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명랑엄마의 아침일기 Aug 22. 2021
엄마,
오늘은 엄마가 가신지 스무 해가 되는 날이야.
많이 슬펐고 여전히 그립지만
그래도 난 씩씩하게 잘 살아왔어.
아침에 보글보글 순두부를 끓이면서
엄마랑 늘 나누던 수다들이 모두 떠오르더라.
순두부 끓는 소리처럼 즐겁던 수다들.
엄마 보고 싶을 때 나는 화장실에서
몰래 울어.
음... 아주 가끔 그래.
그렇지만 슬퍼서가 아니고 엄마가 남겨준
행복한 기억들 때문에 그런 거야.
내가 대학 입학할 때 장미꽃 모양의 10돈짜리 금반지 주었던 거...
나중에 시집가서 내가 사고 싶은 거
있거나 급한 일 생기면 쓰라고 주셨잖아.
근데 엄마,
나 아직 그거 갖고 있지 뭐야. 그걸
팔 만큼 급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렇지?
근데 이제 손가락이 굵어져서 들어가질 않아.
잘 갖고 있다가 예림이 줄게.
내 주위엔 좋은 분들이 많이 있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분들도 많아.
감사하지?
그러니 먼 곳에서 내 걱정은 하지 마셔.
엄마가 나를 야무지게 키워 주셔서
난 어딜 가든 내 몫을 잘하고 있어.
살면서 자꾸 내 나이의 엄마를 떠올려봐.
난 이 나이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웬만하면 애써서 그것들을 이루어 보려고
노력해.
그런데 그 시절 엄마는 아버지의 공무원 박봉으로 삼 남매 키우기 참 힘드셨겠다 싶고
우리 엄마도 하고 싶은 게 많으셨을 텐데 싶어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게 가끔 슬퍼.
엄마,
돌아가시기 전날 나랑 통화했잖아.
목사님이 심방 다녀가셨는데
왠지 그냥 눈물이 나네.. 하며 훌쩍이셨던 거.
그때 내가 냉정하게 말했지.
엄마가 기운내야지. 우린 어떻게 살라고.
아빠가 떠나셨는데 엄마가 마음약해지면
안된다고 엄마를 다그쳤어.
난 그게 지금도 맘에 걸려.
아빠 돌아가시고 나는 두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어서 엄마를 너무 외롭게 둔 게 아닐까..
하고.
미안해 엄마.
그걸 마지막 통화로 다음날 아빠처럼 엄마도
심근경색으로 떠나셨잖아.
엄마에겐 아빠가 정말 전부였나봐..
오늘은 엄마가 가셨던 그날처럼
하늘도 높고 푸르네.
아파트 마당에 엄마가 좋아하던
보랏빛 붓꽃이 피었어.
이 꽃이 질 때까지 매일 엄마 생각할게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