오면 주말에 서점에 들러 그 책을 봤고,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티타임이 있어도 정신차리고 하나라도 더 들을려고 노력했다.


그랬더니 어느새 배우게 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성장해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신입시절 자신이 얼마나 부족했는지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돈이 중요해지지 않아진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시원섭섭한 기분으로 어쩌면 이제 돈은 못 벌겠구나 싶었단다. 이후 성과를 만들어낸 것은 조금 지난 이후 이야기이다.


나는 배우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회사에서 면접을 보고 입사할 당시, 나는 업을 배울 수만 있다면 뭐든지 포기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막상 대표님 말씀에서 모순이 보이기도 했고, 이미 자리잡힌 내 생각들을 바꾸는 일은 쉽지 않았다. 그때 대표님이 해주신 말씀이 있다. 스스로를 초등학생이라고 생각하라고.


실제로 내가 가장 흡수력이 좋았던 때는 초등학생 때가 아닌가 싶다. 주입식교육이라는 말도 많지만 일단 새로운 지식이 처음으로 적립되던 시절이었으니 말이다. 나에게 있어서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는 진리였다. 나보다 압도적인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존재였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머리가 커버렸고 나는 흡수력을 잃어버렸다. 그건 아닌데, 라며 배움을 거부하기도 했던거 같다.


다시 초등학생 때의 자세로 돌아가보고 싶다. 무한한 배움이 있었던 그 때로 말이다.


엄마, 나도 마스터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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