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

by 정명재

자신의 죄를 망각해 버린 사형수는

혼란 속 스스로의 기억과 내면을

깊이 아주 깊이 파고들었다


간수는 ​어떤 남자를 죽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코 기억나지 않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하필 왜 이걸 잊어버린 걸까


​날이 되어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

사형수는 임없이 두려움에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도 더한

자신의 끔찍한 행동에 대한 미지의 공포

그럼에도 끝끝내 기억해내지 못하는

비겁하고 역겨운 스스로에 대한

감히 이 모든 죄에 대하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죄책감


그의 마음은 미 지옥에 있었고

단두대의 칼날은 구원이


그는 마지막까지 기도한다

부디 누구든

나를 용서하지 마시길


형은 집행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진범이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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