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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Aug 28. 2018

책·철·커피의 상관관계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 커피 브랜드와 기업브랜드가 만나는 접점

말로만 들었던 테라로사 포스코센터점을 다녀왔다. 박람회가 한번 있는 날이면 코엑스 안에 있는 테라로사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어 정신이 없다면, 포스코센터점은 널직하기도 하고 베이커리류도 다양해서 좀 더 여유있게 즐기기 좋다. 믿고보는 '테라로사'의 커피맛도 맛이지만, 사실 내가 흥미롭게 여겨본건 '포스코사옥'안에 위치한 '테라로사'다.



철강기업의 위대함을 담다


 포스코는 한국을 내로라하는 대표적인 철강기업이다. 50주년을 맞이하면서 포스코는 철강의 '딱딱하고 무거운' 기업 이미지보다는 좀 더 소프트한 고객 친화적 이미지를 주고싶었다. 종합전시관인 스틸갤러리를 개방하고 지하1층에는 영풍문고를 들여 사람들이 포스코사옥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도록 했다.

그 중 압권은 테라로사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스케일에 압도되는 느낌이다.

 1층은 6m, 2층은 4m 정도 되는데 이 두 층을 터서 층고를 높여 철강기업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연상하기 충분하다.


들어서자마자 그 규모에 압도된다. 주말이라 주문을 하려면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야한다. 많이.


철의 조화


당연히 계단, 손잡이, 테이블, 카운터, 미니 생수통을 놓을 수 있는 선반을 비롯한 각 종 소품들은 포스코의 철강재료로 만들어졌다. 다른 테라로사점들을 보면 원래도 빈티지한느낌과 철(?)스러운 인테리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이 포스코의 '철'과 공통분모인 덕에 굉장히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포스코점에 스타벅스나 폴바셋이 입점했다고 생각하면? 글쎄. 어울릴순있겠으나 테라로사가 더 잘 어울리는 느낌적인 느낌이다.  


대형 화분마저 철  / 스틸비너스, 세상에나.. 섬세한것


긴~ 테이블도 철로된 테이블 / 조명 역시 용광로를 비추고 있을 것만같은 크나큰 조명
둥글둥글 모서리를 둥글려서 최대한 부드럽게 /// 바닥 역시 철의 느낌을 살려서



포스코의 안전모  /     포스코 스틸 갤러리는 2층에


포스코의 안전모를 놓았다는 건 아이디어가 좋은데 어울리듯 안어울리듯 애매한 느낌을 받았다.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로는 (1) 안전모로 예술 작품 만들어서 세우기 (2) 가운데 구멍 뚫어 전구를 넣고 조명으로 활용 할 순 없었을까?  (3) 철 냄새나는 은색이나 그레이로 안전모를 칠해보면.. 그건 안전모 다워보이지 않겠지?



책으로 둘러쌓여있을 때의 포근함, 여기에 약간의 있어빌리티


스케일에 압도당했다면 여기 수백, 수천 여권에 달할 것 같은 책에 한번더 놀래보자.

벽면에 가득찬 책을 누가 어떻게 구매했을까? 부터 생각했다. 포스코의 1만여권 소장본이란다. 같은 책이 여러권씩 있기도하고, 중간 중간 좀 괜찮은 아이들은 정면을 바라보고있다. 벽에 진열된 책은 아쉽게도 읽을 수 없지만,  Bar 석에 있는 일부 책들은 열람 가능하다.  사실 저 많은 책들이 열람 가능했더라면 아마 난장판이 되었을거다. 제대로 꼽아두지 않고, 이곳저곳 널부러지기 쉽상일 것이며,  해외에서 들여온 디자인/아트북이 대다수인데, 훼손될 가능성도 매우매우 높다. 장식용이긴 하지만, 언제 이렇게 많은 아트북들 사이에 놓여있을까 싶기도하고, 책이 서있는 벽을 기대어 앉아있으면 괜히 내가 외국에 어느 카페라도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포스코 소장 책1만권 가지각색 아트북, 하지만 읽을 수 없음


한글로 된 책은 없었다.  아무래도 북디자인, 한글의 느낌 등이 인테리어 느낌을 살리기에는.. 조금 덜한 느낌이 들 수 있으므로. 그래 이곳의 컨셉에 좀 더 부합하기 위해 영어로 된 아트북을 위주로 놨으리라 생각해보자.

읽을 수 없는 책, 하지만 보기 좋은 책들. 어쨌든 분위기는 한껏 살려주었으니 그 기분 오롯이 느끼며 커피한잔 하기에는 괜찮다.



오픈된 Bar 형태가 2층에서 내려다볼때 한줄이 쏙 내려다 보인다.

1층에서 앉아 마실 때에도 바리스타가 커피 만드는 것을 직접 눈 앞에서 볼 수 있는데, 그만큼 정직하고 정성을 다해 만든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의미이겠다. 다소 직원들의 동선이 꼬이거나 일할 때 손님을 의식해서 불편할 수 있겠지만, 손님입장에서는 나쁘지않다. (우린 감시하지 않아요)



두시간정도 머물러 있다보니 든 생각은 철, 책, 그리고 커피사이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는거다.

부드럽지만 강하다

철은 단단하고 강하다, 하지만 매끄럽게 그 끝을 둥글르고 평평히 하는 순간 부드러워진다

책은 따뜻하다. 메시지가 따뜻할 수 도 있고, 디지털화된 다른 기기나 어떤 무엇보다 여러권의 책들이 둘러쌓여있을때 괜시리 종이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메시지에는 뼈가 있다.

커피의 향은 부드럽다 하지만 강한 맛이나 기억으로 우리 혀 끝, 그리고 마음에 남는다.


사실 그냥 테라로사가 강남에 엄청 크게 생겼다, 하고 넘기고 그저 그 안에서 커피를 즐기면 된다.하지만 브랜드 관점에서 한번 더 그 공간을 둘러보고 요소요소들을 발견하면,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낀다.

그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기도 하고. 아직은 디테일이 많이 부족하긴 하지만, 전혀 다른 '철강기업'과 '커피'가 공통 요소를 공간적 관점에서 재해석 할 수 있다는점이 흥미롭다.


 갑자기 사운즈 한남의 '스틸북스'가 still books가 생각났는데 'steel books'로 이 테라로사점을 표현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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