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2036>의 영역이 시작되는 곳에서부터 입구로 연결되는 길에는 돌을 깔고 싶다. 유럽의 옛 도시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반질반질하고 네모진, 손바닥 크기만 한 돌이 박힌 길.
오랜 시간 책방을 진심으로 애정하고 소중하게 대해주신 단골손님들이 있다면, 비록 소수겠지만, 사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그분들을 기억하고 싶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해 본 것이, 작은 금속 기념판이다. 손님의 이름과 생몰연도, 좋아했던 책(작가)이 적힌 담백한 기념판을 만들어 책방 앞길의 돌 하나를 빼고 그 자리에 채워드려도 좋겠다 생각했다. 물론, 그러려면 대를 이어서 책방을 운영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한 일일지부터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소통하는 방명록도 고민해 본다.
방명록을 펼쳤을 때 왼쪽 면은 글을 쓰는 란으로, 오른쪽 면은 비워진 페이지로 남겨 두어 소통하는 지면으로 만들어도 좋겠다 싶었다. 누군가 작성한 글에 10년이 지나서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 그 댓글에 또 10년이 지나서 대댓글이 달리는 일들도 있지 않을까. 그 누군가의 아이들이 20년 뒤에 댓글을 다는 일도 있을 수 있고. 테이블 위치나 책장의 위치를 절대 고정시키고, 그 자리에 계속 방명록들이 쌓이도록 한다면, 본인이 과거에 쓴 글들을 찾기도 수월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러다 보면 '내' 테이블, '내' 자리도 생길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물론, 그러려면 대를 이어서 책방을 운영해야 할 것 같은데, 그게 가능한 일일지부터 먼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겠다.
현실적으로, 물리적으로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뭐, 뭐든 상상해 볼 수 있으니까. 아무튼, <책방2036>의 핵심 콘셉트 중 하나는 '기억'이 되면 좋겠고, 기억과 추억이 은은하게 꽉 찬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