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떠나보면 잃어버린 걸 찾을수도

푸르름이 이제 막 시작되던 5월

우리는 떠났다.


봄볕에 그을리기 시작할 때쯤

나른함과 나태함 사이에서 몸과 마이  늘어지기 시작할 때쯤

적당한 일탈이 필요할 때쯤

그렇게 우리는 늘 떠난다.


5월은 코로나 2단계와 3단계 사이를 오가락

하던 때였다.

갑갑했다. 창살 없는 지옥처럼 느껴지던 때였다.


무조건 출발하여 닿은 곳이 강릉.


강릉은 언제 가도 내가 이방인임을 잊게 해 준다.

바다 때문이다.

묵묵히 바라보는 은파는

잠시 지금이 어떤 시대라는 걸 잊게 했다.

막혀있던 '숨통'이 뚫렸다.

강릉 성남시장


여행을 가면 식재료에 관심이 많 그 지역의 재래시장에 꼭 방문한다.

중앙시장과 성남시장은 연결되어 있다.

두릅과 취나물, 반건조 오징어 등을 사고 돌아서는데 어묵 크로켓 집이 보였다.

사람들이 마스크 끼고 1미터 간격으로

착착 줄 맞춰 서있다.

아이들이 한번 먹어보자 하여 줄을

섰는데...

내 앞에 5명밖에 없는데 줄어들 기미가

없다. 드디어 내차려 가 되었는데...

사장님 성격이 이만저만 꼼꼼한 게 아니다.

먼저 종류를 말하면 언제 먹을 거냐

묻는다. 지금 바로 먹을 거라 하니

크로켓을 일일이 만져 보면서 손끝으로

뭔가 느낌을 보며 선별하여 담고

그 바삭함이 맘에 안 들면 버린다.

봉지도 구멍을 일일이 내어 바삭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튀기는 기름이 매우 깨끗하다.

크로켓의 밀가루 대신 어묵반죽을 입히고

속에 치즈, 고구마, 김치, 땡고추를 넣은

것이다.

사장님의 애정이 담긴 이색적인 음식이다.

5개 만 이천 원.

공휴일엔 공영주차장이 무료이다.


바다 바다 바다


좋다.

그런데 난 역시 산, 들, 나무가 더 좋다.

옆지기와 완전 반대.

우리는 나무와 바다처럼 성격도 , 식성도,

삶을 대하는 자세도 모두 반대.

그리고 아주 극적으로 문과생과 공대생이란

사실이다.

이렇게 반대인 사람들이 어떻게 잘 살아가고 있는가 싶은데  넓게 보면 답이 나온다.

나무가 물을 흡수한다.

이 말은 곧 내가 남편을 다 이해하고 산다는 것.

( 남편은 자신이 나무가 잘 자라게 물을 준다고

하겠지만 )


주문진


BTS 가 이곳에서 뮤비를 찍고

YOU NEVER WALK ALONE의 앨범

커버를 장식했다고.

같은 장소인데 전문가 촬영기술이랑

이렇게 차이가...

줄 서는 사람은 없었는데  한 아주머니

찍고 또 찍고, 뭐가 맘에 안 든다고

딸한테 다시 찍어 달라고 계속 그러는 바람에 약간의 시간이 지체됐다.


아이들이 하도 가자해서 갔지만

내겐 그냥 주문진 해변일 뿐.


난 BTS의 다이너마이트의 멜로디는

좋아하지만 아미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코로나  대란 속에서

다이너마이트 댄스를 유튜브를 통해 몰래

연습해 보면서 아미가 되어가려 한다.

 몇 달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맨날 그 자리이고

꼬이는 스텝은 정말 어쩔 수가 없다.

기억력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라도

 유닛으로 나눠진 프리댄스라도 익혀봐야지.

환갑 전엔 어떻게 안 되겠는가?

아님 남편의 칠순 잔치 때 선보일까?

흠..  10년도 넘게 남았으니 그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허난설헌 생가


역사 속 인물 중에 존경하는 인물이

있다면 다산 정약용과 허난설헌이다.

정약용의 '삶을 바꾼 만남'은 몇 번을

읽었는지 셀 수가 없다.


또 한 사람은 허난설헌.

강릉에 올 때마다 선교장과 오죽헌은

가끔 들르지만 허난설헌 생가터는

꼭 와본다.

15세에 결혼하여 27세까지 사는 동안

아들과 딸을 잃고 남편 사랑도 없이

외로웠지만 다섯 살 아래 동생 허균과 함께

시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장  사랑했다고 한다.

남존여비 사상하에서도 꿋꿋이 글과 시로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했던  그녀.

이번에 보니 생가터 주변이 넓게

기념공원으로 만들어져 있다.

보랏빛 등꽃이 올망졸망  내려오고

그녀가 글을 쓰고 있었을 작은 방에선

서글픔이 보여 한참을 자리 뜨지 못했다.


아빠와 딸


아이들 어릴 때도 그네, 자전거 그런 거는

아빠 몫이었다.

 아니 자신이 그걸 재밌어한다.

아빠와 딸은 계속 다투고 삐지고 어느새

그네 태워주며 깔깔거리고..


보기만 해도 지쳐서 또 딴짓다.



강문해변 송림


 묵고 있 숙소 앞 해변가 송림.

소나무 사이로 흐르는 바람길이 보인다.

그렇게 눈에 보이지 않지만

흐르고 있는 것들이 있고

그로 인해 내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옆을 돌아보자.

무엇이 흐르고 있는지...


서머 키


오죽헌 근처에 있는 프랑스 가정식 식당.

반려견 입장 가능하다.

작은 식당이고 정말 정성껏 음식을

만드는 곳이란 생각이 든다.

11시 오픈이므로 10시 반쯤 도착해서

현장 예약하면 1등으로 들어갈 수 있다.

주말이라 그런지 11시 되니 테이블이 꽉

찼다.

식사 전에 찐 고구마와 옥수수가 먼저

나오는데 이게 별미다.

전에 서촌의 프랑스 가정식 식당에서 비프 부르기뇽을 먹었다가 아... 나의 입맛은

프랑스 음식과 안 맞는구나 했다.

그래서 이곳에선 스테이크류는 주문하지

않았다.

버섯 파스타, 어니언 수프, 그라탱, 오일 파스타를 주문했는데 골고루 잘 주문한 듯했다.

버섯 파스타는 트러플 오일 향이 어우러진

깊은 맛이 났다.

그라탱은 모차렐라 치즈가 어마어마하다.

오일 파스타는 일반적인 오일 파스타와는

맛이 좀 다르다. 매콤하고 수분이 많고

루꼴라와 함께 먹으니 심심한 것이

자극적이지 않아 좋았다.

이 집의 시그니처 어니언 수프는 설명하기 어렵다. 맛있다.


정리하면 이곳은 파스타면 자체가

참 맛있고, 잘 삶았다.

젊은 청년들이 하는 식당인데 어찌나

정성껏 끓이고 볶고 찌고 있는지..

그 정성과 시간이 느껴지는 음식들이다.

조미료를 먹으면 우리 식구들은

눈이 붓는데 이곳 음식은 그렇지 않았다.

건물 2층은 키친 클로스나 컵, 시라쿠스 접시, 에코백, 친환경 비누 등을 판매하는 편집샵이 있는데 식사 영수증 보여주면 5% 할인해주고 가격도 비싸지 않다.

서울에서 판매되는 금액보다 가격이 괜찮았다.

마당도 작고 주차공간이 작지만

10시 반쯤 가면 해결된다.

직원들 정말 친절했다.

4가지 주문하고 가격은 6만 2천 원.

단점이라면 양이 너무 많다는 거.^^

맛있는데 남기기가 아까워 먹었더니

배가 너무 불렀다.


경포호를 4인용 자전거로 도는데

아니, 이게 이렇게 힘들 줄이야..

세 사람이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면서

열심히 발을 굴리는 동안

나 혼자 뒷 풍경 찍으며 발은 쉬고 있었던 거는 비밀.

저렇게 한 시간을 나는 계속 발을 굴리지

않았으나 세 사람은 백지장 맞들며 수다 떠느라 몰랐다.

 

주문진항 #20


상호도 특이한 자연산 횟집

강릉에서 지내는 친구가 알려준 횟집이다.

어찌나 싱싱한지 참 맛있게 먹었다.

시간별로 계속 다른 생선이 나오는데

광어, 부시리, 돌삼치, 쥐치 네 가지가

수북이 나왔다.

초장보다 된장에 찍어 먹는 걸 좋아하는데

막장도 짜지 않고 함께 나오는 가자미조림과 고구마튀김도 아주 맛있었다.

이것이 5만 5천 원이다.

이 정도는 되어야 맛집이지.


심곡항 헌화로


강원도 대표 미항

헌화로 드라이브 길은 역시 아름답다.

차 버리고 몇 시간이고 걷고 싶은 길.

혼자 훌쩍 떠나올 수 있는 용기가 있다면

여기쯤이야 충분히 올 수 있을 텐데

하나님께선 내게 고속도로만 보면 쪼그라드는

애기 심장을 주시어 '혼자' 다녀보지 못했다.

나의 버킷리스트 1번이 고속도로의 두려움

내다 버리기다.

BTS 춤  버금가게 어려운 일이다



고분옥 할머니 순두부


모든 게 사라진다 하지만...

강릉에 가자마자 너무 그리웠던

두부찌개부터 먹었다.

초당두부마을에 가면 모두가 원조라고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집은 < 고분옥 할머니 순두부>이다.

강릉은 자주 가는 곳이긴 한데 아이들이

자라니 먹겠다는 음식들이 죄다 양식, 파스타, 카페, 디저트가 돼버렸다

그래서 2015년부터는 그 순두부 집에 들르질 못했다.

나는 어른들만 뵈면 "  어르신~  " 하며

말을 건네는 통에 난 고분옥 할머니와

친해졌다.

그리고 그 두부찌개 만드는 법을 배웠다.

2014년에 느타리버섯을 다듬으시는

모습이 참 고와서 사진을 한 장 찍었었다.

그때 할머니가 "또와~  내가 언제까지

할지 모르지만~" 하셨다.

강릉에 도착하자마자 반갑게 달려갔는데 그사이 리모델링을 하여 낡은 집의 자취는 사라졌다.

할머니를 부르며 들어갔는데...

며느님 하는 말이  할머니가 돌아가셨단다.

2016년에.

내가 마지막으로 들르고 1년 반 후에

돌아가신 거다.

할머니가 직접 담근 묵은지를 들기름

듬뿍 넣고 볶아직접 만드신 말캉한 두부와 느타리만 넣고 만든 두부찌개는

예전 그 맛이 조금 사라졌다.

김치 맛이 달라졌으니 당연하겠지.

할머니가 만드신 맑고 심심한 두부찌개는

이제 없다.

하지만 아드님 내외가 최대한 그 맛을

이어가려고 노력하고 여전히 깔끔하고

맛있다.

난 내가 찍었던 사진을 며느님께 주었고

생전에 이렇게 반듯하게 찍은 할머니

사진이 없었다며 거듭 고맙다 했다.

영원한 건 없고 모든 게 끝이 있고

사라진 다지만 참 많이 서운하고,

밝았던 할머니 기억이 많이 난다.


우리 인생은 어찌 보면 긴 여행이 아닐까?

'인생 여정' 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여행은 뜻하지 않았던 사물과 상황들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그것들이 있어서

기억에 남고 고맙고 또다시 살아가는 자양분이

되는 거라 믿는다.

나의 굳건한 믿음에 대하여 근거가 있나 없나를

물으신다면 그건 각자 발견해보시라

말하고 싶다. ^^


어느 날 불쑥 어디든 떠나고 싶다면

그곳에 답이 있고 지혜가 있다고 생각된다.


자, 추석 전 주말이다.

동네 한 바퀴라도 돌아보자.

어쩌면 그곳에 우리가 찾고 있던 무언가가

보물처럼 반짝이고 있을지 모르니까.^^


https://youtu.be/RtMXEpPcCCQ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한남대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