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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하이 Mar 09. 2024

매일 한가지씩 성취하는 시간관리법

선택과 집중의 One thing

올해 나 뭐 했지?

 

  지난 연말 현타가 왔다. 아등바등 바쁘게 산 것 같은데 정작 성과는 없는 연말이었다. 의아했다. 열심히 내렸건만 눈덩이가 되지 못하고 우수수 녹아버린 하루의 성취들이. 내 하루의 눈들은 왜 쌓이지 못했을까? 애초에 눈덩이로 뭉쳐지지 않는 싸락눈이었나? 1년 전으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익숙한 후회가 밀려들었다. 

  그렇게 유난스러운 연말을 보내고 선물 같은 새해가 다시 주어졌다. 그리고 다짐했다. 올해 크리스마스엔 함박눈으로 만든 눈덩이를 내게 선물해야지. 나는 ‘One thing’ 방법을 도입한다.



One thing, 당신의 단 하나는 무엇인가요?


  게리 켈러는 자신의 저서 <One thing>에서 묻는다. 당신의 한가지는 무엇인가?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단 하나(The One Thing)를 찾고 그것에 온전히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멀티태스킹과 육각형 인간이 추앙받는 시대에 단 하나만 고르라니. 내 인생 전체를 오직 하나의 무언가를 위해 올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요지는 한정된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나는 이 개념을 '하루 One thing' 설계에 차용하기로 했다. 


하루 One thing 실천하기

1.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할 목표를 딱 한 가지만 정한다. 

욕심이 많은 나는 늘 2가지로 반칙한다. 개수는 2개까지 봐주더라도 괜찮다. 다만 두 가지 모두 하루 내 '달성'할 수 있는 현실 가능한 목표치를 잡는다. 

2. 구체적인 작업 시간을 배정한다. 

이 일을 할 시간이 오늘 중 언젠가 나겠지라고 생각하는 건 금물이다. 요란하고 이기적인 일들이 언제 불쑥 들어와 내 시간을 채갈지 모른다.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을 먼저 확보한다.  

3. 예정된 시간이 되면 몰입한다. 

나는 노트북 앞에 앉아 뽀모도로 타이머부터 맞춘다. 그 외의 자극은 차단한다. 집에서 작업하는 내게 가장 큰 방해요소는 휴대폰(SNS), PC카톡, 동거인이다. 폰은 멀리 떨어뜨려 놓고 PC카톡은 로그아웃해 두고, 동거인에게는 정해진 시간 동안 말 걸지 말라고 부탁해둔다. 


  하루 One thing의 포인트는 끝맺음이다. 하루 끝의 성과에 집중한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고 기획하는 걸 좋아한다. 그러다 보니 끝도 없이 이것저것 건드리고 일을 벌이지 뭐 하나 야무지게 끝맺은 기억은 많지 않다. 연말에 성과가 없었던 것도 벌인 일들이 쌓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선을 오직 하루 끝에 두고 임한다. 가령 상반기의 주요 과제가 책 원고 작업이라면, 오늘의 One thing은 글쓰기다. 이때 하루 One thing을 '글쓰기 4시간'이 아니라 '3페이지 분량의 글 1편 편집자에게 공유하기'로 잡는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10여 페이지의 초고를 줄줄 쓰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일정 분량의 글을 '마무리'하고 '공유'하는 게 핵심이다. 일을 나 혼자 붙들고 있으면 끝이 없다.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 남에게 넘기고 서로 주고받으며 발전시키는 게 일을 진행하는 데 더 효과적이다. 

  명심하자. 여러 가지 일을 이것저것 그저 건드렸다고 일을 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끝냈느냐다. 해냈다의 기준을 작더라도 명확한 성과에 둔다. 



퐁당퐁당, 하루 루틴 설계의 비밀



새벽에 일찍 일어나면
낮에 피곤하지 않아요?
업무 할 시간이 되면 지쳐요ㅠㅠ



  9시. 본격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데 기상 후 4시간쯤 지나면 스을 기력이 달린다. 집중력도 떨어진 데다 공복에 운동까지 한 터라 지치는게 당연하다. 그저 취미 부자가 아니라 일을 잘하기 위한 루틴왕이 되고 싶다면 루틴 설계를 위해 내 하루의 컨디션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가 필요하다. 


  나는 내 삶을 ‘일-여가-휴식’으로 나누어 일상을 운용한다. 각각에 대해선 다음에 자세히 이야기하겠다. 이때 루틴은 여가 활동에 해당한다. 여가는 일(본업, 생업 등)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취미생활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원래는 새벽에 일어나 5시부터 9시까지, 4시간 동안 루틴을 하며 여가시간을 보냈다. 그러고 9시부터 본격 업무 시작. 문제는 집중력이다. 

  우리는 꼭 하루치의 집중력을 가지고 매일 새로 태어난다. 사람마다 하루치 컨디션의 업다운이 있다. 나의 경우 새벽의 집중력이 가장 좋고, 일과시간과 정비례하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관건은 제한된 내 양질의 집중력을 무엇에 쓸 것인가다. 내게 일이 우선인가 여가가 우선인가? 


  내게 왜 루틴을 하느냐 묻는다면 우선은 즐거워서다. 루틴을 일이 아닌 여가시간으로 여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한편으론 여가생활이 내 일을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고도 생각한다. 창작 활동을 위한 양질의, 지속적인 영감의 원천이라든지 내 전문 분야의 공부, 더 나은 인간이 되기 위한 인격수양이라 여긴다. 물론 당장의 뚜렷한 성과를 바라고 하는 건 아니다. 이 시간들이 장기적으로 내가 가진 토양을 풍요롭게 가꿔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을 뿐. 

  결론은 여가도, 일도 포기할 수 없어! 다만 여가 시간보다 일을 할 때 더 큰 집중력이 필요한 만큼, 하루 일과를 일(One thing) 중심으로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   



  일(One thing)을 중심으로 하루 일과 설계하기


1.  가용할 수 있는 시간 파악하기


 프리랜서로 일하는 현재는 개인 업무 시간이 유동적이다. 그래서 시간 조정이 어려운 루틴을 우선 박아두고 앞뒤로 업무 가능한 시간을 그러모은다. 직장에 다닐 때는 9-6 등 고정된 업무 시간을 우선으로 잡고 나머지 가용할 수 있는 시간을 고려했다. 이 방법은 근무시간 외 개인 시간을 설계하거나, 또는 근무시간 내 세부 일정 설계에도 적용할 수 있다. 

  나의 경우 새벽 2시간, 아침 2시간, 오후 4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여기서 질문. 하루에 몇 시간이나 일을 하는 게 좋을까? 저녁, 밤 시간까지 일할 시간을 그러모으자면 더 짜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일-여가-휴식의 밸런스를 중시한다. 그래서 하루 24시간을 삼등분한 8시간을 지침 삼았다. 일반 회사의 9-6 근무 시간을 참고한 것도 있다. 업무 총시간은 up to you.


2. One thing 시간 배치하기


  다음으로 여가(루틴)와 일을 전체 배치한다. 이 때 본인의 업무 가짓수와 스타일에 따라 배치에 유의한다. 나의 경우 가동 중인 프로젝트 가짓수가 여러 가지다. 업무 스타일 또한 비유하자면 한 가지 책만 진득이 보기보단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걸 좋아하고, 프로젝트 간 on/off도 잘 되는 편이다. 그래서 One thing 시간 단위를 최대 2시간으로 끊었다. 자신이 집중력이 좋고 케어하는 일이 1-2가지라면 스케줄을 더 단순화시켜 4시간여 큰 덩어리로 나누는 것도 방법이겠다. 다만 최소한의 성과를 위해 한 타임당 최소 45분씩은 시간을 확보한다. 


여가) 모닝페이지
일) One thing1 (45분)
여가) 새벽 운동
일) One thing2 (45분)
여가) 아침 식사
일) One thing3 (2시간)
여가) 산책, 점심 식사
일) One thing4 (2시간)
여가) 낮잠
일) One thing5 (2시간)
여가) 5시 셀프 마감


3. 조급해말고 퐁당퐁당 


  어지간한 집중력이 아니고서야 일과 여가를 번갈아 배치하는 퐁당퐁당을 추천한다. 나의 경우 일어난 직후에 쓰는 모닝페이지와, 새벽에 하는 운동 일정부터 고정했다. 그 앞뒤로 One thing 1, 2타임을 넣는다. 숨 고르기 하며 텐션을 보완하기 좋은 일정이 식사다. 아침, 점심 식사를 전후로 One thing을 한 타임씩 배치한다. 집중력이 좋은 오전의 경우 최소 2시간은 연달아 작업할 수 있게 통으로 시간을 확보한다. 

  또 좋은 장치가 산책과 낮잠이다. 이 두 가지 루틴의 매력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일을 위한 중간 휴식장치로써도 더없이 효과적이다. 그 외에 요리, 집안일이라든가, 자신의 업무 환경에 따라 적절한 환기 방법을 생각해 본다. 몸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나의 경우 직장에 다닐 때 55분 업무 후 5분간 혼자 빈 강당을 10바퀴씩 걸으며 환기시키곤 했다. 

  

  퐁당퐁당 일정을 실천하는 데는 나름의 배포도 필요하다. 삶을 일-일-일로 꾸리는 것보다 일-여가-휴식으로 밸런스를 맞추는 게 결과적으로 일의 능률에도 좋다고 생각한다. 하루 단위로 봤을 때도 마음이 조급해 일만 계속 붙잡고 있는 것보다 중간중간 과감히 쉬어주는 게 좋다. 우린 로봇이 아니니까. 

  그러려면 '하는' 것만큼이나 '그만하는' 자제력도 필요하다. 유난히 집중력이 좋고 능률이 좋은 날이 있다. 그런 날에도 무리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일단 마무리한다. 내일은 없다는 듯 하루 만에 내 모든 걸 불태우지 않는다. 장기전으로 생각하자. 아쉬운 만큼 One thing 시간에도 더 몰입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집중한다. 더 잘 일하기 위해 놀고, 놀 때 놀고 일할 때 일하자.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언제 무슨 일을 할 것인가?


  일할 시간은 확보했고. 그럼 One thing 시간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보다 능률적으로 일 할 순 없을까? 1989년 출간되어 자기 계발서의 고전과도 같이 여겨지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는 시간관리 매트릭스가 있다. x축의 긴급도, y축의 중요도에 따라 4가지 유형으로 일을 구분한다. 



  종일 바쁘긴 한데 정작 내실은 없는 경우가 아래의 두 칸에 해당한다. 3사분면(왼쪽 아래)의 경우 당장 반응하고 처리해야 할 것 같지만 결코 중요하진 않은 일이다. 거절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전화, 카톡/메일 회신, 회의 요청 등 타인의 요청으로 시간을 뺏기지만 정작 내 입장에선 썩 중요하지 않은 많은 일들도 여기에 해당한다. 

  4사분면(오른쪽 아래)은 그중에서 급하지도 않은 일들이다. 대게 TV 시청이나 하릴없이 시간을 죽이는 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긴급도에 비해 중요도는 다소 주관적이다. 중요도의 판단은 자신의 몫이지만 핵심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일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가 매일의 입을 옷을 고르는 게 귀찮아 똑같은 옷을 여러 벌 사두고 번갈아 입었다는 일화가 있다. 자신에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드는 품을 최소화하자. 잡스처럼 자동화하는 것도 방법이고, 혹은 외면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 않기로 작정하는 것이다. 3, 4사분면의 일을 하루종일 했다고 오늘 대단히 많은 일을 한 게 아니다. 애초에 ‘The One’이 될 수 없는 일들은 철저히 외면한다.


  반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2사분면의 ‘급하고 중요한’ 일들을 잘 처리한다. 대게 마감이 임박한 프로젝트나 급하게 생긴 중요한 업무에 해당한다. 오늘부터라도 내 시간을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관리해보고 싶다면 2사분면부터 시작할 것을 추천한다. 

  그러려면 우선 급한 불부터 끄자. 내 현 상황을 파악해 불을 끄는데 현실적으로 얼마나 기간이 필요할지 정한다. 일주일, 한 달도 좋고 나의 경우 6개월은 더 걸린 것 같다. 이때 2사분면의 일을 꼭 자신이 다 하지 않는 것도 현명할 수 있다. 더 잘하는 사람, 나 대신 빠르게 일을 처리해 줄 수 있는 사람과 방법이 있다면 길게 보고 레버리지(위임)도 마다하지 말자. 


  6개월 뒤, 그다음 진짜 고수는 1사분면의 당장 급하지 않지만 중요한 일들을 한다. 스스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이때부터 수동이 능동이 된다. 내가 바라는 삶을 위해 내 시간을 통제하고 리드한다. 내 루틴도 어떤 면에선 이 영역에 속한다. 삶의 주도권을 가져오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6개월도 결코 느린 게 아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하버드에 있을 때 발견한 하버드생들의 공부 비법을 들은 적이 있다. 하버드에서도 상위 클래스를 유지하는 우등생들의 공부 비법이랄까? 바로 ‘10일 먼저 해치우기’다. 방법은 간단하다. 말 그대로 해야할 일을 10일 전에 끝내는 것이다. 


  이 방법이 좋은 게 첫째, 스트레스가 덜 하다. 밤을 새 급하게 일을 처리하거나 마감을 지키지 못할까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 둘째, 여유가 생긴다. 마음의 여유뿐 아니라 다른 업무(혹은 일이 아닌 다른 영역)를 관리하는 데서도 여유치가 생겨 일을 더 받거나 남을 도울 여유가 있다. 셋째, 작업의 퀄리티가 좋아진다. 어떤 아이디어, 일이건 글처럼 퇴고를 거치면 더 정교하고 분명 나아진다. 숙성시간을 거친 작업은 그 결과물이 분명 더 탄탄해진다. 

    나는 요즘 1사분면의 일들을 하는 데 이 방법을 적용해보고 있다. 다음날 To do list를 짤 때 10일 뒤 일부터 검토하는 것이다. 오늘이 3월 9일이라면 3월 19일 일정부터 오늘까지 역으로 해야 할 일을 체크한다. 내 달력을 10일 후 일정에 맞춰 정상화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아직 100% 쉽진 않다. 직접 해보면 그동안 관성처럼 벌여놓은 (또한 지금도 계속 벌여가는) 2사분면의 급한 일들을 처리하는데 장장 6개월이나 걸린 게 이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조급해말자. 변화는 어느 순간 찾아온다. 매일의 노력은 분명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하루 일과를 짜는 데 이 매트릭스를 적용해 보자. 종이 2장을 준비한다.


1) 종이1에는 내가 활용할 수 있는 One thing 시간을 적어본다.

2) 이 때 One thing 시간별로 자신의 하루 컨디션을 고려해 1~4순위 매긴다. 
나의 경우 집중력이 좋은 새벽-아침-오후-저녁 순으로 1~4순위 였다. 밤에 집중이 잘 되는 올빼미족이라면 밤-저녁-오후 순이고, 아침이나 이른 새벽 시간은 아예 해당하지 않을 수 있겠다. 핵심은 자신에게 일의 능률이 높은 시간대를 파악하는 것이다.

3) 그 아래로 내가 해야할 일을 쭉 적는다. 

4) 종이2는 시간관리 매트릭스처럼 4등분 한다. 

5) 종이1에 적은 일들을 종이2의 매트릭스 유형에 맞게 분류해 다시 적는다. 처음엔 번거롭더라도 한번 분류해 적어두면 편하다. 

6) 매일의 하루 일과를 계획할 때마다 종이2을 꺼내 보며 정해진 2)의 정해진 시간에 어떤 일을 할지 정한다. 
예를 들어 나의 경우, 새벽 One thing 시간에 1사분면에 적힌 일들 중 오늘은 뭘 할지 정한다. 


나의 경우 4개 사분면의 우선순위별로 아래와 같이 활용한다. 

1순위. 새벽 One thing 1, 2 ->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일

미래의 무기를 만드는 시간으로 활용한다. 본업보다는 사이드 프로젝트라든지, 미래의 꿈을 위해 장기투자 하는 시간으로 여긴다. 앞서 말했듯 2사분면의 급한 일들을 제법 쳐낸 뒤 여유가 생기고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어디까지나 플러스알파 같은 시간이다. 무리해서 새벽잠을 줄인다든가, 이 시간을 꼭 지키지 못했다고 자책하지 말자.
2순위. 오전 One thing 3 -> 중요하고 긴급한 일

집중력이 가장 좋은 오전 타임은 현생의 일을 마주한다. 내 본업, 당장의 일을 처리한다. 마감이 정해진 굵직한 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3순위. 오후 One thing 4, 5 -> 중요하지 않지만 긴급한 일

오후 타임은 큰 집중력과 창의성이 필요하지 않은 일에 적합하다. 급하기만 한 잔챙이 일을 처리한다. 큰 창의력이 필요치 않은 회의, 이메일 회신, 업무 통화, 꼭 필요한 집안일, 단순 잡무 등이 해당한다. 
4순위. 긴급하지도 중요하지도 않은 일 -> 별도 시간 없음, 또는 밤 선물

최대한 하지 않도록 한다. 차라리 시간 여유가 있을 때 이 일들을 위한 자동화 시스템을 고민한다. 예를 들어 설거지에 품이 너무 많이 든다면 식기세척기를 구매해 처리한다든가, 공과금 납부에 드는 품을 줄이기 위해 자동이체 서비스를 알아본다. 자동화도, 위임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 가급적 무시한다. 
혹은 오늘 하루, 한주, 한 달 열심히 일한 나 자신을 위한 선물 같은 시간으로 배정해도 좋다. 





  루틴을 이야기하다 오늘은 일 얘기로 한참 샜다. 학생 때나 직장에 다닐 땐 대체 9-6 시간 외에 여가 활동으로 루틴을 하던 내가 프리랜서가 되고부터는 일과 여가의 경계가 흐려지며 루틴 설계에 더 공을 들이게 되었다. 내 스스로 조절하지 않으면 팽팽 여가만 즐길 수도, 혹은 과하게 일만 하기 십상인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가도 일도, 이토록 치밀하게 하루를 설계하고 치열하게 살아내다 보면 인생을 너무 팍팍하게 사는 게 아닌가 되묻곤 한다. 그럴 때면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를 떠올린다. 

  흔히들 예술가라면 번뜩이는 영감만큼이나 즉흥적이고 다채롭게 하루를 보낼 것 같은 막연한 상상과는 달리 그의 하루는 매우 단순하고 규칙적이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글쓰기와 글쓰기를 위한 컨디션 관리)을 위해 다른 자극은 철저히 절제하는 자세가 인상 깊었다. 작년의 내가 그랬듯 바쁨을 자랑하는 이들은 물밀듯 들어오는 약속이나 회의, 여러 제안들로 산만한 경우가 많다. 대게 수동적인 바쁨이다. '가장 중요한 일이 언제나 가장 큰소리로 나를 부르는 것은 아니다'. 단순한 일상을 영위하는 하루키의 나날이 결코 지루하게 보이지 않았던 것처럼, 약속을 거절하고 내게 중요한 One thing을 중심으로 하루를 단출하게 덜어낼수록 아이러니하게도 내 하루가 오히려 더 풍요롭게 느껴지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자신의 시간을 주도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단절해야 한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삶을 꾸려갈 수 있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묵묵히 자신의 하루를 이끌고 있을 여러 하루키들을 떠올리며. 자신의 하루에 부단히 집중하는 세상의 모든 이들에게 존경하고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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