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ristina Jun 04. 2020

독일살이

#3 길거리 예술작품 감상하기

우리집 상전 구노는 하루에 두번 공식 일정이 있다.

회동 장소는 대부분 집 앞 1분거리에 위치한 공원과 논밭

그 곳에서 다른 집 개님들과 미팅을 갖기도 하고 가끔 나뭇가지를 차지하기위한 혈투를 벌이기도 한다.

상.남.자

걸음이 빠르고 지칠줄 모르는 이 분을 수행하기가 쉬운일은 아니지만

매일 만나는 새로운 하늘이 참 예쁘다.

좌상단부터 시계방향 1. 구노 축구장, 2. 구노 산책로, 3. 구노 똥간 4. 똥간에서 바라본 노을

산책로에서 넓은 밭으로 나가는 길목에 큰 통나무 하나가 누워있다.

코로나로 학교도 닫고 유치원도 닫아버린 그 언제부턴가

그 나무 위에 누군가 작은 돌맹이 하나씩을 올리기 시작했다. 근처 학교와 유치원의 꼬마들과 선생님의 작품인 듯 한데, 두개 세개 드문드문 놓여있던 돌맹이가 오늘보니 통나무 위를 빼곡하게 차지했다.

날뛰는 구노

하나하나 구경하고 싶은데, 구노는 난리가 났다. "나뭇가지를 던져라. 주워와라. 쓰다듬어라. 간식 내놔라!"

사람 말은 못하지만 사람보다 더 정확하게 의사표현을 한다. 곧 말 할까봐 무서워 ㅎㄷㄷ


자세히 들여다 보니 크기도 모양도 다른 돌에 각양각색의 그림을 그려놓았다.  

물고기, 무지개, 자동차, 팬더, 개구리, 강아지, 조개, 상어, 정체 모를 괴물...

우체국 마크를 그린 돌도 있고, Hope (희망), Stay Safe (안전하게 머물기) 같은 메세지를 써놓은 돌도 있다.

각자의 방법으로 나름의 위로를 전하고 메세지를 던지는, 이것이 바로 예술이다.

야외 미술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 같은 기분~

알록달록 돌맹이 작품들

그 중 성경 구절을 적어놓은 작은 돌맹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요히 믿고 의지하는 것이 힘을 얻는 길이다.”
이사야 30,15


Eure Kraft wird im Ruhebewahren und im Vertrauen liegen
Jesaja 30,15 

(이사야서 구절인데 잠언(Sprüche)이라고 잘못 써 놓으셨네...^^)


슬슬 코로나에 지쳐가던 마음에 "고요히 믿고 의지하는 것이 힘을 얻는 길이다." 라는 문구가  위로가 되어준다. 언젠가는 끝이 날거라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지치니까 ㅠㅠ

PT 체조나 단체 기합 받을때, 누군지는 모르는데 꼭 마지막 구호 붙여서 횟수를 늘리는 놈들이 있는 것처럼, 꼭 한 두 사람이 정신안차리고 여기저기 코로나를 옮겨대며 일상으로의 회복을 늦추고 있는 듯...


구노 덕분에 꽤나 그럴듯한 길거리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들어왔다.

생각지 못한 곳에서 불쑥 만나는 소소한 기쁨이 유독 반갑고, 일상을 정겹게 만든다.

오늘 하루의 모든 시간, 모든 순간에 감사를~

작가의 이전글 독일살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