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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승우 Dec 30. 2019

너의 직업은

1-1. 매일 소설쓰는 사람들, 펀드매니저

금요일 오후였던거 같다. 대표님이 직원들을 모아놓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씀하셨다.


영화보러 갈 사람?


그 시각 오후 4시정도였다. 아직 퇴근시간 전인데 갑자기 영화라니, 복지가 참 좋은 회사구나 싶었다. 맛있는 팝콘도 먹고 당시 인기있었던 영화도 보게 되어 참 기분좋게 극장을 나왔다. 그리고 티타임을 갖게 되었다.


영화보면서 무엇을 공부했나요?


커피가 나오고 대표님은 갑자기 영화 얘기를 꺼내셨다. 그리고 깨닫게 되었다. 영화보러 가자는 것이 그냥 놀러가자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을. 영화관 기업도 분석대상이고, 그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 그 영화에 나오는 CG를 만든 회사 등등 영화 한편을 봐도 온갖 공부할 것들이 넘쳐난다. 단순히 영화를 재밌게 보는 것이 아니라 영화 한편에서도 공부거리를 찾아내고 투자대상을 찾아내는 직업이 이 직업인거 같다.


초등학생용 백과사전을 보면 직업(職業,Occupation)이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고려하여 어떤 일에 일정 기간 이상 종사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음에서 검색한 학습용어사전, 내가 초등학생때 과연 이 얘기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먹고 사는 문제, 생계가 메인인 것처럼 정의를 내리고 있는데 이는 "직(職)"에 많은 초점을 기울인 해석이다. 이 한자는 직무, 일자리, 직책, 벼슬 등을 뜻하기 때문이다.


반면 "업(業)"에 중점을 두고 생각해보면 조금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 업 자체는 어떠한 활동과 일상생활 그 자체를 말한다. 종교적으로 업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심신의 활동으로 말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지"살펴보면 얼추 그 직업을 정의내릴 수 있다. 물론 같은 직업을 갖고 있다고 해도 어떤 곳에서 일하느냐에 따라서 일상적 활동도 다 다를 것이고 사람마다도 다 다를 것이다.


대표님은 종종 펀드매니저라는 직업은 공부하는 직업이라고 표현하셨다. 그래서인지 주가가 어떻다고 혼이 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고 주로 왜 공부 안하냐는 잔소리를 듣게 되었다.


어느 날은 대표님한테 보고서를 보여드리려고 문을 두드렸다. 그날 나는 보고 말았다. 창문으로 비친 대표님 PC화면에는 분명 게임창이 떠있었다. 그리고 나의 인기척을 느끼신 대표님은 황급히 창을 내리셨다. 아무것도 못본척 보고서를 보여드리고 다시 자리에 앉아 생각했다. 대표님도 게임을 좋아하시는구나.


장이 끝나고 대표님은 엔씨소프트 탐방을 잡으라고 하셨다. 원래 대표님은 게임을 즐기지 않으신다고 한다. RPG게임을 할때도 레벨업이나 캐릭터 육성 보다는 주로 게임 내에 형성된 시장에서 아이템을 거래하는 행위를 즐기신다고 말이다. 그리고 신작 게임이 나오면 무조건 한번은 해보려고 하신다고 한다. 그 모든 것이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게임창은 왜 내리셨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 서둘러 기업탐방을 잡기 위해 전화를 들었다.


확실히 펀드매니저의 공부는 세상만사가 공부이다. 수험생같이 머리에 띠를 두르고 시험합격 등의 명확한 목표를 두고 하는 공부와는 다르다. 뉴스를 보는 것도 공부고, 여행다니는 것도 공부고, 심지어 게임하는 것도 공부다. 모두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직업은 공부하는 직업이다. 내 일상은 공부이기 때문이다.


어, 공부하고 있네.


열심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대표님은 공부 열심히 하고 있구나 라고 말씀하시면서 쿨하게 지나가셨다. 물론 지금은 근무시간이다.


엄마, 나 잘리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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