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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Jan 19. 2020

평생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투자한다

2-1. 소설의 주인공을 찾아서, 주식발굴

위대하고 고귀한 자여.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나왔던 말이다. 유진 초이의 유진이라는 이름과 영어 이름 Eugene의 발음이 같은데, 이 영어 이름 뜻이 위대하고 고귀한 자여 라고 한다.


나는 영화나 애니메이션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는데 이상하게 드라마는 잘 안 보곤 했다. 그래도 이 일을 시작한 이후에는 컨텐츠 산업 공부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인기가 많다는 드라마는 찾아 보려고 하곤 했다. 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도 어쩔 수 없이 보기 시작했으나 다음화를 기다리고 있는 내 모습에서 컨텐츠 산업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고귀하다 라는 표현이 참 마음에 들었다.


(tvN 드라마 미스터션샤인, 나는 저 포즈를 따라하곤 했는데 아무도 받아주지 않았다.)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 나는 주식을 책으로 배웠다. 특히 가치투자 관련 책들을 보며 주식투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개념을 적립하곤 했다. 가치투자 책들에서 많이 나오는 것 중에 하나가 장기투자이다. 좋은 주식을 사서 갖은 풍파 속에서도 견디며 주식을 보유하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결국에는 달콤한 성과를 얻는다. 얼마나 고귀하고 멋진 일인가. 그래서 나는 주식은 사서 묻어두는 것인줄 알았다.


대표님도 평생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이 말도 사놓고 기다리면 된다는 뜻인줄 알았다. 근데 그게 아니었다.


라면은 우리 회사에서 주로 먹는 음식 중 하나이다. 그렇다고 모니터 앞에서 컵라면 하나 놓고 처량한 기분으로 먹는 라면은 아니다. 분식집에 가서도 인당 1만원 가까운 금액을 소비하기 때문에 결코 저렴하게 한끼 때우는 정도는 아니다. 그리고 라면 신제품이 나오는 날이면 그 날 점심은 라면이었다. 여하튼 이렇게 라면을 자주 먹게 된 배경에는 대표님의 라면 사랑이 있었다. 특히 농심에 투자하시면서 농심 라면만 찾곤 하셨다고 한다.


대표님은 농심 공장에도 다녀오셨다고 한다. 청결은 기본이요, 라면 스프도 정말 사골로 만들어지는 요리로서 만들어 진다고 하셨다. 맛의 헤게모니 변화 라는 말도 들었는데 단 맛에서 매운 맛으로 글로벌 트렌드가 바뀌어 간다는 것이었다. 스위스 알프스 산에서 컵라면을 먹는 것 같이 말이다.


농심의 스토리가 이렇게 멋진데 어느날 대표님은 회사 포트폴리오에서 농심을 빼자고 하셨다. 당시 밀가루 가격이 오르고 있었고 오뚜기가 라면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한동안 변화 없이는 농심의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되었다. 또한 새로 발굴한 기업을 편입하기 위해서라도 적절한 타이밍이라고 하셨다.


나는 고귀한 포트폴리오에 손을 댈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주장했다. 잠깐 실적이 안좋아서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식을 팔면 장기투자에 위배된다고 말이다.


이에 대표님은 웃으시면서 장기투자가 곧 방치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장기투자가 주식을 샀다고 그저 내버려 두는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고 하셨다. 매일 매일 고민한 결과 그 주식이 최고라면 그 주식은 계속 포트폴리오에 남아있게 되는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오랜 기간 남아있는 주식이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기업이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 간다든지 더 좋은 기업을 발굴했다면 순위에서 밀린 기업은 언제든지 편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한 번 편출 되었다고 다시는 투자를 안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사회가 변하고 있고 기업이 이에 맞춰 변화를 주고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편입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계속 관심을 갖고 지켜보다보면 연속적으로는 아니더라도 오랜시간 포트폴리오와 함께한 주식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평생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 아니라 오늘 투자하고 싶은 기업에 투자하는 것 아니냐고 되묻지는 않았다. 오늘과 평생의 구분은 심오하니까 말이다.


대표님은 평생의 반려자를 찾는 것 같이 주식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도 하셨다. 사랑을 책으로 배우면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게 된다. 하지만 영원한 사랑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영원함을 믿지 않게 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영원한 사랑을 꿈다. 내 얘기는 아니다.


엄마, 오늘도 라면 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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