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책방2036

뜻밖의여행

2025.10.9. /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경수대로 713-1 1층

by MJ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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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eongjae Lee


연휴 마지막 날, 책방에 가고 싶다는 아이와 함께 오픈 시간에 맞춰 <뜻밖의여행>에 다녀왔다.

며칠 전, 함께 인천의 <문학소매점>에 들렀을 때, 좁은 공간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던 아이는 <뜻밖의여행>에 들어오자마자 책방을 쓱 한번 둘러보며 "(훗날 아빠가 책방을 하게 된다면) 이 정도 공간이면 좋겠다"라고 했다. 협소한 공간이 주는 어떤 '연대감' 또는 '동지(同志) 감' 같은 느낌이 좋은 사람이 있고, 남들의 시선이 닿거나 동선이 겹치지 않는 여유 있는 공간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대로변에 어떻게 이런 신비한 입구를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좁고 길게 난 길 끝으로 보이는 책방 현관은 마치 다른 세계로 인도하는 입구같이 느껴졌다. 책방 한편에는 가볍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내부라고, 외부라고 하기에도 다소 모호한 반즈음 독립된 별도의 공간도 있었다(실내에서 바깥 느낌을 낼 수 있을 것 같아 좋았다). 책방 안팎 공간에 많은 고민과 애정을 쏟으신 듯했다. 무엇보다, 색감과 질감이 비슷해서 마치 인테리어의 소품처럼 자연스럽게 책방 공간에 스며있는 피아노가 마음에 들었다.


<책방2036>도 내부와 외부 공간에 공을 많이 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책방의 철학을 잘 구현해 줄 수 있는 인테리어 업체나 디자이너를 찾아보는 일도 틈틈이 해야겠다. <뜻밖의여행>처럼 유니크하고, 방문한 손님들에게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는, 오래 머물고 싶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공간이면 좋겠다. 어쩌면, 책방의 분위기는 결국 책방지기의 애정과 온기에서 나오는 것 같기도 한데, 나도 그러한 분위기를 잘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언젠가 <책방2036>을 오픈하게 될 때는 지금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으면 좋겠다.


나는 헨리 페트로스키(폴란드계 미국인 엔지니어협회 회원 경력이 있었던 것을 보면, 왠지 이 작가도...)의 『책이 사는 세계』(서해문집)를, 아이는 정우영 시집 『순한 먼지들의 책방 』(창비시선)을 골랐다. 책방지기님께서 첫 방문 혜택으로 커피 한 잔 또는 5% 할인 옵션을 제안하셨고, 집에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온 고로, 우리는 5% 할인을 선택했다. 명절계기 100% 당첨 뽑기 기회도 주셨다. 덕분에 책방지기님이 캄보디아 여행 당시 구매했다는 냉장고 자석도 선물로 받았다. <뜻밖의여행>의 시그니처 아이템인듯한 책방여권도 하나씩 만들고, 도장을 받아 오늘 구매한 책 제목을 적었다. 대다수의 손님들은 여권을 책방에 놓고 다니는 것 같은데, 눈에 자꾸 보여야 또 가게 될 것 같아서, 집으로 들고 왔다.


연휴 마지막 날, 그리고 한글날에 책방을 방문하니 무언가 긴 연휴의 마침표를 잘 찍은 기분이다. 게다가 책방에서 시집을 구입하는 간지 나는 청소년이라니, 사랑스럽다. 얼마 전 청주의 한 책방에서 어른들이 선결제를 하고 청소년들이 그 금액만큼 무상으로 책을 골라 가는 시스템이 운영된다는 훈훈한 기사를 보았다(아래 링크). 기사를 읽고 보니, 청소년들의 발걸음이 잠시 멈추다 갈 수 있는 <책방2036>이 되는 고민과 노력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쌓일수록 욕심만 많아진다.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0028516519&code=61171511&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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