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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하이 Mar 02. 2024

새벽운동, 꾸준히 하려면요

달리고 헤엄치는 나날들

마틴루틴킹의 하루

5:00 기상
~5:20 기상루틴 10가지
~6:00 글쓰기: 모닝페이지와 세문장클럽
~6:45 하루 One thing 1
~8:10 새벽 유산소 운동 & 샤워

 



  글쓰기가 끝나면 한 타임(45분) 일을 한다. 이 시간에 대해선 다음 편에 이야기하겠다. 몰입해서 일을 하고 6:45 알람이 울린다. 운동 갈 시간이다. 월수금은 수영을, 화목은 조깅을 한다. 



새벽 운동, 어떻게 꾸준히 해?

 

  햇수로 17년째 새벽 수영을 하고있다. 물론 17년, 365일 꼬박 한 것은 아니다. 작심삼일도 많고 장기여행을 갔을 땐 1년씩 뭉텅이로 쉰 적도 있다. 그럼에도 일상으로 돌아와 꾸준히 새벽반에 등록해 헤엄치는 나를 보고 직장인 친구들이 묻곤 한다. 출근 전 새벽시간에 운동을 하고 싶은데 영 습관이 안 들어. 운동 습관 들이는 비법이 있을까? 그럼 나는 되묻는다.


운동을 '왜' 하고 싶은데?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뻔한 이유는 당장의 달콤한 새벽잠을 이기기엔 힘이 약하다. 굳이 왜 시간을 아껴 운동을 하려고 하는가? 뾰족하고 선명한 목적을 되묻는다.  


  우선 나는 왜 새벽운동을 하는가? 나이가 들어서도 날쌔게 헤엄치는 물개 같은 할머니가 되고 싶다. 군살 없는 수영복 핏을 가지고 탄력 있게 유영하는 할머니라! 내킬 땐 언제고 수영장 30바퀴를 멈추지 않고 돌 수 있고, 트랙 10km를 달릴 수 있는 강인한 할머니를 떠올리면 상상만으로도 나는 아주 흐뭇하다.  

  그래서  '체력 유지’를 목적으로 새벽에 유산소운동을 한다. 나 역시 만사가 귀찮고 당장에 30분이라도 더 자고 싶어 죽겠는 날이 있다. 그럴 때면 가만히 누워 내가 운동을 하는 목적을 떠올린다. 루틴(=매일 새벽운동)은 어디까지나 내 목적(=체력 유지)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그렇게 치면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하루쯤 쉬어가는 게 체력 유지를 위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러니 그런 날은 루틴을 못 지켰다고 괜스레 크게 자책하지 않는다. 혹은 원하지도 않는 기록 향상을 목표로 괜한 스트레스도 받지 않는다. 물개 할머니가 되기 위해 체력을 유지하는 것. 나는 그저 수영을 위해 수영을 하는 게 아니라 내 목적을 위해서 운동한다. 


  운동뿐 아니라 다른 루틴을 할 때도 목적부터 명확히 정하는게 좋다. 시야가 행위(루틴)에 한정되어 있으면 금방 포기하기 쉽다. 내가 움직이려는 목적은 무엇일까? 체력 향상, 몸매(체중) 관리, 일상의 활력, 인간관계(동호회 활동) 등 왜 운동하는지 뾰족한 목적을 잡는다. 그래야 하루의 루틴 달성 여부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상위 목적을 떠올리며 내가 바라는 미래(=물개 같은 할머니)를 향해 장기전을 펼칠 수 있다. 루틴이라는 행위가 빙산의 일각이라면, 그 아래에 나의 정체성이라는 거대한 의식을 건드려야 한다. 마치 나는 '물개 같은 할머니'가 될 사람이라고 스스로 정체화하고 인식함으로써 그런 할머니가 살만한 오늘을 그려가는 것이다. 그럼 하루이틀, 심지어 한 달을 쉬더라도 다시 운동을 하게 되어있다. 상위의 목적이 선명해야 길을 잃더라도 꾸준히 나아갈 수 있다. 


  그런가하면 운동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 당장 운동을 왜 하려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을 수도 있겠다. 그 경우 우선 단기목표를 잡고 경험해 보는게 좋다. 3달 뒤 친구들과 마라톤 대회를 나가기 위해서 달린다든가, 여름휴가 전까지 자유형 1바퀴 마스터한다든가, 혹은 6개월 동안 근육량을 몇 kg 키우는 식으로 구체적인 피니쉬 라인을 잡는다. 이 때 '기간'과 '목표'를 정량적으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단기 목표만 세운다고 바로 습관이 생기는 건 아니다. 새벽운동 작심삼일을 탈피하려면 두 번째 질문을 던져보자. 

나는 무엇에 예민하지?



  나를 행동하게 만드는 장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나는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겠다. 내가 새벽 수영을 나가는 본질적인 목적이 물개 할머니가 되기 위한 체력 유지라면, 내 행동을 유도하는 맞춤형 장치는 즐거움과 자존심이다. 

  

  새벽수영을 다니기 시작한 건 고1 때였다. 어릴 때부터 나는 유독 운동을 좋아하는, 펄펄 힘이 남아도는 말괄량이였다. 학교를 마치면 온 동네를 뛰어다니거나 자전거, 롤러 브레이드, 피구, 농구, 배드민턴, 줄넘기 등을 하며 다채롭게 몸을 움직였다. 그러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야자다 뭐다 도무지 운동할 시간이 나질 않는다. 

  머리를 굴리다 우연히 시작하게 된 게 새벽 수영이었다. 샤워는 아침에 어차피 하는 일이니 씻으러 간다 생각하자. 5시 41분쯤 최대한, 턱끝까지 자다가 일어나 체육복을 입고 교복을 챙긴다. 비몽사몽 학교 가는 길에 있는 동네 수영장으로 향한다. 몇 달 다니다 보니 수영이 끝나면 너무 허기가 진다는 걸 깨닫는다. 알람을 5시로 바꾸고 새벽부터 삼겹살을 구워 아침 도시락을 싸다닌다. 


  이토록 치열하게도 수영을 고수했던 건 답답함 때문이었다. 물은 내게 놀이터였다. 머리끝까지 물에 잠겼을 때의 통쾌함이 좋았다. 다 젖어버렸구나. 마음껏 젖고 흐트러지고 망가지고. 두둥실 가벼워질 수 있는 물은 어린 내게 숨 쉴 구멍을 내주었다. 빈틈없이 나를 메우는 물속에서 나는 빈틈없이 온전한 내가 된다. 머리가 복잡한 날에도 한바탕 몸을 움직이고 나면 다 별거 아니라는 듯 마음이 개운해졌다. 그렇게 조금은 느슨해진 눈으로 바라보는 말간 아침을 사랑했다. 매일 아침 나를 품어준 물 덕분에 나는 분명 세상을,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되었다. 

  이후 부산을 떠나 대전, 서울에 살며 여러 수영장을 전전한다. 새벽의 수영장은 어디든 특별한 매력이 있다. 뭉근한 소독약 냄새, 참방참방 발차기 소리, 산뜻한 물의 감촉, 동그랗게 수모를 쓴 얼굴들. 나는 새벽의 수영장에서 피어나는 소란스러운 생명력이 좋다. 꼭 그 때문에 어느 동네건 마음에 드는 수영장을 찾았을 때에야 일상은 내가 발 붙인 그곳에 빠르게 뿌리내렸다. 수영장과 그곳에서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은 내 일상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단단한 땅 위에 마음을 풀어놓고 나는 마음껏 헤엄쳤다. 


  답답함과 자유로움, 내게 숨 쉴 구멍과 같았던 새벽 수영은 그 자체로 내게 큰 즐거움이다. 운동 가기 싫은 날에도 수영장을 나서는 순간에 느낄 개운함과 노곤함, 반가운 감각들을 떠올린다. 그러면 내게 새벽 수영은 해치워야 할 과제가 아니라 설레는 데이트처럼 느껴진다.  


  그러고도 운동이 하나도 즐겁지 않은 날에는 두번째, 내 자존심을 건드린다. 나는 책임감과 자존심이 세다. 그래서 약속한 건 꼭 지키려는 성향이 크다. 수영과 달리 의지력이 더 필요한 달리기의 경우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꼭 인증을 한다. 누가 내 스토리를 보고 일일이 체크하겠냐만은 내겐 그 사소한 장치가 하루 쉴까, 주저하는 나를 슬쩍 등 떠미는 아주 유효한 제어판이다. 

  당신은 어떤 것에 예민한 사람인가? 즐거움, 자존심, 벌금(페널티), 약속(책임감), 경쟁심(내기), 명예, SNS 인증(관심과 인정), 다른 형태의 즉각적인 보상 등. 자신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페인 포인트만 잘 알고 찔러도 아주 사소한 장치들로 적절히 당근과 채찍으로 활용할 수 있다. 어디서부터 힌트를 얻을지 막막하다면 나의 기쁨과 슬픔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부해보길 추천한다. 달리기를 예로 들자면, 달리고 난 뒤 구체적으로 왜  기쁜가? 마라톤 대회에 나가서 완주하고 기록을 세우는 성취감이 특히 좋은지, 친구들과 함께 달리는 데에 큰 의의를 두는지, 혹은 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행위 자체가 그저 즐거운 사람일 수도 있겠다. 좋은 게 왜 좋은지, 혹은 싫은게 왜 싫은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전략적 양다리: 꼭 한 가지 운동만 하라는 법 있나요?



  월수금 새벽이 수영이라면 화목은 달린다. 자 우선, 지금까지 새벽수영 예찬을 해놓고 주에 이틀씩이나 딴짓을 하는 것부터 해명하겠다. 전체적인 루틴 설계에도 큰 노하우가 될 세 가지 이유다.  


  첫째, 달리기도 잘하고 싶어졌다. 8년 전엔가 철인 3종 경기를 준비한 적이 있다. 그때도 이미 내 일상은 풀루틴 상태였는데, 달리기 연습은 해야겠고 빈 시간을 찾다 결국 새벽을 수영과 셰어 하게 되었다. 내가 루틴을 ‘설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단순히 하고 싶은 게 많아서다. 무언가를 꾸준히 해서 실력을 쌓는데 욕심이 많다. 꾸준히 하려면 일상을 할애해야 하고 그러려면 전체적인 시간 안배가 필요하다. 앞으로 이어질 내 다른 루틴은 대게 [A. 새롭게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 B. 하루 일과 중 빈 시간을 만든다] 식의 [A. 문제(혹은 동기) 발생 -> B. 해결책] 형 접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10여 년이 쌓이니 하루가 이렇게 촘촘해졌다.  


  둘째, 매일 같은 것만 하면 지겹다. 루틴은 오늘을 내일 같이 내일을 어제 같이 일상의 항상성을 높이는 일이다. 단조로워질 수밖에. 이 쳇바퀴 속에 미래의 내가 지쳐버릴 확률이 농후하다. 이 반복이 조금이라도 덜 지루하도록 변주가 필요하다.  

  어떤 루틴은 하루씩 변주를 주는 것이 그리움과 설렘면에서 효과적이다. 나는 수영이 참 좋지만 이 수영을 한두 달 열렬히 하고 말 게 꾸준히 오래 하고 싶다. 화요일에 수영을 하루 쉬면 밤쯤엔 또 슬쩍 수영 생각이 난다. 마침 내일은 수영장 가는 날이네! 괜히 또 설레는 마음으로 수영가방을 챙긴다. 내 나름의 밀당이랄까. 


  이 방법이 또 좋은 게 배수의 진을 쳐준다. 날이 춥거나 생리를 한다거나, 어떤 이유로 수영이 정말 하기 싫은 날이 있다. 그럴 땐 선심 쓰듯 내게 달리기라는 카드를 내민다. 수영하기 싫은 날엔 뜀박질이라도 하고 달리기 싫은 날엔 수영이라도 하자. 이러면 괜히 양보받은 기분이 드는데, 사실상 새벽의 운동 타임을 수영이냐 달리기냐 돌려 막기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일을 할 때도 유용하다. 왼손에 하기 싫은 일과 오른손엔 더 하기 싫은 일이 있으면 그나마 하기 싫은 일이라도 하게 된다. 최악을 피한 차악이 때론 최선처럼 느껴져 금세 만족해한다. 인간은 단순하다. 


  셋째, 체력향상의 목적을 위해서도 퐁당퐁당은 전략적이다. 대게의 스포츠는 주로 쓰는 부위만 쓴다. 달리기면 하체 중심이겠고 수영은 보통 전신 운동이지만 영법에 따라 편중될 수 있다. 그런데 운동에는 ‘하는 것’뿐 아니라 ‘쉬는 것’도 중요하다. 운동 스케줄을 짤 때 근육을 쉬어주는 휴식 시간도 고려한다. 같은 부위만 매일 쓰기보다 격일에 한 번이라도 번갈아가며 쓴다. 같은 맥락에서 주말은 일부러라도 운동 루틴은 off 하고 푹 쉬거나, 수영 달리기 말고 내키는 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며 논다.  



  

  특히 운동 루틴에 관해서는 나는 최후의 보루로 매번 이 짤을 떠올린다. 그녀의 수많은 새벽을 떠올리며 이제 그만 운동복을 챙겨 입길.  



  +보너스! 여기서 궁금한 게 있다.

팽팽한 집중력의 새벽타임을 지적활동이 아닌 운동하는 데 쓰는 게 효율적인가? 운동은 집중력이 흐릿해질 오후나 저녁에 하는 게 낫지 않나? 루틴 설계에는 내 하루의 컨디션을 전체적으로 보는 시야 또한 필요하다. 자, 다음에는 하루 한 가지씩 꼭 성과를 내는 법, ‘One Thing’ 비법으로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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