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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새로운 연애를 시작했다

프렌치 토스트♡


프렌치 토스트


며칠 전에 밭에가서 파종을 하고 왔더니

이틀 째 온몸이 욱신거리고 다리도 뻐근하여

아침은 간단히.


밀도 식빵도톰히 잘라서

우유, 계란, 시나몬 가루 섞어 푸욱 적신후

팬에 뚜껑유  덮고 보드랍게 구워

메이플 시럽과 아몬드를 으깨어 샤라락 뿌려준다.


얇게 져민 사과와 로메인은 시저드레싱에 버무리고, 양송이 버섯과 토마토를  굽고.

농부아저씨가 두 번 구웠다는 존슨빌 소시

칼집을 내어 굽고,  당근라페  조금  남은거랑 아보카도도 함께 낸다.


냉장고 정리가 절로 되는  아침밥.^^



2주 전에  강화에 가서 퇴비를 듬쁙 주고 왔었다.

농사라고 하기엔 우습고 부끄럽지만

우리로서는 300가까운 밭을 일군다는건

두근거리고 두렵고 황당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일종의 도전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껏 살고 있는 나와 남편에겐 모든게 낯설기만 하다.

그러나 시대를 잘 타고나서  유튜브로 계속 공부하고 1주일에 한번씩  강화로 가서 흙과 연애중이다.


그런데 가장 기본이 되는 '물' 이 문제였다.

밭 옆에 도로에 수도관이 있는데 수도사업소에

물어보니 건축물이 있어야 수도관을 만들어 준댄다.

집을 짓는건 많은 고민과 시간이 필요하므로

그건 당장 어렵고....

그렇다면 지하수를 파라는데 ... 버젓이 수도관이 옆에 있는데 수백만원 들여 지하수를 파는건

안될 일이고... 정말 고민이었다.


우리는 매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며 비소식을

기다리다가 지난 화요일에 비가 온다기에

월요일 새벽 6시에 미리 준비해 둔 종자를 가지고 강화로 향했다.

"  그래, 비가 온다니 뭐라도 심자!"


삼각김밥과 삶은 달걀을 차안에서 먹으며

과연 우리가 해낼수 있을까 고개를 갸우뚱했다.

사실 새벽에 간 이유도 햇볕때문에 빨리 일을

끝내기 위함도 있지만 , 동네분들 마주치는게

부끄러워서였다.

원래는 잡초가 나지 않게 검은 비닐로 멀칭이란걸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농사지어 내다

팔것도 아닌데 이런 저런 비용을 들이기 싫었다.

( 이건 내생각! 남편이  잡초는 어쩌냐면서 멀칭을 해야 한다는걸 내가 반대했다. 운동삼아 우리가 아봅시다~)


도착하니 기막히는 광경이 펼쳐져 있다.

줄기가 무 같기도 하고 오래된 열무같기도 한 것들이 , 엄청나게 커다란 초록이들이 군데 군데  있다.

그 중 작은거 하나를 뽑아내니 뿌리가 고구마같고 암튼 주먹보다도 큰 덩어리가 달려 있었다.

" 어머나, 얘는 심지도 않았는데 뭔 열매가 자랐어." 하니  남편이 " 이 바보야, 잡초 뿌리잖어!" 그런다. 1시간 넘게 삽으로 파내도 뽑히질 않는다.

퇴비를 먹으며 잡초가 무럭 무럭 자라고 있다니!

암튼  2시간을 잡초 덩어리 4개 제거하는데

허비하고 해가 중천에 떴을때 비로소 고랑을

파기 시작했다.


이번엔 고랑의 깊이를 1cm 파는지 2cm파는지를 두고 둘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내가 본 유튜브랑 남편이 본 것이 달랐던 것이다.

1.5cm 로 합의를 보고 남편이 작은 고랑을 파주고 난 쪼그리고 앉아 서너알씩 50cm 간격으로

심고 흙을 씨앗두께로 살살 덮어 주었다.


누가봐도 서서 고랑파는 사람보다 쪼그리고

앉아 심는 사람이 더 힘들다.

그래서 남편에게 바꾸자 했다. 그런데 남편이

싫댄다. 그 문제로 2차로 투닥거리고 있는데

길가던 마을 할머니  3총사가  등장하셨다.

"  바꿔!"

할머니들의 한마디에 우리는 역할을 바꿨다.

(  할머니, 감사해요.)


얼추 다 심고나니 점심시간.

우리밭 뒷편에  사는 젊은 부부가 음료수와

생수와 얼음을 가져다 준다.

일하면 목마를거라면서.

세상에... 너무 너무 감사하다.

땀을 뻘뻘 흘리고 앉아서 그들이 주고 간 음료수를 마시고 있는데 이번엔 옆집 아저씨가 오셔서

"  우리집 수도에 호스 연결해서 밭에 물 줘요.

내가 지금 읍에 가는데 같이 갑시다. 좋은 호스

골라줄게요. "그러신다.

감격의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게 구해 온 호스로 아저씨가 직접 연결까지

해주셔서 밭에 넉넉히 물까지 줄 수 있었다.

심어놓고 내리는 비만 고대하며 지내야 할 뻔

했으므로 심으면서도 너무 안타까웠다.

그런데 구세주같이  먼저 말해주심에 눈물나게

감사했다.


사실 나와 남편은 까칠한 성격이 아니고 제법

사교적인 사람들이라서 몇  전에 이 땅을 사놓고  번씩 갈때마다 마을분들과 인사도 나누고

일부러 식당과 카페에 가서 이런 저런 소식도

나누었다.

그때는 이렇게 도움을 받을거란 상상도 못했는데 그 분들이 우리를 기억하고 몇 배의 도움을 주시니 놀라웠다.


이런거구나...

이렇게 살아 가는거구나...

집에 돌아와서 아이들에게 해 줄 말이 많았다.


지금까지도 욱신거리지만

얼만큼 자라있을지 상상해 보는 일은

참 행복하다.

봄볕도 씨앗을 심고 온 내마음도 왈츠처럼

흐른다.


https://youtu.be/hrlk96k13x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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