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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동파육♡


동파육


주말아침.

느긋하게 아침과 점심 어중간한 식사를 한다.


통삼겹살에 칼집을 조금 내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잠시 둔다.

달군 팬에 통삼겹을 네면을 골고루

 돌려가며 구워준다.

겉이 바삭해졌으면 불을 줄인후

 뚜껑을 덮고 속까지 익혀준다.

젓가락을 찔러보아서 빨간 물이 나오지 않으면 어느정도익은 것이다.

잘 익은 통삼겹살은 도톰하게 썰어 둔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맛간장에 다진 마늘과 후추.생강가루, 쌍화탕 조금 조금 넣어 바글바글 끓이다가

소스가 조금 걸쭉하다 싶을때

썰어 둔 삼겹살을 넣고

 올리고당 한바퀴 두른 후에  불을 꺼준다.


물에 담가 두어 매운맛을 제거한 양파채와 실부추에 고춧가루, 식초, 매실액, 진간장 조금, 참기름,깨소금 넣고

설렁 설렁 무쳐서 함께 낸다.


고기를 구우면서 잠시 다른 생각을 하는 바람에

좀 많이 바삭해졌는데  

거기다가 소스를 졸일때 맛간장을

두 번을 넣었더니 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검게 되버린건 다른 무엇으로도

손을 쓸 수가 없다.

여기까지가 끝인거다.


생긴대로 접시에 담았다.

맛만 있음 됬지 머. ㅎㅎㅎ




여기까지가 끝인가보오
이제 나는  돌아서겠소
억지 노력으로 인연을 거슬러
괴롭히지는 않겠소
하고 싶은 말 하려 했던 말
이대로 다 남겨 두고서
혹시나 기대도 포기하려하오
그대 부디 잘 지내시오
기나긴 그대 침묵을 이별로 받아 두겠소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두오
오오 사랑한 사람이여 더 이상 못 보아도
사실 그대있음으로 힘겨운 날들을 견뎌왔음에 감사하오
좋은 사람 만나오 사는 동안 날 잊고 사시오
진정 행복하길 바라겠소 이 맘만 가져 가오


내가 좋아하는 노래중에 김광진의 < 편지 > 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때

너무도 맥이 빠지는 리듬과

축축 쳐지는 목소리에

“ 나도 이정도는 부르겠다”면서

이 노래를 우습게 여겼던 적이 있었다.


어느날 TV에 김광진이라는 가수가 등장했다.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오디오형 가수라고 하여

가수의 외모에 별 기대를 하지 않긴 했었다.

역시나 평범하면서 학자 분위기의 가수였다.


그렇게 진행자가 김광진씨와 인터뷰를 하는데……

당췌 어떻게 가수가 되었을까 궁금한 마음에

귀를 쫑긋했었다.


김광진씨는 그당시에 놀랍게도

증권회사 애널리스트라고 했다.

그냥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만들고 부른다는 것이었다. 놀라웠다.

으응? 증권회사 애널리스트?

그당시에는 증권회사에 들어가는게

최고였던 시절인데

게다가 애널리스트라니….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사람이 달라보였다.

(나 자신의 간사함의 극치를 보여준 사건 )


<편지> 라는 노래를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해주는데…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김광진은 오래 사귀던 여자친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친구의 집안에서

김광진을 몹시 반대하고 억지로 선을 보게 했다.

그렇게 선을 본 남자는

여자에게 함께 유학을 가자고 했다.

김광진은 자신보다 여러모로 조건이 좋은

그 남자에게 여자친구를 보내려고 했으나

여자친구는 결국 김광진을 선택했다.


함께 유학을 가자고 했던 선을 본 남자는

여자에게 마지막 편지 한 통을 주고 떠난다.

그리고 그 편지가 이 노래의 가사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그 편지를 썼던 남자에게

허락을 받았다고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연인가….


구구절절한 김광진의 이야기를 듣고

다시 이 노래를 들어보니

가사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노래는 보기 드물게

‘하오체’를 사용하고 있다.

잖고 여유있고 품위있는 이별편지인 것이다.

감히 나는 따라 할 수 없는 노래인 것이다.


특히 “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로

시작되는 첫 소절은

뒤의 가사를 듣기도 전에 마음이 무너진다.

그런데 뒤로 가면

그 무너진 마음을 차근 차근 일으켜 세워 준다.

“ 행여 이맘 다칠까 근심은 접어 두오”  라면서

오히려 위로를 해준다.


헤어진 남자의 마음을

결혼한 남자가 노래로 불러준다.

참 아름다운 사랑이란 생각을 했었다.


나는 이제 어떤 노래보다도 이 노래를

참 좋아한다.

사랑하다가 헤어진 경우도 있겠지만

우리 곁에 머물다

 먼저 이 세상과 이별한 사람들도 있다.

그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이렇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아침에 이 노래를 듣다가

고기가 조금 오래 굽혀졌다.

타이밍을 놓쳐서 여기까지가 끝인줄 알았는데

그럭 저럭 먹을만 했다.


김광진도 그의 아내와 유학간 남자도

모두 모두 그럭 저럭 잘 살아가고

 있을거라 믿는다.


https://youtu.be/KkvFvmNPF-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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