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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땅땅거릴 명랑 엄마

사고 묻어두는 게 취미




음..  88년도 2학년 1학기 때에 투자론 수업을 들으면서 처음으로 주식 투자를 하게 되었다.


그 당시 대학 등록금은 68만 원이었는데 1학년 때부터

받았던 장학금을 모아 둔 게

100 만원이었다.


종잣돈 중에서 절반

그러니까 50만 원을 뚝 떼어서

한 종목을 샀다.

투자론 수업에서 배운 대로

시작을 해보았는데

아니 글쎄 계속 하락하여

잔고가 20만 원까지 내려가 버렸다.

투자론 교수를 찾아가 엉엉

울었다.

이게 뭐냐고... 책에서 배운 대로

했는데 이게 뭐냐고...

그때 S교수의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듣는 순간 귀에서

종소리가 띵~~~~

< 주식 시장은 이론대로 되지

않는 게 현실이지.>


오기가 났다. 20만 원에 남은

50만 원을 보태어 다른 종목으로 갈아탔다.


 지금처럼 증권사 앱을

깔고 잔고확인을 할 수 있는

시절도 아니다 보니 매일 증권회사를 가서 내 것 어찌 됬냐고 창구직원을 괴롭혀야 했다.  미안했다.

이렇게 대학생활을 주식의 노예로 살아선 안 되겠다 생각하여 큰맘 먹고 졸업 때까지

잊고 지내기로 했다.

가끔 뉴스에서 앵커가

종합주가지수가 올랐다 하면

그걸로 만족하고 있었다.


졸업하고 곧바로 은행에 취업하여 정신없이 지내다가

점심시간에 명동에 밥 먹으러

갔는데 증권회사가 보였다.


오래전 묻어둔 나의 주식이 궁금해졌다.

들어가서 여러 단계 거쳐 본인 확인하고  잔고를 보니...


세상에 대박이다.

70만 원 묻어 둔 게 3년 만에

170만 원이 되어 있는 것이다.

처음엔 앞자리가 잘못된 게

아닌가 몇 번을 확인했다.

그 자리에서 전량 매도했다.

더 쥐고 있는 건 욕심 같았다.

미련 없이 던졌다.


그 돈으로  동생에게 컴퓨터를

사주었다.

그리고 남은 돈은 내가 몸담았던 은행에 정기예금을

가입했다. 그 당시 예금 이율은

13%에 육박했었다.


10년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할 때 받은 퇴직금 중 일부인 1000만 원을 호기롭게

남편에게 주었다.

당신 맘대로 써! 하면서.

(내가 생각해도 멋지다.)

남편은 그때 내게서 받은 돈으로 주식을 했던 모양이다.

다행히도 지금껏 매도하지 않고 있던 덕분에 그게 효자처럼 올라 주었다.


그러나 남편이 모두 잘한 건 아니다. 자신이 갖고 있던 우리 사주를 내가 그렇게도 팔자 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계속 쥐고 있어서 내가 지금

못마땅하다.

한 가지는 남편은  결혼하자마자  갖고 있던 s전자 주식을 홀랑 팔아서 승용차를

사버린 실수도  했다.


나는 요즘 그 s전자 주식을 조금씩 사모으고 있다.

오늘도 1주를 샀는데 사자마자

좍좍 빨간불이다.

헌데 떨어져도 상관없다.

내가 오늘 산건 1주이며

10년, 20년을 바라보고 사고 있으며

내 손주에게 땅땅거리며 물려줄 작정이다.ㅎㅎㅎ


이만하면 멋진 할머니가 될

자격이 있지 않은가?


https://youtu.be/qUig7RX2o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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