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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올 ' 오늘' 도 기쁨이기를

동지팥죽♡


동지 팥죽


달력을 보니 오늘이 동짓날이다.

1년중 밤이 낮보다 긴 날이다.


어제 밤부터 팥을 미리 불려 놓았다.

물위에 뜨는 팥은 모두 건져내고 여러번 깨끗이

씻어준다.


말을 붓고 처음 끓어 오르는 물은 쏫아버린다.

떫은 맛을 걸러내기 위함이다.


다시 넉넉히 물을 붓고 1시간 이상 끓이다가

한 알 건져서 손으로 으깨지면 불을 끈다.


팥물을 걸러두고 믹서에 팥을 곱게 갈아준다.

이때 뻑뻑하면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갈아준다.


곱게 갈아낸 팥과 팥물을 합쳐서 중간불에서

뭉근하게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며  걸쭉하게

끓여준다.


찹쌀가루에 뜨거운 물을 조금씩 부어가면서

익반죽해서 동글동글 새알을 만들어서

끓는 물에 넣어 동동 뜨면 건져낸다.


팥죽에 새알 띄워  따끈하게 한그릇씩 먹었다.

(  잘 익은 파김치와 함께)


주방창가에는  라디오와 작은 달력이 있다.

우리집에서 내가 유일하게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그 공간에서 밥을 하면서 93.1을 듣고 달력을

보면서 집안의 대소사를 체크한다.

때로는 속상함과 서운함에 눈물 찔끔거리기도

하고,  기쁜 날에는 라디오를 크게 틀고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 먼발치 보이는 산을 보며

사계절을 누려보기도 하고....

그렇게 내가 서있는 그곳은 내가 존재함을

확인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12월은 메모된 것이 많기도하다.

며칠 후면 한 살 더 먹어야 하는 내 나이 만큼

안타깝고 분주하고 암튼 복잡하다.

게으름에 미루었던 일들을 한꺼번에 처리하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송년모임이란 이름을

빙자하여 만나기도 하고....


그런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2023년 12월 31일 자정을 넘기고

2024년 1월 1일이 되는게 특별하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저 오늘을 행복하게 잘 살아내겠다고 다짐하는 나에겐 2024년도

그러한 '오늘' 일 뿐이다.

과거도 오늘이었고

다가올 미래도 결국 ' 오늘' 이 되는것.


올 한해동안 내가 보낸 그 숱한 '오늘' 들은

어떠했나....

어리석고 아쉬운 날들도 많았고, 도통 내가 나를

못 믿어서 불안했던 날들도 있었고, 내 선택들에

대해 후회한 날도 있었지만  기쁘고 행복했던

날들이  더 많았다.


앞으로 줄지어 있는 많은 ' 오늘' 이 기대되고

매일 조금씩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https://youtu.be/u5nyALPgxro?si=V2ZXBhOKWDH49w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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