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여섯 번째 ©Myeongjae Lee
OZ8983, B767-300
19:00→19:20, 탑승구 17, 좌석 45A
"우리가 잘해야 하는 것은 선택 그 자체가 아니라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이야.
그리고 그 노력을 다했다면 후회하지 않고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돼.
선택과 책임이 반복되는 거, 그게 인생 아닐까?"
<굿파트너> 제16부 마지막화에서 차은경 변호사가 후배 변호사 한유리에게 한 말이다.
23년 9월, 선택의 후폭풍은 생각했던 것보다 강했고,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리고 지금, 그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을 잘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후회라는 것을 그닥 적극적으로 하는 삶을 살지는 않았는데, 만약 그 시점으로 시간을 되돌린다면, 어쩌면, 다른 선택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훗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그리고 후회가 없도록, 이 선택을 옳게 만드는 노력을 조금은, 조금은 더 해야겠다.
드라마를 그렇게나 많이, 그것도 늘 진심으로(대사 하나하나, 표정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보는데, 내 글은 왜 늘 제자리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OTT 플랫폼들 덕분에 제주 오가는 열두 시간이 그래도 조금은 가벼워진다.
지난 수요일, 둘째는 뮤지컬 <하데스 타운>을 보기 위해 엄마와 함께 당일치기로 서울을 다녀갔다. 비록 얼굴은 못 봤지만, 육지 오는 비행기에서 찍었다며 돌아가는 길에 사진을 보내왔다. 이런 방식의 애정표현과 마음 씀, 응원이 늘 고맙고 힘이 된다. (물론, 아빠의 브런치 기록과 관련이 있는 것인지 사실관계를 특정하기는 어렵다.)
며칠 전.
점심 먹고 사무실 들어가는 길에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어머니가 먼저 전화를 하는 일은 극히 희귀한 일이라,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어머니는, 어젯밤 11시 15분 즈음에 전화벨이 울렸는데 못 받았다고, 전화했었냐 물으셨다. 아니라고 했다. 뭐가 걱정이 되셨는지, 아침부터 연락을 하고 싶었는데, 점심시간까지 참았다 전화하는 거라 하셨다. 나는 무슨 다른 일이 있는 건 아니냐고 되물었다. 아니라고 하셨다. 사무실에 앉아 어머니의 멘트들을 가만히 곱씹어보니, 뭐라 말씀은 안 하셨지만, 혹시나, 아들의 마지막 전화라 생각하신 건가 싶었다.
"그래도 생각해 봐라. 너는 감사할 게 참 많지 않냐. 감사한 것들을 늘 기억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본다. 요즘 나는 , 주변 여러 사람들에게, 완전 민폐 캐릭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