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방2036

인스크립트

2025.6.20./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225, 3층

by MJ Lee


문득 <스우파>가 떠올랐다.

무대 밖, 무대 뒤의 묵묵한 댄서들을 무대의 주인공으로 조명한 <스우파>와, 웬만한 서점이나 도서관에서도 쉽게 마주치기 어려운 '희곡'을 주인공으로 삼은 희곡전문서점 <인스크립트>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가 맞나?" 하며, 허름한 건물의 좁고 어두운 계단을 오르니 새빨간 쇠문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문을 잡아당겨 책방으로 들어서는 순간, 전혀 다른 새로운 시공간으로 옮겨간 것 같았다. 빨간 카펫과 빨간 방석, 빨간 스탠드와 빨간 음료제조기. 빨간 원형테이블과 빨간 의자, 무대의 막을 연상케 하는 빨간 커튼, 그리고 책장을 가득 메운 지만지드라마의 핑크 희곡들까지. 무엇보다, 여느 책방들과는 다른 우렁찬 음악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다.


예전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니(아래 링크), 두 분의 사장님들이 모두 연극계에 종사하고 계신 듯하다. 이렇게 특정 분야의 전문서점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보면 고개가 저절로 숙여진다. 잔잔한 감동과 왠지 모를 고마움이 느껴진다. '러시아&우크라이나'라는 키워드의 책방을 고민하고 있는 나로서는 격려도 된다.


지만지드라마 시리즈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출판되고 있는지 몰랐다. 사실, 보물단지를 찾은 것처럼 기뻤다. 러시아 작가의 작품들이 무려 서른두 권이나 있었다. 10년 뒤 <책방2036>을 오픈할 즈음에는 더 많은 작품들이 번역되어 있지 않을까. 모두 책방 큐레이션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렜다. 학부 때 '작품명'만 들어보았던 불가코프의 <조이카의 아파트>를 한 권 골랐다.


계산할 때, 책갈피도 그냥 "가져가세요."가 아니라, "세 개 중 마음에 드는 걸로 하나 고르세요."라고 하신 것도 좋았다. 왠지 직접 고심하고 고른 거라 쉬이 다루지 않게 될 것 같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낭독회 모임에도 참여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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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ongjae Lee



(참고) https://www.artinsight.co.kr/news/view.php?no=71186

[Interview] 어서 오세요, 가장 가까운 무대에 : 희곡 가게 '인스크립트'의 박세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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