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03.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서부두남길 9-1
비록 무화과나무는 못 보았지만, 무화과호두스콘 맛은 못 보았지만, 만족스러웠다.
격자창 사이로 보이는 풍경이 유난히 예뻤다.
돌담과 동백나무. 그리고 유리창에 반영된 조명등, 테이블, 의자, 묶인 커튼, 반대편 벽면의 격자창까지도. "여기 제주야!"라고 말하는 듯, 이곳이 제주임을 실감하게 해 주면서 마치 미지의 세계와의 경계 어딘가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돌담의 초록과 하양 틈 사이사이로는 생기(生氣)가 휘휘 드나드는 듯했다.
<무화과한입>은 나름의, 세 개의 독립된 공간으로 구분이 되어 있었다.
중앙의 담백한 카페 공간, 두 개의 벽면에 붙어 있는 카페·북카페 半半공간, 그리고 책방 공간. 각각의 공간이 하나로 어우러져 이곳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무화과 세 입' 중에 가장 탐이난 곳은 책방 공간. 제주어르신그림책학교와 함께 꾸민 그림책 큐레이팅 세션도 인상적이었다. 그림책, 글쓰기 관련 책들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주인 분께서 그림책과 관련된 일이나 작업을 하시는 게 아닐까 싶었다.
아, 그리고 토실토실한 길고양이 두 마리.
점점 더 멀어져만 가는 희망이지만, <책방2036>도 손님들에게 이렇게 아늑하고 포근한 곳으로 경험되면 좋겠다. 그리고, 잠시 멈춤과 안식, 자기 돌봄과 자기 돌아봄, 깜빡 잠듦과 멍 때림이 공존하는 그런 공간이면 좋겠다.
여전히 포기를 모르고, 욕심도 많고, 꿈도 야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