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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Jan 17. 2020

아는 것에만 투자한다

2-1. 소설의 주인공을 찾아서, 주식발굴

무지(無知)의 지(知).


대학시절 소크라테스철학 수업을 들었는데 저 말 하나 기억에 남는다.


수업을 듣기 전에는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 라고 말했다고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자신의 무지함을 아는 것이 곧 선이요 지혜라고 했다고 한다. 학자들이 소크라테스를 연구한 결과 그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너 자신을 알라 정도로 요약된다고 해석했다 라고 한다. 그리고 소크라테스가 책을 쓴 적은 없고 그의 제자인 플라톤이 소크라테스가 이런 저런 말을 했다고 적어놓은 것 이여서 온전히 소크라테스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수업시간에 들었던 얘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어느날 소크라테스는 신의 계시를 듣게 된다.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한 소크라테스는 세상을 돌아다니며 소위 현명하다고 유명한 사람들을 찾아 다닌다.


자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을 찾아내서 신의 계시가 틀렸음을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결국 자신보다 현명한 사람은 찾지 못했고 유일하게 자신이 알 수 있는 것은 스스로가 무지하다는 것 뿐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 무지함을 안다는 것이 곧 유일한 지혜이자 선이라고 말이다.


(당시 현명하다는 사람들에게 미운 털이 박혀서 소크라테스는 독약을 마시게 되었다는 설도 있다.)



대표님은 아는 것에만 투자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곤 했다.


안다는 말이 참 알 거 같으면서도 모르겠었다. 일단 내가 확실히 아는 것 부터 고민해봤다.


내가 돈이 없다는 건 확실히 알겠다. 미래의 일도 확실히 알거 같다. 월급날 어차피 통장잔고는 0가 될 거라는 거 말이다.


카드사에 투자해야 하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내가 아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나는 아는 게 딱히 없었고 전문 분야도 없었다.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내가 전문가인 분야는 아니더라도 관심이 있고 많이 접한 분야라도 찾아봐야 겠다 싶었다. 그렇게 내 이전 회사에서의 경력을 떠올렸다. 나는 인사팀 출신이어서 나름 인사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노동법도 공부해봤고 인사관리도 공부해봤다. 회사에서 아침에 틀어주는 직무관련 짧은 영상들도 나름 재밌게 봤던 거 같다.


멀티캠퍼스는 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기업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이다. 인터넷으로 학습하는 이러닝, 교육장소에 모여서 교육하는 집합교육을 제공하는데, 기업교육을 대행해주는 아웃소싱 기업이다.


드디어 나에게도 메인 종목이 생기는 것인가 기대를 안고 기업탐방을 가게 되었다. 회사 분위기도 좋았고 IR담당자님도 친절하셨다. 그리고 다음 기업탐방 때는 집합교육장소도 가봤다.


교육장소에는 꽤나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모습 이였다. 마치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 같은 자세로 열심히 교육을 받고 있었다.


대표님과 멀티캠퍼스 얘기를 나누다 보니 변해가는 세상에 꼭 필요한 기업이겠구나 싶었다. 세상은 너무 빨리 변하고 새로 익혀야 하는 지식과 기술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대학교 졸업하면 공부해야 하는 것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막상 졸업을 해도 새로 배워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거 같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에게 요구하게 되는 지식과 기술이 점점 많아지고 다양해지는데, 이를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 보다 누군가에게 맡기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멀티캠퍼스는 내가 잘 아는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인사팀 사람이었고 기업 공부를 할 때 나오는 인사관련 용어들도 익숙하고 반가웠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 산업과 기업을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멀티캠퍼스는 1년간 효자 노릇을 해주었다. 3만원 대 샀던 주식이 5만원 대 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상품 수익률도 급격히 올랐고 처음에는 기분이 좋았으나 점점 불안해졌다. 진짜 내가 제대로 알고 투자한 게 맞나 되묻게 되었다. 내가 예상하고 기대했던 방향대로 기업이 흘러가서 주가가 오른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안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표님은 그냥 아는 것이라고 하셨다. 대표님은 가끔 이렇게 소크라테스 같은 말씀을 하신다.


1년 뒤 멀티캠퍼스 주가는 다시 하락했고 내가 그 기업을 잘 아는 것이 아니었나 상심하는 나를 보며 대표님은 안다는 것이 단순히 지식이나 경험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그럼 안다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냐고 되묻지 않았다. 아는게 아는게 아니라는 답변을 들을거 같아서 말이다.


무언가를 온전히 안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 거 같다. 어쩌면 나는 그 기업을 평생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저 알아가는 과정에 있을 뿐일지도 모르겠다. 그 기업에 계속 투자하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더 알아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건가 싶다.


엄마, 내가 모르는 유산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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