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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걸 느끼려면 강화 5일장으로

순무김치♡



순무김치


순무를 깨끗이 씻어서  무와 무우청으로 분리하여  각각 소금에 절여준다.(절이는 시간차이때무) 무를 절일때는  사과탄산쥬스도 조금 함께 넣어 절여준다.

무와 무우청이 보들보들해지면  물기를 빼주고

고춧가루, 매실청, 까나리액젓, 다진마늘

( 이번엔 강화에서 사온 육젓도 조금 다져 넣음)

을 고루 섞어서 잠시 숙성시킨 후에 무, 무우청과

함께 손으로 고루 섞어준다.

실온에 하루정도 두면 달큰한 순무김치 완성!


며칠 전에 강화에 갔다.

남편이 정년퇴직하니 가장 좋은 점은

어디 가든, 무얼 하든 미리 계획하지 않고

문득 그냥 집을 나설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날도 문득 밭이 궁금하여 모자 하나 쓰고

휘익 바람 쐬듯 다녀올 수 있었다.


작년까지 콩밭이었고

올해는 다른걸 좀 심어보려하니  잡초가 무성하여 고민하다가  이장님의 도움을 받아

포크레인으로 땅을  갈아 엎었다.

보통은 트랙터로 한번씩 뒤엎어 주지만

땅 깊숙히 한번 뒤집어 주고 싶어서

포크레인을 이용하여 뒤엎어 주었다.

그런데 실수로  돌을 걸러달라는  부탁을 하지

않았더니 말 그대로 뒤엎어지기만 하고

크고 작은 돌들이 군데 군데 눈에 보였다.

이장님께 물어보니 돌을 제거하지 않으면

농작물이 잘 자라기 힘들수 있다했다.

남편은 운동삼아 둘이서 의기투합하여 돌을 골라보자 했고 나는 그걸 어떻게 둘이 다 하냐고

반대하다가...... 맞다. 분명 반대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땅에 주저앉아서 돈을 골라내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한참을 돌을 골라내고 있는데  이웃 할머니가

다가 오신다.

그리고 점심 약속 있다고 곱게 화장하고

차를 몰고 식당으로 가시던 또다른 멋쟁이 할머니도 마주쳤다.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할머니들과 금새

이야기 꽃피우기 시작한다.

강화에 살다가 부천으로 나가자녀들

교육시켜 서울대학교에 보내고  다시 고향으로 오셨다는  이야기,

남편분이 벼농사 짓는다고 우겨대서

따라 왔다가 남편분은 금새 작고하시고

할머니 혼자 남아서 허리 부러지게 농사만 지었다는 이야기, 밭에 돌이 있으면 모종 심으면서 골라내면 되지 뭐하러 쌩고생 하냐는 이야기,

 아랫집 아저씨가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인기척없이 잠만 주무신다는 이야기......

이 모든게 최소한 30년전부터 계속되어 온다는

말씀을 남기시고 어느새 사라지신다.

그 분들 살아오신 이야기가 늘 그렇게

재밌고 뭉클하다.


( 수라면옥 비빔냉면)


그날은 꽃샘추위로 바람이 꽤나 있던 날인데

어느새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고

몇 이랑을 골라내고 나니 너무 허기가 지고

배가 고팠다.

온 몸과 신발을 뒤덮은 흙들을 털어내고

상당히 뿌듯한 마음으로 수라면옥에 갔다.

수라면옥은 우리가 강화에 갈때는 꼭 들르는

곳이다. 비빔냉면 한 그릇에 8천원이다.

 함흥냉면처럼 면을 직접 뽑고,   매우 깔끔하게 매콤 달콤한 양념을 얹은 비빔냉면은

강남의 ** 면옥 저리가라이다.  .

그 집은 속이 아주 꽉찬 만두도일품이다.


(닭밭같은 인삼튀김)

둘이서 게눈감추듯 냉면을 먹고

 강화 5일장에 들렀다.

강화 5일장은 규모가 매우 큰 장이다.

때마침 장날이라 신나게 장터를 누볐다.

백화점도 좋지만  나는 이런 시골장을 더 좋아한다.

집에서 길러 솥뚜껑에 볶은 땅콩을 한가득 담아 주시고서도 서운하다시면서 두 주먹이나 덤으로

봉지를 가득 채워주시는 귀여운 할머니도 계시고, 판매하는것보다 시식으로 내놓은 떡이 더 많은 떡가게도 있고, 각종 곡물로 만든 강정,

가마솥에 끓고 있는 순대국, 봄에 심을 묘목과

모종들, 고무줄 바지 , 강화특산물 인삼으로

만든 튀김..없는게 없다.


한참 구경하고 돌아서는데

순무를 쌓아놓고 혼잣말로 푸념하시는  할머니가 계신다.

" 할머니, 뭐라고 중얼거리세요?ㅎㅎ"

" 이걸 팔아야 그 돈으로 내가 콩을 좀 사갈 수

있는데....."

가격을 여쭈어 보니 무가 12개쯤 달려 있는

한단에 만원이라고 하신다.

" 할머니, 제가 사드릴테니 얼른 콩사세요."

그렇게 가져온 순무로 김치를 담갔는데

내가 담갔지만 참 맛있다.


시장에 가면 만져보고 냄새맡고

이야기 나누면서 내가 살아있다는게 느껴진다.

그날은  세 번 느꼈다.

5일장을 누비며 쑥떡을시식하면서,

땅을 갈면서 새로운 무언가 자라날 상상을하면서,

또 한번은 칼칼한 비빔냉면을 먹으면서.....


봄이 왔다.

시냇물처럼 봄이 흐르고 있다.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다면

묵은 먼지  훌훌털고

강화 5일장에 가보자.



https://youtu.be/xLZUOtWD5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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