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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Jan 04. 2020

리먼사태를 겪은 사람들

1-1. 매일 소설쓰는 사람들, 펀드매니저

대표님이 노란색 차를 뽑으셨다.


대표님은 오래된 쏘나타를 타고 다니셨다. 그런데 그 차에서 덜컹덜컹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차가 덜컹거리면 옆에 타고 있는 내 마음도 덜컹거린다. 아직 남은 생이 많은 나는 차를 바꾸실 때가 된거 같다고 대표님께 강하게 건의했다. 대표님은 또 허허 웃으며 넘어가시려 했지만 카센터에서는 이제 그만 쏘나타도 쉴때가 된거 같다고 했다.


정든 쏘나타를 보내고 결국 새차를 사게되었다.


신형 쏘나타였다. 다른 회사 대표님들은 비싼 외제차를 잘만 타고 다니시던데, 대표님은 쏘나타가 가장 가성비가 좋다며 이 차를 고집하셨다.


(신형 쏘나타 노란색 버전이다, 대표님은 계속 황금색으로 불러달라고 하신다.)


이 일을 시작하고나서 주식시장이 좋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특히 소위 가치투자를 한다는 사람들은 계속 힘든 시기였다. 전통적인 가치투자 기업들이 소외받으면서 주가도 서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따뜻한 물속의 개구리 마냥, 주가가 조금씩 조금씩 하락하면 빨리 주식을 팔지도 못하고 기다려야 하나 고민하면서 고통을 겪게된다. 막상 주가가 한번에 많이 빠지면 더 고통스럽겠지만 말이다.


2018년 10월 미중무역전쟁 이라는 이슈로 글로벌증시는 패닉을 경험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주식시장이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끊임없이 나왔다. 오죽했으면 아버지께서 너는 괜찮냐며 카톡을 보내셨으니 말이다. 이게 말로만 듣던 금융위기인가 했다.


책에서 보던 주식영웅이나 주식천재들은 항상 위기를 극복하고 기회로 삼았다. 그래서인지 금융위기가 다시 온다면 싼 가격에 주식을 쓸어담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약간의 설렘이랄까 흥분이랄까 복잡미묘한 기분도 들었다.


오늘 아침에는 주임 한명이 막 엎드려서 울더라고.


대표님의 전 직장 동료인 신차장님이 사무실에 오랜만에 놀러오셔서 말씀하셨다. 회사 공기가 무거워서 잠깐 나오셨다고 한다. 차장님은 대표님과 동갑이시고 증권사 운용 시절 함께 일했던 동료이다. 두분과 김부장님 그렇게 셋이 한 팀이었는데 이 팀에 대한 얘기는 다음에 더 하도록 한다.


여하튼 이 세분이서 가치투자형랩이라는 상품을 만들었고 한창 운용을 하던 때 2008년 리먼사태를 만났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과 파생상품 손실에 따른 파산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한국 주식시장도 폭락을 했는데 대표님 말씀에 따르면 상품내 10개 주식 중 9개가 폭락했다고 한다.


이런 주식 하락 시장에 우리는 뭘 해야 하는 겁니까?


리먼사태를 겪은 두분은 뭔가 다른 말씀을 하실걸로 기대하며 질문했다.


무협지를 봐야지.


다르긴 다른 말을 들은거 같긴 했는데 알고보니 나름 유명한 말인가보다. 하락장이라고 특별할거 없으니 스트레스 받지말자는 의미인가 보다. 일단 대표님은 무협지를 자주 보시곤 했다. 물론 공부차원에서 말이다.


세상만사가 어찌 내 마음대로 착착 흘러가겠는가. 특히 큰 위기를 경험해본 사람은 현자가 되나보다. 나에게 있어서 대표님이 리먼사태를 겪은 사람이라는 점은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었다.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수익을 기록하면서 부자가 된 사람들, 딱 책에서 보던 얘기였다. 2013년 3월 매일경제 기사를 보니 대표님이 있었던 부서의 가치투자형랩은 연간 49%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그런데 막상 그 당시를 생각하면 그리 유쾌한 기억은 아니라고 하신다. 오히려 당시 기억을 되살리면 우울했던 느낌이 들기도 한다고 하신다. 시장이 폭락하고 높은 수익을 달성하기 까지 그 과정을 버티는 것은 고객이든 매니저든 힘든 일 이었나 보다.


세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작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가 보다.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각자 할일을 하면서 묵묵히 살아가는 거다. 그러니 하루 하루 너무 괴로울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너무 격양될 필요도 없나 보다.


그래서 돈도 중요하지 않게 되는건가 싶다. 그냥 자기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계속 이 일을 해도 된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다.


당시 계속되던 하락장 속, 무협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는 요즘 나온 차량들의 가격을 비교하면서 어떤 차가 좋은지 살펴봤다. 물론 공부차원에서 말이다.


엄마, 쏘나타도 비싸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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