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망구소 / 옮긴이 양미래 / 필로우 / 2022
25년 이상 일기를 써 온 사람이 세라 망구소 뿐만은 아닐 텐데, 무엇이 그녀의 일기와 글쓰기를 특별한 것으로 만드는 것인지 궁금했다.
기록하지 않거나 기록하지 않는 것을 견디지 못하는 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약간 다른 방식이기는 하지만 나도 기록에 꽤나 집착하는 류이기도 해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 모든 것을 기록하고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힘닿는 데까지 나와 내 주변의 삶을 글로, 사진으로, 각종 자료들로 남기고 싶다.
p.7 아무것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게 내가 가진 가장 큰 문제였다. 내게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지 않고 하루를 마감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
p.8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 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
p.32 그리고 현재에, 기억을 동원하지 않아도 되는 유일한 시간인 현재에 몰두하라.
p.87 기억상실로 2년가량 곤란한 시간을 보내고 났더니, 내가 잊고 있는 모든 것에 대해 덜 걱정하게 되었다. 이번 주에는 우유 사는 것을 잊어버렸다. 지난해에는 납세 신고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래도 나는 계속 살아간다.
p.92 이제 나는 망각이 내가 삶에 지속적으로 관여한 대가임을, 시간에 무심한 어떤 힘의 영향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p.111 (옮긴이의 말) 세라 망구소는 『망각 일기』를 통해 내부 세계를 기록하고 자신의 삶을 효과적으로 보존하는 데 성공했다 - 《뉴요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