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8.4. / 제주시 한경면 청수로 82-10 2층 201호
2층 컨테이너에서 청수리의 귤밭이 내려다보이는 <이립>의 '탁 트인' 첫인상은 차분하고 평화로웠다. 조용히 오래 머물다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이곳저곳에 다양한 모양새로 정갈하게 자리하고 있는 짙은 색 원목가구들은 그 첫인상에 안도감을 더해주었다.
카페의 시그니처 메뉴는 '이립 레터 서비스'.
익명의 수신자에게 쓴 나의 편지와 익명의 수신자에게 쓴 누군가의 편지를 교환하는 <이립>만의 서비스다. 제주라는 곳, 잠시만이라도 익명이기를 원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여행지와 나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지를 쓰고 봉투에 편지지를 넣는데, 혹여 내 넋두리만 읊은 것은 아닌지, 혹여 나도 모르게 결국은 꼰대 같은 소리를 하고만 것은 아닌지, 무언가 개운치는 않은 구석도 없지 않았지만, 소소한 내 삶의 이야기가 편지를 읽는 그 누군가의 마음에 풀 한줄기 스치는듯한 작디작은 공감으로라도 가 닿기를 바라며 봉투를 닫았다.
그리고,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쓴 서너 개의 편지 중에서, 편지 봉투에 '나 제주사람이오'라고 은근히 밝히고 있는 편지를 픽했다. "오늘 휴가를 쓰고 언니와 놀러 나왔습니다."로 시작된 편지는 "추신: 이거 쓰는 동안 언니가 비치된 '파란 지붕 할망'을 읽고 이거 슬퍼... 하다가 울었어요."로 끝을 맺었다. 편지 중간에 "언니와 같이 있으면 안 가본 곳에 가게 되고, 안 해본 걸 하게 됩니다."라는 말에 웃음이 지어졌다.
따뜻했고, 충분했다.
<책방2036>도 첫인상이 좋은 책방이면 좋겠다. 그리고, 그 첫인상으로 인해 '한 번 가 보고 싶었던' 책방이 '오래 머물고 싶은' 책방으로, '다시 가고 싶은' 책방으로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들에게 각인되면 좋겠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문득 어떤 기억을 떠올리게 해 주는' 책방만의 시그니처 서비스는 꼭 하나 필요하겠다 싶었다.
고민할게 참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