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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간단 고구마 맛탕  만들기

내 엄마의 가을


    고구마 맛탕


오늘은 막내가 과제 작업을 하느라

 밤을 꼴딱 세울 모양이다.

일치감치 저녁을 먹었으니 분명 밤새 출출할듯

하여 고구마로 맛탕을 만들었다.


고구마를 깨끗이 씻어 껍질을 벗긴다.

키친타올로 물길 대충 닦아내

원하는 크기로 썰어준다.


비닐봉지에 고구마를 모두 넣고 스테비아 가루

( 없으면 설탕) 를 원하는 만큼 넣고

마구 흔들어준다.

봉지를 열었을때 고구마에 설탕가루가

 골고루 묻어 있으면 된다.

달게 먹고 싶으면 설탕을 많이 넣어주면 된다.


웍에 설탕묻은 고구마를 붓고

 고구마가 잠길저도로 기름을 붓고

고온에 튀겨준다.

이때, 진짜 중요한 것은!

기름의 온도를 먼저 높이는게 아니고

처음부터 고구마와 기름을 함께 넣고 끓인다.


고온에서 튀기다가 서서히 갈색이 나오면

중불로 줄여서 고구마가 익을때까지 튀기는데

골고루 색이 나오게 젓가락으로 저어준다.

너무 짙은색이 될때까지 튀기면

 건졌을때 보기 안좋으므로

연한 갈색이 되고 익었으면 건져낸다.


고구마를 튀겨 본 사람은 다 알 것이다.

고구마 튀길때 펑펑 튀고 얼마나 공포스러운지.

그런데 이렇게 하면 끈적하게 달라붙지 않고

설탕소스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적당히 설탕이 코팅되어 튀지도 않고

아주 느긋하고 간단하게  맛탕을 만들수 있다.

사실 중국집에서 식사후 나오는 빠스에 가깝다.

기름이 튀지않아 청소도 쉽다.




고구마를 튀기는데 주방라디오에서

 '  찔레꽃 ' 이란 노래가 나온다.

 엄마가 자주 흥얼거리시던 노래이다.


......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잎은 맛도 좋지

       배고픈날 하나씩 따 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밤 깊어 까만데 엄마 혼자서

       하얀 팔목 아플때 내려 오시네

       밤마다 꾸는 꿈은 하얀 엄마 꿈

       산등성이 넘어로 내려오시네

       가을 밤 외로운 밤 벌레우는 밤

       초가집 뒷산길 어두워질 때

       엄마품이 그리워 눈물 나오면

       마루 끝에 나와 앉아 별만 셉니다.....




여름같은 가을이 끝나고,

겨울같은 가을이  시작될 때 쯤.

해가 빨리 지고 밤이 길어지면

엄마는 호떡도 구워 주시고,

카스테라도 구워 주시고,

차가운 식혜나 수정과를 만들어 주시기도 했다.

어릴때는 늘 그렇게

하늘이 어둑해지길 기다렸다

엄마가 만들어 주시는 간식들을 먹었더랬다.


어른이 된 후엔 늦은 시간에 무언가 먹으면 건강에 해롭다 하여 저녁 식사 후엔 되도록이면

음식을 먹지 않는다.

그런데 가끔 엄마생각이 나면

오늘처럼 뜬금없이 야식을 만든다.


엄마의 고향은 안동이다.

아는 사람 없는 낯선 서울에서

신혼살림을 차리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아이 셋을 키우며 물어볼 사람도 없이

얼마나 벅찼을까.

엄마도 엄마의 엄마가 얼마나 보고팠을까.

그래서 빨리 밤이 찾아오는 이 계절이 되면

식구들 핑게로 간식을 만드시면서

참 많이 우셨을 것 같다.

찔레꽃을 부르시면서

 얼마나 많 별을 헤아리셨을까.

살아계실땐 엄마의 그리움을 이해하지 못했다.

많이 후회된다.


맛있게 먹는 식구들을 보니

나도 오늘 그들을 핑게로  고구마를 튀기며

엄마생각에 울고 싶었나 보다.


밤도 깊고 바람도 깊고

엄마 목소리가 자꾸만 아득해지는 밤.


https://youtu.be/iwBTngQuq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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