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Aug 24. 2021
비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늘 행복 그 자체였다.
사람들은 비 오는 날에는 집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음악도 듣고... 음...
이렇다고 하는데
나는 비가 오면 무조건 나가고 싶다.
그 시작은 바로 이러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외출에서 돌아온 엄마 손에는
미도파 백화점 쇼핑백이 있었다.
밤이 되고 그다음 날이 되어도
그 봉투는 열리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그 봉투를 노려보다가 지쳐 갈 때쯤
엄마가 우리 3남매를 모아 두고 선포하셨다.
"이것은 우비라는 건데 비 오는 날에 우산 대신
입고 나가면 비에 젖지 않는다.
ㅇㅇ 이가 먼저 입고 작아지면 둘째, 셋째가
차례로 입도록 해."
그 후부터 비가 오는 날만 목 빠지게 기다리다가
이슬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재빠르게
우비를 입고 등교했다.
내가 보라색 땡땡이 비옷을 입고 사뿐 거리며
걸어갈 때 동생들은 울며 불며 내 뒤를 쫓아오고
있었다.
비 오는 날 비옷을 입는 게 너무 좋아서
무조건 달려 나가 첨벙거리며 동네를 활보하고
다녔다.
내 동생은 한 번만 입어보자며 눈깔사탕을
제시하며 사정했으나 그것 가지고는 안된다며
난 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왜 그리 성장이 빠른지 봄에 사주신 그 우비가
가을쯤 되니 손목 위로 잘록하게 올라갔다.
엄마는 가차 없이 나의 비옷을 동생에게
물려주셨다.
그런데 나보다 말랐던 한 학년 아래 동생은
그 비옷을 6학년 때까지 입었다.
그리고 5살 아래 남동생에게로 내려갔을 때
자기는 여자 꺼 안 입는다고 땡깡부려서
엄마는 파란색 비옷을 새로 사주셨다.
결론은 삼 남매 중 그 비옷을 제일 짧게 누린 건
바로 나.
나는 요즘도 비가 오면 나가고 싶다.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들으면서
마냥 걷고 싶다.
내 마음은 이러한데
비 오는 날 질척거려 나가기 싫다고 면박 주는
메마른 이공계 남자와 살고 있다.
오늘 내리는 저 비가
여러 생각나게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