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방2036

스토리지북앤필름

2025.9.21. / 서울 용산구 신흥로 115-1 1층

by MJ Lee


기울어진 길 위에 약간은 불안정감을 주는, 회색 직사각형과 직각삼각형 사이의 투명 직사각형 안에 담겨있는 책방. 책방지기님께서 가끔 SNS에 올리는 정겨운 그 책방의 정면 사진을 오늘에야 나도 찍게 되었다. 기억 속 사진에는 약간 신비한 느낌을 주는 노란색 조명이 있었던 것 같은데, 다음에는 불이 켜지는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한 번 와보고 싶다.


KakaoTalk_20250922_162531479_03.jpg ©Myeongjae Lee


기억이 맞다면,

아주 오래전, 카메라, 아마도 중고 렌즈 관련해서 무언가를 검색하다가 스토리지앤필름의 존재를 알게 되었던 것 같다. 당시에는 책은 다루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시간이 지나 다시 우연한 계기에 책방으로 업종이 바뀌었다는 소식을 접했고, '독립서점'이라는, 당시에는 다소 생소한 개념이었던 새로운 형태의 책방에 대해 알게 되었다.

물론, 사실관계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내 기억 속의 스토리지앤필름은 '독립서점'이라는 단어와 늘 묶여서 떠오른다.


생각보다 공간이 좁았지만, 희한하게도 협소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작은 네모난 공간에서 책을 고르고 훑어보는 사람들 사이의 촘촘한 간격이, 무언가 유대감, 동질감을 만들어내는 듯했다.


그래서 <책방2036>이 크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위한, 책을 읽을 수 있는, 책을 나눌 수 있는 여유 있는 공간, 작은 갤러리 등등을 생각하다 보니, 상상 속 책방의 공간은 끊임없이 확장되기만 했는데, 오롯이 책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책방도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그리고, 역시 오프라인 책방의 묘미. '앙투안 볼로딘'이란 작가를 또 처음으로 만났다. 새로운 책, 새로운 작가와의 이런 우연한 만남은 책방에서 눈과 마음을 열고 시간을 보낼 때만 얻을 수 있는 선물이다. 뒷조사를 해보아야 알겠지만, 그의 이력과 소설 내용, 프랑스 이름과 러시아 성이 반씩 들어간 그의 필명을 보면, 그의 직계존속 누군가는 러시아와 어떻게든 닿아있지 않을까. 아무튼, <책방2036>도 사람들에게 이런 기쁨을 안겨줄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앞으로의 책방 독본』의 저자 우치누마 신타로의 말처럼, "앞으로 '책방'의 의무는, 가능한 한 책을 성실하게 고르는 일"(p.139)을 잘 해낼 수 있는 책방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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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ongjae Lee


해방촌이라는 공간에도 처음 발을 들였다. 기회가 되면 해방촌이라는 독특한 지역에 대해서도 공부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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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ongjae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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