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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Sep 25. 2018

80년대 서점이 다시 태어나다

스페이스클라우드 도시작가의 발견2, 흑석동 청맥살롱



동네 책방을 여행하는 묘미는, 가보지 않은 낯선 동네로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고 , 책방지기가 이 책방을 열게된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마치 비밀 레시피를 발견한것마냥 쏠쏠한), 책과 그 공간을 이루는 사람들의 공기가 주는 사람냄새, 책냄새를 솔솔 맡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낯선 흑석동이란 동네에 처음 발을 딛어보는데,그 시작이 바로 책방이었고, 조금은 남다른 책방임을 직감하고 나서야, 여기 오길 잘했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이곳만의 포인트를 세가지 꼽자면,


1.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

2. 저자와 조금은 더 가깝게 책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책 한잔

3. 언제든지 편안하고 부담 없이, 맥주와 함께


9호선 흑석역 3번 ,4번 출구내리막길을 따라 걷다보면 나타나는 다이소 위 청맥살롱



1.이야기를 품고 있는 곳


청맥서점은 흑석동 유일의 동네책방이었습니다. 사회과학 전문 서점이었던 이 곳은 1980년대 금서를 구할 수 있었던 혁명의 보금자리였으며, 1990년대를 함께 살아 온 다정한 이웃이기도 했습니다. 2011년 말 문을 닫았지만, 이제 청맥살롱이 청맥서점의 푸른 맥을 이어가려고 합니다.


이곳은 역사가 있던 곳이었다. 1980년대 인문사회과학 서점이었던 '청맥'. 86년, 중앙대 출신 3명의 동업자가 만들었으며, 처음에는 다른 책들도 팔다가  인문/ 사회과학 서적이 너무 잘 팔려 인문 사회과학서적만 팔았다. 개업 초기에는 대학생들이 운동권을 중심으로 인문/사회과작 서적을 정말 많이 읽었을 당시였다.  당시 중앙대생들에게는 비밀창고 같은 존재로, 금서를 숨겨두고 신원이 보장된 사람들에게만 팔았던 적이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었다, 의식있는 대학생들에게 시대정신을 공유 할 수 있는 정신적 지주같은 공간이었던 샘이다.


94년 소설가 방현석씨가 이 서점을 인수하면서, 작가 초청 행사를 통해 청맥은 커뮤니티 역할을 톡톡히 했다.

당시 청맥을 자주 이용했던 중앙대 학생들 중에서는 이 곳에서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교수의 길을 걸으신 분들도 꽤 있다고 한다.  


요즘 동네책방에서 같이 영화를 보거나, 글을 쓰거나, 소모임들을 하는게 반짝 지나갈 트렌드라고 보기는 어렵단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취향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책방은 단순히 '책을 파는 곳' 그 이상으로  함께 지적 욕구를 채우고, 취향을 공유하는 곳이라는 건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사진] 문화일보 2011.11.02 기사 '짐싸는 인문사회서점'

대형 자본의 서점, 온라인 서점들이 생기기도 했고, 재개발 붐과 경영난은 작은 동네 책방들을 오래 문을 열 수 없게했다. 시대가 흐르면서 청맥도 인문사회과학 서적 위주에서 참고서나 어학교재 등을 팔기 시작했고,

2006년경에 재개발 붐으로 청맥 역시 휘청휘청 하다가. 안타깝게도 2011년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 하지만 서점 청맥은 2018년 4월 19일 '청맥살롱'으로 다시 태어났다. 청맥의 정신을 이어받아 오픈일은 4/19일.




문을 들어서면 오와열을 맞춰 진열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인문사회과학 서점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반영한듯, 한국 소설가들의 책이 많이 놓여져있었다.

 



전시를 했다고 하는데, 오 혁명스러워





2. 저자와 조금은 더 가깝게 책을 만날 수 있는 곳




청맥살롱에서만 만날 수 있는 '저자의 친필 사인본'

모든 책이 그런 것은 아닌 것 같고, 일부 책들에는 진짜 저자들의 싸인이 들어가 있어, 마치 작가 사인회에 온것 같은 기분, 괜히 더 책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마음을 불러일으킨다.




가끔은 이렇게 책 제목을 보다가 마음이 서걱서걱해질때가 있다, '나는 농담이다'



3. 언제든지 편안하고 부담 없이, 맥주와 함께 책 한잔



책을 구매 할 수도 있지만, 소장된 책을 볼 수도 있다. 손님들의 기증도서가 많아서 오래된 책들이 좀 많고, 딱히 종류 별로 구별되어있는건 아니어서 이쪽저쪽 찾아보며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혹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와서 읽어도 좋다. 꿀팁을 하나 전하자면, 청맥에서 책을 구매 할 경우, 아메리카노는 한잔 주신다고 하니 한권쯤 사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책이 업데이트 되었으면,  종류별로 분류되어있다면 더 좋을텐데, 이부분이  조금은 아쉽다
조용해서 공부하기에 책읽기에 딱이다 / 단체룸은 4인 이상, 1인 1메뉴 주문하면 사용가능하다
청맥이니까 나는 '블루'문을 시켰지.



대학생들에게는 조금 부담일 순 있겠지만, 조용히 오래 공부 할 곳을 찾는다면, 이곳에서 한잔 시켜 오래오래 있을 정도면 꽤 괜찮은 가격이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던가, 넓게 테라스도 있어서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올 때 책 읽기에 제격이다.




이렇게 둘러보고, 한동안 시간을 보내고 오다보니

생각보다 서울이라는 동네 안에 책방들은 최근 생겨나는것들도 있지만, 이렇게 자신만의 오래된 이야기를 가진 곳이 다시 태어나는 곳들도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지나칠 그저 그런 책방도, 이야기를 귀기울여 들여보면 참 재미있고, 그 당시 시대와 소통한다는 느낌도 간혹 받는다.

중앙대 학회나 다양한 스터디 ,모임들이 이곳에서 많이 활성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술을 많이 먹는 그런 엠티 말고, 야외 테라스에서 같이 맥주한잔에 영화도 보고 책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면

없던 동기애도 생기지 않을까, 다음날 술을 마시고 취한 실수를 회상하기 보다, 지난밤 우리가 나눈 조금은 지혜로운 이야기들을 회상 해보면 더욱 좋겠다.



청맥살롱 한번 가보고 싶다면,


월~금: 아침 10시~ 밤12시

토~일: 낮12시~밤12시


인스타그램: @seodalro161_1

*청맥살롱을 알리려면 주소로 호기심을 주는 준다는 차원이 있을 순 있겠으나,

더 명확하게 계정이름에 청맥살롱이 드러나야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커피/음료는 4000원~5000원대, 맥주는  맥주 종류별로 다른데 4500~8000원대.



이 공간에서 멋지게 살롱 한번 열고 싶다면,  '스페이스클라우드'에서 예약 가능하다:)


https://spacecloud.kr/space/14715



참고 기사 :  '마지막 서점, 역사의 뒤안길로' 2011.10.31

중대신문사(http://news.cauon.net/)




*스페이스클라우드 x 도시작가는 동네 곳곳 로컬의 숨겨진 공간과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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