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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닥 가닥 흩어진 마음을 모으며

부추만두 ♡



부추만두


다진 돼지고기에 진간장, 후추, 미림 ,

생강가루 , 달걀 한 개를 넣고 버무려 둔다.


부추는 대략 고기만큼의 양을 씻을

 잘게 썰어 물기를 뺀다.

양념해 둔 고기에 부추를 많이 넣어 섞는다.

( 두부는 넣지 않는다.)


만두피가 아닌 춘권피에 만두소를 꽉차게 넣고

선물포장하듯 돌돌 감아 준다.


달군 팬에 기름은 아주 조금만 넣고

중간불에서  뒤집어 가면서 노릇하게 굽는다.

춘권피는 만두피에 비에 상당히 얇아서

 익히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만두소만 넉넉히 만들어 두면

 바쁜 아침에 몇 개씩 말아서 팬에 구우면

 속이 알차서 든든하고 식감도 바삭하여 좋다.

( 팬에 기름을 많이 두르면

춘권피가 질척해져서 식감이  떨어진다. )


군만두와 춘권 사이 애매모호한 음식이 되는데

피가 두껍지 않아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수 있는 것 같다.

( 사진: ㅇㅇ컬리)


경상도에서는 부추를 ‘정구지’라고 부른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부모님 사투리를 따라 정구지라고 부르기를

좋아했었다.

어릴때 기억으로

 정구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음식은

꽤 많았다.

정구지 김치, 정구지 전, 오이 정구지 무침, 정구지 비빔밥……


친정엄마는 그 중에서 정구지 김치는 떨어뜨리지 않고  담가 주셨었다.

담그고 하루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김치통을 열면

김치익는 냄새가 사라락 콧속으로 밀려들면서

당장 밥 한 공기 퍼서

익은 정구지 김치를 몇 가닥 얹어 먹으면

세상 부러울 게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담가놓은 부추 김치는 밥도둑이요, 없어서는 안될 우리집 최고의 반찬이었지만

김치를 담기 위해선

정구지를 다듬어야 하는 일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요즘은 제법 굵직한 부추들이  나오는데

예전엔 얼마나 가늘었는지 모른다.

그래서 한 단의 양풀어 놓으면

어마어마 했는데

엄마는 김치를 담그려면 보통 석단정도는 사오셔서 팔을 걷어부치셨다.


식탁에 풀어헤치기에는 흙도 많고 양도 많아서

늘 거실바닥에 조간신문을 모두 깔아두고

 그 위에 앉아서

엄마는 진종일 부추를 다듬으셨다.

오며 가며 엄마를 흘깃 보며

모른척 지나다니다가

결국은 나도 함께 앉아서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내 머리카락같은 그 부추를 다듬고 앉아있곤 했었다.


“ 엄마, 오늘 한 단, 내일 한 단 .. 그렇게 다듬으면 안될까?”

“ 응, 안된다!”

단호하고 칼같이 안된다고 하시는 엄마에게

“ 왜 안되는데~~~ 냉장고에 넣었다가 내일 또 꺼내서  다듬으면 되지~” 라고 말대꾸하다가 엄마에게 등짝도 여러번 맞았었다.

( 부추는 금새 물러져서 바로 다듬어야

한다는건 나중에 알게되었다.)


부추를 다듬는 날은 왜 꼭 나의 눈에만 보였는지….

 살 아래 동생은 일찌감치 외출하고

그다음 내가 외출하려 하면

엄마가 꼭 그 부추를 풀어헤치시는 통에  

마음이 약해져

함께 부추를 다듬곤 했는데

투덜거릴때마다 엄마는

“ 누가 다듬으래? 넌 볼 일 봐.

칭찬은 고사하고 그렇게 한마디 하시는게

참 서운하기도  했었다.

김치가 익고나면 난 길다란 내 머리카락조차 보기 싫을 정도인데

동생들은 참 맛잇게 잘 먹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하늘나라 가고 없는 막내 남동생이

몇 년 전에 항암치료 받을때 물도 못마시고 힘들어 했었는데

그래도 뭐라도 먹어야 한다며

 뭐가 먹고 싶냐고 하니까

부추김치가 먹고 싶다 했다.


결혼하고 한번도 담가보지 않은 부추김치.

마트에 가면 쉽게 살 수도 있었지만

투병중인 동생에게

직접 담가 주어야겠다 싶어서

부추를 두 단을  사서 다듬었었다.

어릴때 엄마를 도우며 다듬을때는  

그게 너무 힘들고

짜증도 나고 허리도 아팠었다.

그런데 그때는 한가닥 한가닥 흙을 털어내고 시들어진 끝을 꺾어내어 한 쪽에

가지런히 부추를 놓으면서

“ 이겨내거라, 건강해져라, 그렇게 될 것이다” 하며 주문을 외우듯 마음을 모았었는데

 다듬는 그 시간이 하나도 힘들지 않았었다.


그 후로 몇 번인가 더 담가 주었는데 나의 욕심은

10번만 더 담가 줄 수 있기를 바랬지만

동생은 그 숫자를  채우지 못하고 떠났다.


난 이제 부추김치를 이따금 담그지만

잘 먹지는 않는다.

그 맛있던 정구지 김치가

이제는 가장 마음 아픈 음식이 되었기때문이다.


쓸쓸하고 힘든 기억이지만

그래도 그걸 먹고 밥을 몇 숟가락

더 먹었을 동생을 생각하면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가닥 가닥 흩어진 부추는

오히려 마음을 모으기에 가장 좋은

최고의 재료란 생각이 든다.


오늘도 굿모닝^^

https://youtu.be/lDQuWlz37i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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