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죄를 망각해 버린 사형수는
혼란 속에 스스로의 기억과 내면을
깊이 아주 깊이 파고들었다
간수는 어떤 남자를 죽였다고 한다
하지만 결코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어떤 식으로 죽었는지
어떤 표정이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나는 대체 왜 이런 짓을 한 걸까
하필 왜 이걸 잊어버린 걸까
날이 되어 형이 집행되기 전까지도
사형수는 끊임없이 두려움에 떤다
자신의 죽음에 대한 공포보다도 더한
자신의 끔찍한 행동에 대한 미지의 공포
그럼에도 끝끝내 기억해내지 못하는
비겁하고 역겨운 스스로에 대한 경멸
감히 이 모든 죄에 대하여
죽는 게 나을 정도의 죄책감
그의 마음은 이미 지옥에 있었고
단두대의 칼날은 구원이었다
그는 마지막까지 기도한다
부디 누구든
나를 용서하지 마시길
형은 집행되었다
그리고 다음 날 진범이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