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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붓꽃이야



엄마,


오늘은 엄마가 가신지  스무 해가 되는 날이야.

많이 슬펐고 여전히 그립지만

그래도 난 씩씩하게 잘 살아왔어.


아침에 보글보글 순두부를 끓이면서

엄마랑 늘 나누던 수다들이 모두 떠오르더라.

순두부 끓는 소리처럼 즐겁던 수다들.


엄마 보고 싶을 때 나는 화장실에서

몰래 울어.

음... 아주 가끔 그래.

그렇지만 슬퍼서가 아니고 엄마가 남겨준

행복한 기억들 때문에 그런 거야.


내가 대학 입학할 때 장미꽃 모양의 10돈짜리 금반지 주었던 거...

나중에 시집가서 내가 사고 싶은 거

있거나 급한 일 생기면 쓰라고 주셨잖아.


근데 엄마,

나 아직  그거 갖고 있지 뭐야.  그걸

팔 만큼 급한 일이 생기지 않았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그렇지?


근데 이제 손가락이 굵어져서 들어가질 않아.

 잘 갖고 있다가 예림이 줄게.


내 주위엔 좋은 분들이 많이 있고

나를 위해 기도해 주는 분들도 많아.

감사하지?

그러니 먼 곳에서 내 걱정은 하지 마셔.

엄마가 나를 야무지게 키워 주셔서

난 어딜 가든 내 몫을 잘하고 있어.


살면서 자꾸 내 나이의 엄마를 떠올려봐.

난  이 나이에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웬만하면 애써서 그것들을 이루어 보려고

노력해.

그런데 그 시절 엄마는 아버지의 공무원 박봉으로 삼 남매 키우기 참 힘드셨겠다 싶고

우리 엄마도 하고 싶은 게 많으셨을 텐데 싶어서

내가 누리고 있는 게 가끔 슬퍼.


엄마,

돌아가시기 전날 나랑 통화했잖아.

목사님이 심방 다녀가셨는데

왠지 그냥 눈물이 나네.. 하며 훌쩍이셨던 거.

그때 내가 냉정하게 말했지.

엄마가 기운내야지. 우린 어떻게 살라고.

아빠가 떠나셨는데 엄마가 마음약해지면

안된다고 엄마를 다그쳤어.

난 그게 지금도 맘에 걸려.

아빠 돌아가시고 나는 두 아이 키우느라

정신없어서 엄마를 너무 외롭게 둔 게 아닐까..

하고.

미안해 엄마.

그걸 마지막 통화 다음날 아빠처럼 엄마도

심근경색으로 떠나셨잖아.

엄마에겐 아빠가 정말 전부였나봐..


오늘은 엄마가 가셨던 그날처럼

하늘도 높고 푸르네.

아파트 마당에 엄마가 좋아하던

보랏빛 붓꽃이  피었어.

이 꽃이 질 때까지 매일 엄마 생각할게

사랑해♡

https://youtu.be/UaewK5gZcq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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