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방2036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문서점

을 만들고 싶어요. 상호명은 책방 <볼쇼이> 혹은 책방 <하라쇼>

by MJ Lee


# 1.


이 시국에 러시아라는 단어를 사용하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그 옆에 나란히 우크라이나라는 단어를 놓으면서 사실은 조금 더 용기가 필요했다. 이것만으로도 마음이 불편한 누군가가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그림책 작가 올가의 글로 대신 양해를 구한다.


나는 사람을 민족 소속으로 나누지 않는다. 민족이 아닌 행동이 사람을
정의하기 때문이다. 많은 러시아인들도 전쟁을 반대한다는 것을 안다.


[전쟁일기] pp.14-15 / 올가 그레벤니크 글‧그림 / 정소은 옮김 / 이야기장수 / 2022


# 2.


스스로도 "어렵겠지? 이게 될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 그래도 우리나라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문 책방이 하나쯤은 있어야지."라는 생각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가 없다.


특별군사작전이라는 이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러시아는 전 세계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렇지만, 러시아 문화, 예술, 문학의 가치와 아름다움은 지금도 유효하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나의 애정은 여전하다. 소련이 무너진 지 30년이 넘었지만, 우리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멀다. 오해와 편견도 상당하다. 그 간격을 조금은 말랑말랑하게 좁혀주는 그런 책방이면 좋겠다.


문화, 예술, 종교, 문학, 역사, 그림책, 그래픽 노블 등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조금 더 범위를 넓힌다면 중앙아시아 '스탄'나라들과 관련된 책을 소개하고 이들을 주제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책방이면 좋겠다. 책 제목이나 핵심 내용은 러시아나 우크라이나가 아니지만, 본문 중에서 두 나라가 언급되고 다뤄지는 서적들은 꽤 많다. 그런 책들까지 함께 서가에 놓고 싶다.


# 3.


책방 <볼쇼이> 혹은 책방 <하라쇼>가 어떨까 생각했다.


볼쇼이 발레단으로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단어 '볼쇼이 большой'는 형용사로, 기본적인 사전적 의미는 big이다. 동시에 grand, large, great, major 등의 뜻을 갖고 있다. 작은 책방과 어울리는,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낯설지만은 않은 단어라 괜찮을 것 같다. 원래 발음은 [쇼이]가 맞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미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단어라 볼쇼이라 해야 할 것 같다.


'하라쇼 хорошо'는 부사로, good, well, fine 등의 뜻을 갖고 있다. "프쇼 부짓 하라쇼 Все будет хорошо (Everything will be fine.)."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한다.


# 4.


고등학교는 이과생으로 마쳤다. 재수를 시작하고 며칠 되지 않아 문과로 전향했고, 노어과에 원서를 넣었다. 러시아의 시베리아에서 11개월,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27개월을 보냈다. 대학원(석사)은 러시아학과를 졸업했다(논문 주제는 우크라이나에서 경험한 축제/축일이다). 캐나다에서의 12개월은 우크라이나 이민자 공동체와 가까이 지냈다. 직장생활 18년 동안 무관한 일을 하고 있지만(러시아어를 전공했다는 죄로 28개월 동안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여전히 내 정체성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갖고 있는 지분은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문 서점을 누군가는 하나 만들고, 운영해야 한다면 내가 되는 게 맞지 않을까.


# 5.


속히 전쟁이 끝나고 평화로운 일상이 회복되기를 기도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구들책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