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 동안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주최해 온 가장 큰 책문화 축제입니다."
그래도 과거에 한두 번 즈음은 와본 적이 없지는 않을 것 같은데,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엄청난 인파에 깜짝 놀랐다. 그냥 되돌아갈까 잠시 고민이 들 정도였다. 책을 애정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단 말인가. 성경에서 고약한 왕비의 협박에 못 이겨 멀리 도망친 한 선지자가 나무 아래 주저앉아 신에게 "이제는 그만 죽여달라"라고 했는데, 신이 "너와 같은 부류의 선지자가 7천 명이나 더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이런 느낌이었을까. 여전히 책을 좋아하고 책 편에 서 있는, 나도 모르는 다수의 동지들이 존재하는 느낌. 이 정도라면 <책방2036>도 콘셉트만 잘 잡고 열심히 하면 어찌어찌 되겠는데 하는 생각도 들었다. 너무 나갔나.
'제주'와 '러시아'라는 독특한 접점 때문이었겠지만, 제주에 거주하며 활동 중인 러시아 일러스트 화가 Nika Tchaikovskaya의 <해녀리나> 시리즈가 인상적이었다. 반가웠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다. 남편 Sergey는 벨라루스 출신이라고 했는데, 만약에 제주에 <책방2036>을 연다고 하면, 좋은 협업 파트너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녀 할머니의 보물"의 편집 란에 아는 선배 이름도 있어서 인사를 전해 달라는 부탁도 했다. 집에 와서 생각해 보니 핸드폰 번호가 없는 명함을 주는 바보짓을 했지만.
늘 가보고 싶었던 소전서림의 맛을 잠시라도 볼 수 있어서 좋았고, 웍스라이프(WorkxLife)의 다양한 다이어리는 나중에 <책방2036>에서 판매를 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을 다루는 365Books도 인상적이었고, 지나가기도 힘든 작고 좁은 공간에서 차분히 때로는 열렬히 소통하는 독립출판 코너도 짠하고 재미있었다. designsagang의 유어시티 시리즈에 참여해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12년 후에는 <책방2036>도 도서전 어딘가에 자리를 틀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