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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갔으면 나와야지



2021년 되면서 남편이 달라진 게 있다면

자꾸만 설거지를 한다는 거다.


식사가 끝나기도 전부터

슬금슬금 빈 그릇들을 정리하기 시작해서 싱크대로 가서는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그때부터는 시간싸움이다.

난 10분이면 끝나는걸

남편은 1시간이 걸린다.

난 물이 세게 나오도록 수도 조절을 하는데

남편은 졸졸졸...


곁에 가서 내가 한마디  한다.

물을 어느 정도 세게 틀어야

세제가 싹 씻겨나간다고.


그러나 남편은 요지부동이다.

1차로 닦고 그 물을 받아서

그다음 그릇 닦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고집대로

한 시간 동안 설거지를 한다.


오늘도 점심 먹자마자

남편은 또 설거지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 끝나갈 무렵

그러니까 59분쯤 됐을 때

앗! 소리가 났다.


달려가 보니

이미 뚝배기가 접시를 품고 있다.

설마...

 내가 아끼는 뚝배기 안에

내가 아끼는 접시가 쏙.

참 야무지게도 품고 있다.


난 속상해서 또 잔소리했다.

그러길래 내가 한다니깐~~~~


그로부터 한 시간째

남편은 뚝배기를 돌렸다가

접시를 돌렸다가

올리브유를 칠했다가

뜨거운 물로 끓여 봤다가...

오늘같이 선선한 날에

남편은 땀을 뻘뻘 흘린다.


들어가는 것도 접시 마음이요

나오는 것도 접시 마음 아닌가.

둘 중 하나를 깨야 하면

난 무얼 택할 건가 고민 중이다.


속상한 마음에 앉아 있자니

남편의 탄식소리가

종소리처럼 들린다.


"  야, 인마. 들어갔으면 이제

나와야지! "


접시가 대답한다.

" 내 마음인데요.~"


https://youtu.be/qHEsuaDjV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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