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번째 ©Myeongjae Lee
KE1121.
13:30, 탑승구 10→9, 좌석 48A
(KE1193, 18:20)
건강검진을 했다. 이른 아침 검진센터에 가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다. 수면 위내시경을 하고 깨어나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같은 나이대 다른 분들에 비하면 위점막이 되게 예쁘세요. 술 담배는 안 하시죠?" 하며 칭찬을 했다. 물론 역류성식도염과 붉은 반점 두 개가 있어서 한 달 치 약을 처방받았지만. 아무튼 위점막이 예쁘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들어봤다. 그래도 이 나이에 어딘가 예쁜 구석이 하나라도 있다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검진을 마치고 구청에 볼 일이 있어서 갔는데, 생각보다 일이 빨리 마무리되었다. 계획을 바꾸어 바로 김포공항으로 향했다. 다소 무리가 되는 상황이기는 했지만, 공격적으로 비행기표를 바꾸었고, 13:10에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해 13:30 비행기를 탔다. 목이 타서 '음료시간'이 오자마자 보리차와 콜라를 각각 한 잔씩 달라고 해서 단숨에 마셨다. 대한항공 타기를 잘했다. 아니었으면 제주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타는 목마름이 해결되지 못했을 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국내선 음료 서비스는 항공권이 저가항공사보다 만원 이상 비싼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공항에 내려서도 약간 무리를 했다. 건강검진 때문에 어제저녁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가장 가까운 버스시간이 25분 남았는데 밥 같은 뭐가 먹고 싶었다. 1층에서 국수를 한 그릇 얼른 먹고 달려가 버스를 탔다. 516 도로를 타는 버스였으면 혹시나 토할까 봐 참았을 텐데, 평화로를 타고 가는 노선이라 가능할 것 같았다.
다소 무리를 좀 했더니, 오후시간이 선물처럼 왔고, 배도 채워졌다.
가끔씩, 적당한 무리는 해도 괜찮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