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농업혁명/ 7. 메모리 과부하(205~207쪽)
"일명 벽돌책으로 불리는『사피엔스』, 구입한 지 2년 됐으나 쉽게 손에 안 잡혀 숙제로 남아있었다. 올해도 안 읽을 게 뻔하다. 읽어낼 무기가 필요하다. 찾은 것이 '통필사', 손필사가 필사의 정석이다만 자신 없다. 안나카레니나 통필사를 손글씨로 한 적 있는데 쉽지 않았다. 기간에 대한 약속은 없다. 하루 한 페이지든 두 페이지든 써 '완독'을 대신할 거다. 꼭! 2025.01.10.
제2부 농업혁명
5. 역사상 최대의 사기 132
6. 피라미드 건설하기 160
7. 메모리 과부하 190
8. 역사에 정의는 없다 208
[필사와 단상]
7. 메모리 과부하
여러 세기가 흐르면서 자료를 처리하는 관료주의적 방식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사고에서 더욱더 멀어졌고, 더욱더 중요해졌다. 결정적인 단계는 9세기 이전의 어는 시점에 왔다. 수학적 데이터를 전에 없이 정확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불완전한 문자체게 하나가 새로 발명된 것이다. 그것은 바로 0에서 9에 이르는 열 개의 기호로 이뤄진 체계였다. 인도인이 처음 발명했음에도 아라비아 숫자로 알려져 혼란을 부르는 그 숫자들이다(더욱 혼란스러운 점은 오늘날 아랍인들은 서구와 사뭇 달라 보이는 숫자체계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랍인의 공로도 있는 것이, 그들이 인도를 침공해 이 체계를 보았을 때 그 쓸모를 알아차렸고, 그것을 더 다듬어서 중동으로, 나중에는 유럽에까지 퍼뜨렸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 아라비아 숫자에 더하기, 빼기, 곱하기 등의 부호가 추가되면서 현대 수학적 표기법의 기반이 출현하게 되었다.
이 쓰기 체계는 여전히 불완전한 문자체계이지만, 세계의 지배언어가 되었다. 거의 모든 국가와 회사, 기구와 조직은-아라비아어, 힌두어, 영어, 노르웨이어 할 것 없이-데이터를 기록하고 처리하기 위해서 수학적 문자체계를 사용한다. 수학적 문자체계로 번역할 수 있는 모든 정보는 엄청난 속도의 효율로 저장되고 펼쳐지고 처리된다.
정부가 기구, 회사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싶은 사람은 숫자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전문가들은 심지어 '빈곤' '행복' '정직' 같은 개념도 숫자로 번역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빈곤선' '주관적 발행 주준' '신용등급'), 물리학이나 공학의 경우 해당 지식 분야 전체가 인간의 말과의 접촉을 거의 잃어버리고 오로지 수학적 문자체계에 의해서만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 수학적 문자체계는 더더욱 혁명적인 쓰기 체계를 출현시켰는데, 이 컴퓨터화된 2진법 문자체계는 오로지 0과 1로만 구성되어 있다. 내가 자판에 치고 있는 단어들은 컴퓨터 속에서는 0과 1을 다양한 방식으로 조합해 쓰이고 있다.
쓰기는 인간의 의식을 돕는 하인으로 탄생했지만, 점점 더 우리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 컴퓨터는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말하고 느끼고 꿈꾸는지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우리는 호모 사피엔스에게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숫자 언어로 말하고 말하고 느끼고 꿈꾸라고 가르치고 있다. 결국, 컴퓨터는 지능과 의사소통이라는 분야에서 인간을 능가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호모 사피엔스를 세계의 지배자로 만들어 준 분야에서 말이다.
5천 년 전, 유프라테스 계곡에서 괴짜 수메르인들이 데이터 처리 과정을 인간의 두뇌에서 점토판으로 옮겼을 때 시작된 일들이 이제 실리콘벨리에서 태블릿의 승리로 마무리되려 하고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인류는 존재하기는 하지만 더 이상 세상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상의 새로운 통치자는 0과 1로 길게 늘어선 이진수들이 될 것이다.
쓰기 체계는 여전히 불완전한 문자체계이지만, 세계의 지배언어가 되었다.
아리비아 숫자는 숫자 개념의 기초교육으로 매우 중요하고, 숫자가 기본이 되는 각종 수학 공식의 원리를 이해하고 풀어가는 과정에서 얻는 수학적 사고의 발달은 우리 일상에서의 문제해결 능력을 향상시킨다. 하지만 '수포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많은 수의 사람이 수학을 어려워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교육이 중요시되는 것은, 세계의 언어가 돼 있는 숫자가 미치는 문화적 영향 때문이다. 현대는 정보화 시대이다. 아라비아 숫자는 정보 기술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