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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콩국수♡



콩국수


어제 콩을 삶아서 콩물과 함께 냉장고에 두었다.


백태를 3-4시간 충분히 물에 불리면 껍질이 벗겨지는데 걸러내지 말고 물에 끓인다.

팔팔 끓으면 불을  약불로 줄이고 15-20분 정도 삶으면 무르지 않고 알맞게 삶아진다.


Tip. 콩을 삶을 땐 처음부터 뚜껑을 열고 삶는다.

뚜껑을 중간에 열면 비린내 난다.

그리고 너무 오래 삶으면 맛이 없다.


삶은 콩을  믹서에  콩물과 생수를 더해서

적당한 농도로 갈아준다.

(난 먹기 직전에 얼음을 얹기 때문에 약간은 되직하게 간다.)


소면을 삶아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어 건지고

반주먹씩만 감아서 콩국물을 붓고 오이채와 토마토를 얹어 먹는다.

소금과 설탕은 취향껏 추가하여 먹는다.


아놓고  갈기만 하면 되니

더운 아침에 아주 간단한 식사다.

콩을 넉넉히 삶아두고 그때그때 두유처럼 갈아먹기도 한다.


*****


태어나서 지금까지 아파트에서만 살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땅을 밟고 살고 싶다는 생각은 수십 년 전부터 해왔다.


마당을 갖고 싶고  비 오는 날 처마에서 떨어지는 빗방물을 손으로 받아보고도 싶고

싸리비로 눈도 쓸고 싶고

이웃집의 밥 냄새도 맡고 싶고

내가 먹을 것들은 내가 심어 먹고 싶고..

내 나이 50쯤엔 그렇게 살고 있을 거라 꿈꾸며 살았다..


예전에 회사 다닐 때

그러니까 내 나이 서른 초반에,

가까운 직장 동료가 어느 날 나에게 진지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마당 있는 집이 얼마나 성가 신줄 아느냐?

치워도 치워도  끝도 없이 일이 있는데 너는 그런  곳에 살면  골병든다.

일하면 손은 또 얼마나 굵어지는데...

비 오는 날 처마 어쩌고저쩌고 할 시간 없다

질척거려서 장난 아니다..


나를 위해 열심히 조언해 주는

동료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더 땅을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게 성가시고 힘든 일들과 내 노년의 삶을 바꿔도 좋다는 생각을 했었다.


어느 순간 정신 차리니  벌써 50 중반을 넘어가고 나는 여전히 성냥갑 같은 아파트 14층에서

고작 베란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늘에  목을 빼고  매일 짝사랑에 빠져 살고 있다.


작은 땅이 있어서  작년 가을에 콩을 수확했었다.

콩깍지를 일일이 까고 나니 제법 됐었다.


그 콩들을 애지중지 보관했다가 콩국물을 만든 거다.

그러니 세상에서 이보다 더 맛있는 콩국물이

있을까 싶다.


서울에서 살아도 아파트에 살아도

매일 땀 흘리며 사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땅은 숨을 쉬고 있고 그 숨을 내가 보고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얼마 전에 회사 동기 한 명이 서울 근거리에 작은집을 지었고 곧 입주를 앞두고 있다.


집을 짓는 과정을 보며

,  내 집도 아닌데  기쁜 맘으로 구경했다.

퇴직하면서 과감히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동기에게  박수를 보낸다.


나도 그런 날이 언젠간 오겠지?

남편의 퇴직만을 고대하면서

오늘도 열심히 아침밥을 준비한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5rHHAiYSp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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