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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채로 동네잔치 벌인 이야기

미나리 잡채♡



미나리 잡채♡


미나리는 깨끗이 씻어 채반에서 물을 뺀다.


당면 두 주먹( 내 주먹은 좀 큼) 을 물에 불려

물을 빼둔다.


당근, 양파, 표고버섯,목이버섯, 새송이버섯,

파프리카, 어묵을 모두 채썰어서 종류별로

간을 하지 않고 볶아준다.


냉동실에 숨어 있는 불고기 찾아내어 휘리릭

볶아둔다.


깊은 팬에 다진 마늘, 진간장, 생수, 설탕, 후추 적당히 넣고 보글보글 끓으면 당면만 넣고

뒤적이면서

당면에 간이 배고, 보들보들해지면 불을 끄고

볶아 둔 채소들을 넣고 섞으면서 진간장, 후추,

설탕, 참기름을 조금씩 넣어가며 두 손으로

섞다가 마지막에 볶은 불고기

( 이미 양념된 고기 라서 늦게 넣음)와

생미나리를 넣어서 섞어준다.

따끈한 상태에서 생미나리를 넣기때문에

조금씩 숨이 죽는다.

깨소금이 없어서 볶은 메밀을 뿌렸다.


잡채와 어우러지는 아삭한 미나리향이 꽤

괜찮다.


큰아이가 잡채를 좋아해서 한달에

한번은 잡채를 만들곤 한다.



 

오늘은 신혼때 서러웠던 잡채이야기를

풀어볼까 한다.


연지곤지 새댁시절 시댁에 갔는데

시어머니께서 대뜸 "  얘, 너 잡채 만들줄 아니?" 물으셨다.

잠시 고민하다가 친정엄마가 만드시던걸

늘 구경한 이력이 있어서

아주 자신있게 네!라고 대답했다.


어머님은 내게 잡채재료만 주시고

 이웃집 이사간 할머니가 오셔서

인사가신다고 나가셨다.


친정의  잡채는 당면을 끓는 물에  끓여서

건진후에 볶은 야채들과 함께 양념을 넣고 섞어

준 다음 팬에 한번 볶았다.


당면을 끓이고 나니 양이 좀 많아 보였는데

야채를 다 볶고 채반을 보니 말미잘처럼 당면이

채반 밖으로 다 흘러나고 있었다.

정말 굉장한 양의 당면이 탄생했다.


그래서 부족해 보이는 야채를 더 썰어 볶고

볶고 하다보니  재료를 모두 모아

섞을 양재기가 없는거다.

베란다에 보니 곰국 들통이 있길래

거기에 모든 재료를 넣고  

고개를  들통속에 밀어넣고 열심히

섞어 주었다.

힘들었다. 진짜 힘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잡채가 완성됬고

어머님도 오셨다.

(난 그날 이후 어머님의 한숨소리를 들은 기억이

없다.)


"  아니, 세상에 무슨 잡채를.... 동네 잔치해도

되겠어.당면은 또 왜 이렇게 불었어."


그날 그 잡채는 시댁 골목잔치가 되고 말았다.


집에 와서 서러운 마음에 엄마에게 전화했는데

엄마에게 또 한소리 들었다.

" 얘가 진짜...  당면을 삶을때 기름을 한 방울

넣고 살짝 삶아야지! 참나.. "


그날이후 난 당면을 삶지않고

잡채를 만들 방법을 궁리하다가

이 방법이 탄생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TV 윤식당인가에서

박서준이 이렇게 잡채를 만드는거다.

캬~~  난 30년 전부터 이렇게 했는데

 내가 요리머리가 좀 있나보다.ㅎㅎㅎ


오늘은 시들어가는 미나리를

필사적으로 살리느라 함께 넣어 보았다.

몇 년 후 박서준이 이렇게 만드는게 아닐까...


아침에 남은 잡채로 오늘 저녁은 잡채밥이다!


https://youtu.be/2A6Vzyux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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