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명하이 Feb 17. 2024

기상 후 20분, 10가지 기상루틴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또 어떤 재미난 일이 생길까!

오케이 구, 오ㅋ, 옼케, 오케이 구글,
알람 꺼줘.


  구글미니는 오늘도 말귀가 어둡다. 저를 부르는지도 모르고 한참을 떠들어대는 알람을 달래고 나서야 책상에 올려둔 물 한 컵을 들이켠다. 그리고 냅다 거실 불 갈기기. 새벽 5시, 그렇게 나의 하루가 시작된다.


  새벽잠을 깨는 건 나 역시 매번 어렵다. 하지만 10여 년에 걸친 자기 분석과 실험, 가설 설정과 연구를 통해 나의 치밀한 새벽잠 후드려 깨우기 프로세스가 이젠 거의 안정화되었다.


1단계: 구글홈미니를 일부러 침실 밖 거실에 소리 설정해 둔다. 잠귀가 밝고 남에게 폐 끼치는 걸 싫어하는 내 기질을 반영한 방법인데, 알람이 울리면 나는 용수철처럼 침대에서 튀어나간다. 동거인의 잠을 깨울까 미안한 마음을 노린 것이다. (애초에 진동이 아닌 소리 설정을 해둔 것 자체가 미안한 일이지만, 무던하고 유순한 동거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2단계: 알람을 무마한뒤 바로 이어지는 자기 합리화. 오늘은 영 피곤한데? 어제 늦게 잤으니 특별히 더 자는 게 좋겠어. 온갖 타협이 시작되려는 동시에 일단 물을 마신다. 꼭 전날 밤, 알람 옆에 물 한 컵을 미리 떠둔다.   

3단계: 그리고 냅다 거실 조명을 키는 순간 동공이 수축되고 몸이 더 깬다.  

대망의 4단계: 당황한 몸이 어버버 하는 찰나, 치약 짠 칫솔을 입에 넣는다. 양치가 시작되면 돌이킬 수 없는 침대로의 회귀를 체념하고 나는 일어나기로 마음먹는다.


  아참, 그리고 한 가지 더. 나에게는 5:05로 설정해 둔 휴대폰 알람이 있다. 소리가 무자비하게 쩌렁쩌렁한 디스코풍의 알람이다. 5시 기상 후 양치질까지의 과정이 5분 내로 진행되지 않을 시 온 집안을 호령할 디스코 형벌에 처해진다. 서둘러 양치질을 끝내고 이 알람을 미리 꺼야 한다.


   자, 고작 기상에 감탄할 새 없이 바로 다음 기상루틴 8가지에 돌입한다.


  부엌으로 가 올리브 오일을 한 숟갈 먹는다. 장 운동에 좋다는 이야길 듣고 아묻따 일단 꾸준히 실천해 본 루틴인데 효과가 아주 좋다. 내 평생 변비 걱정은 않고 싶다면 강추하며, 꼭 엑스트라 버진+유리병에 담긴 걸로 구매하시길.


  오일을 꿀떡 삼키며 체중계에 올라간다. 3년 전쯤 체중이 10kg 정도 확 찐 적이 있다. 직장생활 4년 차, 가벼운 우울이 있었고 삶이 무기력했다. 1년여에 걸쳐 점진적으로 불어난 체중이었지만 어느 순간 알아챈 내 몸의 변화가 급작스러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후 역시나 1년여에 걸쳐 서서히 내 키의 정상체중으로 돌아왔을 때부터 매일의 몸무게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흔히들 눈바디라거나 스스로 감각하는 내 몸의 무게감과는 또 다르게, 숫자가 주는 명확함은 일상의 항상성을 유지하고 번잡함을 관리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전날 과식을 하거나 요 며칠 피곤해 체중이 바뀌더라도 단기간에 최대 2kg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면 괜한 걱정은 하지 않는다. 내가 허용할 수 있는 변화와 자유의 범위를 스스로 세팅하고 자주 인식함으로써 나는 더 안정적으로 다른 중요한 일들에 집중할 수 있다.   


  몸무게와 함께 기록하는 것이 수면시간이다. 당장 일정이 바빠지면 수면시간부터 줄이게 마련. 하루에 8시간은 자도록 유념한다. 거기에 취침과 기상시간이 일정하게 루틴화 되도록 기록을 통해 내 몸과 머리에 사인을 준다. 이때 얼마나 일찍 일어나고 얼마나 체중이 덜 나가고 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다. 자신에게 맞는 수면시간과 취침/기상 사이클, 적정체중을 스스로 알고 그걸 유지하는 게 더 건강하고 중요하다.


  본격적으로 책상에 앉으면 커피포트부터 누른다. 이때 책상에 앉았다 다시 일어나 물을 뜨러 가거나 혹은 가스레인지에 냄비를 올리고 불을 켜고 또 물이 끓이면 일어나 왔다 갔다 하는 번잡함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1) 커피포트를(나는 필립스 3000 시리즈 무선 전기포트를 애용한다), 2) 전날 밤 꼭 미리 물을 떠놓고 자기를, 3) 앉은자리에서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에 두기를 추천한다.


  물이 끓는 동안 시각화&확신의 말을 진행한다.


원하는 무엇이든.
가질 수 있고 할 수 있고 될 수 있다면.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조차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욕망이 정말로 실현되었을 때 따라오는 책임이나 수고로움을 감당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고 말이다. 그럼에도 나는 어떤 삶을 꿈꾸는지부터 그리지 않는다면 우리는 굳이 루틴을 하고 이렇게 새벽같이 일어날 필요가 없을것이다. 살아지는 대로 살면 될 일이니까.

  내 욕망을 구체화하고 언어화하여 육성으로 녹음해 둔다. 그리고 이 녹음 파일을 매일 새벽 듣는다. 이때 '모든 감각을 활용하여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상상하고 끝내주는 기분을 흠뻑'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어느 자기 계발서에서 보았는데, 나는 욕심내지 않고 3분 남짓한 나의 욕망들을 매일 마주하는 것에 만족한다.


  녹음을 다 들으면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둔 확신의 말 리스트를 소리 내어 읽는다. 시각화가 개인 맞춤형이라면 확신의 말은 조금 더 보편적인 문장들이다. 감이 오지 않을까 하여 내 확신의 말 리스트를 공유한다. 요즘엔 유튜버 드로우앤드류 채널에서 본 확언을 일부 각색해 사용하고 있다. 리스트는 6개월이나 1년 정도의 주기로 내킬 때마다 대대적으로 업데이트한다.


나는 오늘도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나는 지금 온전히 집중하여 나의 하루를 경영한다.
나는 정신이 맑고 또렷하다.
나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어떤 일이든 해낼 준비가 되어 있다.
나는 건강한 체력을 가지고 있다.
나는 용기와 자신감이 넘친다.
나는 모든 문제에 해결책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하는 일에 능력이 뛰어나다.
나는 집중력이 뛰어나다.
나는 창의력이 높다.
나는 상상력이 풍부하다.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끝없이 나온다.
나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나는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늘 올바른 선택을 한다.
나는 지금 필요한 모든 걸 갖췄다.
나는 무엇이든 해내고 만다.
나는 내 일에 선택권을 쥐고 있다.
나는 내 삶의 주인공이다.


  대게가 나를 긍정하고 내 잠재력을 자신하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팩트체크하고 싶기도 굳이 넘칠 필요가 있나 싶어 자제하고픈 문장도 있지만 이 시간에는 아묻따 최고치의 자기 긍정과 자기 확신의 편에 선다.

  확신의 말이 끝나고 커피포트의 물을 미리 준비해 둔 보이차 티팟에 붓는다. 그리고 1분, 스톱워치 시작버튼을 누른다.


  1분 묵언은 감사와 다짐의 시간이다. 내용은 그날의 컨디션과 그즈음의 화두에 따라 다르다. 공통적으로 일상적인 것들에 감사를 전하고 오늘 하루를 잘 지내보겠다 다짐한다. 잠이 덜 깨 머리가 멍할 땐 대게 이 문장부터 떠올린다.


1. Good morning beautiful world!
어느 짤에서 본 문장. 넘 귀엽고 사랑스러워서 종종 써먹는다.

2. 오늘은 또 어떤 재미난 일이 생길까!(꺄르륵꺄륵ㅋㅋㅎㅎㅋㄹ)
1번과 비슷하게 오글거리는 문장이다. 실제로 써보면 피식 웃음이 나면서, 즐겁게 별일 아니라는 듯 또 하루를 살아보자 마음이 풀어진다.

3. 어젯밤에도 연인의 따뜻한 몸을 껴안고 편안히 잠들 수 있어서 감사했어요.
지난밤 내가 느낀 편안함과 따뜻함을 떠올리며 감사한다. 자신이 일상에서 반복적으로 느끼는 찐행복을 하나 잡고 떠올리길 추천한다. 그게 무엇이건 좋다.

4. 너무 멀리 보지 않고 딱 오늘 하루만 열심히 살겠습니다.
우리의 불안과 걱정은 대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에 대한 것일 때가 많다. 시선을 크게 멀리 가지는 게 유용할 때도 있지만, 이 시간만큼은 '딱 오늘 하루'로 내 시야를 좁히고 말뿐인 걱정보다 구체적인 행동에 집중하기로 다짐한다.


  잠에서 깨고 잠시간은 뇌에서 세타파가 나온다. 즉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오가는 시간이다. 시각화-확신의말-1분 묵언으로 이어지는 루틴으로, 매일 새벽의 골든타임은 내 무의식에 전하는 말들로 채운다. 말랑말랑한 뇌가 무의식의 이야기들을 현실로 만들어주길 기대하며.


  스톱워치가 끝나면 티팟의 찻잎망을 건진다. 고등학생 때부터 종종 찾아뵙던 스님은 절에 가면 꼭 보이차를 내어주셨다. 매끈하고 작은 컵에 차를 따라 홀짝홀짝 마시던 시간은 참 평화롭게 기억된다. 이후로도 지리산 자락에 요가원을 운영하던 친구, 우연히 인연 하게 된 태극권 관장님 등 호젓한 면면이 흐르는 이들은 공교롭게도 모두 보이차 마니아였다. 하루 한번 차를 우리는 여유가 그들로부터 속세의 악착같음을 걷어내 주는 걸까. 그 향과 멋에 취해 나는 보이차를 좋아하게 되었다.

  빈속의 따뜻한 보이차가 주는 편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빈속+따뜻한 물+보이차, 마침 이 조합도 실제로 어떤 과학적인 효과가 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전에 내 심리적인 안정감을 높여주기에 꾸준히 루틴 삼고 있다. 나도 언젠가 보이차 다기 풀세트를 갖춰 손님 대접을 하고 싶다.


Tip!
보이차에도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는데 커피보단 훨씬 덜하다.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고도 종일 커피를 너무 마신다 싶다면, 이 참에 아침 첫 잔은 보이차로 바꿔보는 것도 좋겠다. 보이차는 지유명차 브랜드를 추천한다.


  보이차와 함께 영양제를 챙겨 먹는다. 다이소에서 산 7개 칸으로 분리된 약통이 있다. 일요일 저녁이면 일주일치 영양제를 이 약통에 분배해 티팟 옆에 둔다. 챙겨 먹는 영양제는 주머니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최대 4가지 정도. 영양제별로 흡수율과 서로 상극인 영양소를 고려해 적절한 시간대에 복용한다.


1. 유산균
면역체계를 회복해 피부미용의 효과가 있다기에 종종 챙겨 먹는다. 유산균은 책상에 앉자마자 새벽 공복에 먹는다. (드시모네/셀티아이/L4B플로라 추천)

2. 철분제
빈혈이 있어 꾸준히 복용 중이다. 철분제도 공복, 식전에 먹어야 흡수율이 높다. 철분은 원체 몸에서 흡수가 잘 안 되는 미네랄이라 비타민C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고. 유산균과 텀을 두어 오렌지주스 한잔과 함께 먹는다. (볼그레, 팜스 헴철)

3. 비타민B
피로해소와 전반적인 컨디션을 위해 먹는다. 복용시간은 식전이냐 식후냐 약사마다 말이 다르던데, 나는 식전 공복에 먹으면 속이 울렁거려 아침 식후에 먹는다. (벤포벨S/ 아로나민골드프리미엄(남색))

4. 칼슘마그네슘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나서 벌떡 일어날 때가 종종 있다. 칼슘마그네슘은 근육의 수축과 이완을 돕는다. 공복에 먹으면 속이 쓰리고 울렁거리며, 근육과 신경의 긴장을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어 저녁식사 후에 먹는다. (마그비맥스)


  원래는 영양제를 챙겨 먹는 데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운동도 안 하고 몸에 안 좋은 습관들을 가지고 있으면서 영양제만 먹고 날름 건강해지려는 게 게으른 욕심이자 상술같이 느껴졌다. 이제는 운동이나 자연식품 섭취로 보완되지 않는 영양소는 약으로 보충해 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다만 자신에게 부족한 영양소가 무엇인지 스스로 알고 효능을 선별해 먹는 게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차를 홀짝이며 오늘 스케줄과 해야 할 일을 확인한다. 새벽의 맑은 정신을 허비하지 않도록 일정 정리 같은 소모적인 일은 가급적 전날 밤 정리해 두고 잔다.

  이렇게 대망의 20분 기상루틴이 끝났다. 곧 5:20이 되고 다시 알람이 울린다. 자! 오늘은 또 어떤 재미난 일이 생길까? 두근두근 내 하루가 시작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