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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딸에게

계란말이 밥♡



계란말이 밥


오랜만에 말아본다.

당근, 양파, 부로콜리, 새송이버섯을

아주 잘게 다져준다.


귀리 수수밥 지어서 그릇에 퍼서 식힌다.

계란 8알에 다진 채소들과 식힌 밥 조금

( 반드시 식힐것)을 섞고

약간의 소금과 후추를 뿌려준다.


달궈진 팬에 밥섞은 계란물을 고루 펴고

계란말이처럼 돌돌 말아준다.

중간에 치즈도 두 장 넣고 계속 말아준다.

(밥이 너무 많으면 말기 힘들어지므로

계란 8알에 밥은 한공기 반 정도.)

암튼 묽은 상태여야 잘 말아진다.


덩어리가 커지면 6면을 돌려가며 지져준다.

케찹을 휘리릭 뿌려주면 끝.

봄에는 냉이나 미나리도 다져넣고

가을 꽃게철엔 게살도 넣고

불고기도 다져넣고

이것 저것 모두 다지기만하면 다 넣을수 있다.




딸래미들 고3때 많이 해주던 음식이다.

살은 찌면 안되겠고 영양소는 다 들어가야겠고

채소도 먹여야겠고... 그래서 했던 음식이다.

식구들이 추억의 음식이라면서

한토막씩 잘 먹는다.

나도 말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난 잠시 눈을 붙인 줄만 말았는데
벌써 늙어 있었고
넌 항상 어린 아이일 줄만 알았는데
벌써 어른이 다 되었고
난 삶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르기에
너에게 해줄 말이 없지만
네가 좀 더 행복해지기를 원하는 마음에
내가슴 속을 뒤져 할 말을 찾지
공부해라 아냐 그건 너무 교과서야
성실해라 나도 그러지 못했어
사랑해라 아냐 그건 너무 어려워
너의 삶을 살아라
.
.
내가 좀더 좋은 엄마가 되지 못했던 걸 용서해줄 수 있겠니
넌 나보다는 좋은 엄마가 되겠다고 약속해주겠니


살면서 수많은 갈등을 겪는다.

그 많은 갈등들 중에서 가장 힘든게

바로 아이들과의 갈등이다.


상대가 남이라면 스스로 편하려고

그 갈등을 외면하거나

그사람을 보지 않으면 될 일이다.

그런데 자식과의 갈등은 그럴수가 없다.

아이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갈등을 무시해 버릴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했던 말을 반복하게 되고

아이의 변화가 보이지 않으면

 안타깝고 염려되고

수도 없이 설득하고 달래고 기다려 주고…..

그렇게 냉정하게 내칠 수가 없다.


자식들은 말한다.

엄마의 생각이 다 옳은건 아니라고.

자신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깊은 생각을 한다고.

자신들이 알아서 할테니 신경쓰지 말라고.

아이들이 한참 학교다닐때

내가 가장 상처받은 말이

“ 신경쓰지마” 였다.


양희은의 “ 엄마가 딸에게”라는 노래는

내마음같아서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다.

아니 모든 엄마의 마음을 대변하고

모든 딸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노래일 것이다.


예전엔  아이들을 학원에 내려주고 돌아오면서

차안에서 이 노래를 많이 들었다.

양재천 뚝방길 끝에 차를 세우고

목이 쉬게 울었던 적도 많다.

그렇게 울고도 아무일 없었던 것처럼

밥을하고 청소하고 그랬다.

식구들은 몰랐다.

아이들과 감정선이 맞지 않아서

부대끼고 참고 속이 쓰렸던 적이 많았다.

아주 사소한 일들때문이었다.


지금 아이들은 모두 성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가끔 갈등이 생긴다.

달라진게 있다면

예전엔 같이 소리도 지르며 싸웠다면

지금은 내가 겉으로 반응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나는 혼자서 운다.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스스로 마음이 풀어져서

다가와 말을 걸 까지 나는 침묵을 한다.

왜냐하면

예전만큼 에너지를 소모할 힘이 없어졌기떄문이다.


나의 엄마는 내나이 서른 셋일때 돌아가셨는데

지금까지도 문득 문득

엄마가 하셨던 말들이 생각난다.

내가 뭔가 일을 할때

그렇게 듣기 싫었던 엄마의 잔소리들이

내가 걸을 방향을 잡아주고

실수하지 않게 깨우쳐 준다.

그때는 엄마의 반복된 말들이

지겹기도 하고 나를 못 믿으시는가 해서

화도 내고 ,.  엄마 마음에 상처를 줬었다.

엄마 마음을 살펴줄 생각없이

내 마음이 풀어지면

엄마도 풀어지는 줄 알았다.

오랜시간 그렇게 엄마 마음에

화석이 생겼을지도 모르겠다.

이제와서 감사한 마음이 생긴다.


계란말이 밥은,

모든 재료를 잘게 다지고 밥도 조금 넣어야

깨끗하고 단단하게 말아진다.

그렇지 않으면 말다가 다 터지고 무너져 버린다.

일단 한번, 두번, 세번 정도 굴리고 나면

그때부터는 말기가 좀 수월해 지고

두툼하게 말은 계란밥은

열 반찬 부럽지 않은 한 끼 식사가 된다.


잘게 썰어야 하는 재료와 적당량의 밥알들이

마치 ‘나’와 같다는 생각을 항상 하게 된다.

계란속에 나를 숨기고

계란말이밥이 잘 완성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이것이 세상 모든 엄마의 마음일 것이다.


별 일 없는 아침에

계란말이 밥을 하며 이 노래를 듣는다.

내 엄마와 나

나와 내 딸들의 이야기가

노래로 다가온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oaQDXJMmwk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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