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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J Lee Oct 20. 2024

2024. 10. 11.

서른여덟 번째 ©Myeongjae Lee

KE1227, B737-900

20:30→20:45 지연출발, 탑승구 8, 좌석 52F


©Myeongjae Lee


그다음 월요일부터 일주일 짜리 부서 행사가 시작되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가족들을 보고 오는 게 맞겠다 싶어서 항공일정을 조금 타이트하게 잡았다. 제주공항에서 급행버스 막차를 탈 수 있는 거의 마지노선의 제주행 항공권과, 평소보다 3~4시간 앞선 김포행 항공권을 구입했다. 


6시가 되자마자 서둘러 나가는데, 하필, 바로 위 결재권자께서 옆 부서에서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계셨다. 흐음. 제주 가는 날에는 보통 1~2시간 일찍 조퇴를 하고 나가는데, 조퇴하고 퇴청할 때보다 정시퇴근하고 가는 오늘의 상황에 뒤통수가 더 따갑게 느껴졌다. 그냥 기분 탓인 거겠지. 


지하철을 타고 한참을 가다 환승역에 내려 김포공항행 열차를 기다리는데, 바로 하나 더 위 결재권자를 만났다. '근거리에서 보았다'는 표현이 맞겠다. 순간, 인사를 드려야 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 한 정거장이니까.

열차가 플랫폼에 거의 멈춰 섰을 때 다가가서 인사를 드렸고, 열차 안에서 제주 가는 자초지종을 설명드리고, 다음 역에서 다시 인사를 드리고 내렸다. 만약, frankly speaking, 먼 길을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마음으로만 인사를 드리지 않았을까 싶다. 혹시나, 만약, 먼저 나를 알아보시고 (나를 배려해 주시느라) 일부러 지나치신 것이었다면, 내가 인사를 드린 게 실례가 되는 일이었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나도 '일'로서만은 늘 최선을 다해 윗분들을 대하지만, 그냥 일상적인 상황에서도 허허 잘 웃고, 너스레도 잘 떨고, 때로는 살갑게 굴고, 가끔 식사하러 가시자, 술 한잔 하시자 가끔 모시기도 하고, 이래저래 기분도 잘 맞춰드리고 그래야 할 텐데, 그게 참 어렵다. 옛 직장동료 말마따나 "우리는 그래서 이번 생에는 안 되는" 거 같다. 



제주에는 중요한 미션이 기다리고 있었다.

포획에 실패한 둘째 방의 거대 바퀴벌레 잡기. 눈앞에서 바퀴벌레를 놓친 이후로 녀석은 자기 방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며칠째 거실에서 난민생활을 하고 있다. 어제는 엄마 사무실에 따라가서 종일 책을 보고 왔단다. 꼭 잡아주고 와야 할 텐데. 그놈이 다시 나타나줄지 모르겠다.



첫째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는 것 같다.

나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될 때마다 늘 꾸는 꿈이 있다. 고등학교 시험기간, 수학과 물리 두 과목의 시험범위를 끝까지 다 공부하지 못한 채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꿈. 거의 30년 동안이나 일 년에 서너 번은 똑같은 상황을 꿈속에서 만난다. 며칠 전 새벽의 그 꿈이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가는 올해의 마지막 꿈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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