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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은 뉘신가요?


지난 추석 연휴 마지막 날.

기름 냄새를 벗어나서 딸과 함께 하늘을 보러

나섰다.

구름인 솜사탕인 분별이 안되게

머리 위에 낮게 내려앉은 뽀얀  구름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았다.

그렇게 나의 기분은 에드벌룬처럼 들떠 있었다.



계절이 바뀌어서인지 피부가 거칠거칠하고

건조해졌다.

 나온 김에 크림이라도 하나 사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평소 딸내미가 즐겨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을 몰래 눈여겨보다가 그 브랜드 샵을 찾아갔다.


매장은 향긋하고 깔끔한 자연의 향이 가득했다.

들어가자마자 QR체크인하고 체온 측정하고

입장하였다.

직원이 소개하는 제품들을 모두 테스트해보고

내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나이트 마스크 팩이었다.

밤에 자기 전에 영양크림처럼 얇게 펴 바르고

잔 후에  다음날 세수하면 피부 상태가 엄청나게

윤기 있고 생기가 있어진단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겼다.

" 다음날 아침에 꼭 씻어야 하나요? 세수를

꼭 해야 하나요? 안 씻으면 어떻게 되나요?"

직원은 갸우뚱하면서

" 뭐... 씻지 않으셔도 괜찮긴 하지만...

ㅎㅎㅎ 근데 아침에 모두 세수는 하잖아요?

그때 가볍게 맹물로 씻어 주시면 돼요.^^"


곰곰 생각해보니 나란 사람은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으면

세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심지어 장 보러 가거나 산책할 때는

그 행위가 외출이 아니란 생각에  그때도 세수를

안 하고 나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마스크를 쓰니 세수를 안 하는 날은

더 늘었다.

그런데 내가 세수를 깜빡 잊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침 준비하고, 온갖 집안일

하고 나면 점심 나절이 된다.

이때 세수는 아침에 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에이..  이미 낮이 되었으니 잘 때까지 버티자는

고집이 생겨버린다.

세수할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하기가 귀찮아진다.


암튼 나이트 팩인지 뭔지가 좋아 보여

하나를 사들고 나오는데

딸내미가 정곡을 찔렀다.

" 엄마 얼굴이 거칠어지는 건 세수를 안 해서야.

나이트 팩이 문제가 아니라고."


오늘 아침 ,

눈 돌아가게 바빴지만 나는 세수를 했다.

그리고 기초화장품을 펴 발라주고 아이크림도

발라주었다.

이제 누구도 탓하지 않고

매일 세수를 열심히 하고자 마음먹었다


" 아니, 이게 누구세요?"

거울 속 나는 뽀얗게 햇살 부서지듯

그렇게 방긋거리고 있었다.


https://youtu.be/iFx-5PGLgb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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