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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두를 불리며



어제의  기록♡


올해가 시작되자마자 다행스럽고 좋은 소식 하나.

큰 딸이 사회인이 된지 벌써 3년차이다.

그 딸이 회사에서 진행중인 프로젝트를 작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 좋은 결과를 냈다.

보통의 경우는 의례적으로 해마다 2-4% 연봉인상이  되는데  올해는 작년의 고과

좋아서 10% 가깝게 인상된 연봉에 사인을 했다.

학교 졸업과 동신에 바로 취업해 주어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월급 올랐다고 맛있는 밥도 사준댄다.

아이에게 얻어 먹기엔 밥값이 꽤 나갔는데

그래도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밥을 사준다는데

마냥 거절하는 것도 미안하여 따라 나섰다.

간장게장, 양념게장, 메로구이를 주문했는데

양념들이 짜지 않고 재료도 신선했다.

메로구이 2인분이 어찌나 많은지 두 토막은 포장해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맛있다. 참 맛있었다.  내가 한 밥이 아닌 경우 모든게 다  맛있지만 이 집 음식은 내 입맛에 딱 맞다.

계산하는 아이의 뒷모습에 잠시 뭉클했다.

오른 월급만큼 통장 하나를 더 개설한다는 딸이 참 기특했다.

                            < 우주 제빵소 >


밥을 먹고 성북동으로 갔다. 속이 편한 빵을 파는 곳이 있대서 갔는데 그 곳은 배우 정보석씨의 아드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아드님 이름이 우주여서 <우주제빵소>.

신기하게도  속이 부대끼지 않고 오늘 아침에도 편안하다.

그리고 테이블 간격도 널찍하고 무엇보다 테이블 소독을 어찌나 철저히 해주는지 요즘과 같은 난리통에 무척 안심하고  차를 마실 수 있었다.

우연히 ‘ 주얼리 정’의 등장에 사람들은 피리부는 소년을  따라가듯 그분의 뒤를 따라가 사진을 찍었다.

나는???? 당근 나도 찍었다. ㅎㅎㅎㅎ

아이들이 카페에서 쉬고 있는동안 남편과 성북동 일대를 걸었다.

경사진 골목들을 걸으면서 “ 우리도 이 동네로 이사올까?” 했다가 저지당했다.

그냥 가끔 놀러오는 걸로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해가 지려할때쯤 한남대교쪽으로 오다가

막히지 않는  고속도로를 보고 갑자기 방향을 틀어 우리는 용인으로 향했다.

음….

용인에는 나의 부모님과 남동생이 쉬고 있다.

용인에 갈때는  늘 부러 웃고 떠들고 기분좋게 가려고 한다.

하지만 도착하면 어김없이 펑펑 눈물을 쏟는다.

부모님이 가신지는 20년이 넘었고  동생이 떠난지는 이제 4년정도 되어간다.

부모님과 동생 사진옆에 예쁜 꽃을 꽂아 두고

그동안의 일들을 미주알 고주알 쏟아 놓았다.

ㅇㅇ이가  열심히 회사다니고 월급이 올라 맛있는 밥을 먹고 왔다는 이야기,  코로나가 아직도 창궐중이라는 이야기, 잘 자라고 있는 조카 이야기,  * *이가 로스쿨에 입학했다는 소식, 매형들은 아직 회사에 잘 다니고 있다는 소식,  누나들은 건강하다는 이야기…..

자랄때는 3형제가 많은것 같았다.

그런데 한 명이 떠나고 나니 많이 허전하다.


확진자가 만명이 넘어가고 있다하여

이번 설에는 모이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음식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적은 양만 만들어서 남기지 말고 먹어야겠다.

어제의 일들을 남기고

나는 녹두를 물에 불린다.

물기를 머금고 퉁퉁 불어나는 녹두가

내마음 같다.


허전한 내 마음과 달리 오늘도 푸르고 깊고 높은 하늘.

https://youtu.be/sS_eQPsveY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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