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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나만 손해



아프면 나만 손해


2년 전 왼쪽 발에 실금이 가서 핀을 박은

간단한 수술을 했다.


그때 의사 말이

상처 아물 때까지는

발의 바깥 부분으로 걸으라 하였다.

그래서 한 달여 동안 절뚝거리며

왼발은 의도적으로 바깥 부분으로 걸었다.


그런데 상처가 모두

아문 후에도 나도 모르게 몸에 배여

바깥쪽에 힘을 주고 걷는 걸 발견하고

며칠 전부 반대로

엄지발가락에 힘주고 걸었다.


난 11자 모양으로 걷는데

한쪽에 힘을 실어 11자로 걸어서 인지

무릎에서 뼈 부러지는 소리가 나면서

몹시 아픈 거다.


오늘 아침에 너무 아파서

결국 병원에 갔다.

그런데 어찌나 슬프고 눈물이 나던지..


내가 벌써 다리가 이러면 어해..

아직 가보지 않은 곳도 많은데,..

흑흑 꺼이꺼이...


눈물 한 바가지 쏟고  

온갖 검사 다 하고 나니,

관절도 멀하고 뼈도 멀쩡하단다.

삐걱거리는 소리를 생각하면 절대

이상이 없는 게 아닐 것이라며,

내가 충격받을까 봐

숨기시는 건 아닌 거냐며

귀찮게 했더니


" 환자분 , 이 사진 보세요. 관절. 뼈

모두  좋아요. 단지 발 수술 후 발에 힘주는

위치가 달라져 통증이 있어나 본데

며칠 있으면 좋아집니다." 라면서

15만 원짜리 너무너무 너무 아프고 공포스러운 주사를 놔주었다.

신기하게 주사 맞자마자 통증이

사라졌다.


점심때를 놓치고 집에 와서

남편이 만들어 준 토스트를 먹었다.

거의 한 시간을  만들더니 나 먹으라고

주었는데...


하필이면

내가 제일 싫어하는 색깔의 접시에

난 먹지도 않는 베이컨까지...

많으면 좋은 줄 알고 피넛버터는 덕지덕지.


그래도 색깔 맞춘다고 오렌지도 썰고..

화를 부르는 비주얼이었으나

일단 ' 고마워  '라고 거짓말했다.


남편은 요거 만들어주고 애들이 들어오니

토스트 만든걸 무용담처럼

늘어놓고 있다.


먹고 싶은걸 먹기 위해서라도

 아프면 안 되겠다.


아프니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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