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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 Feb 03. 2020

시간이 없다는 말은 뻥이다

30일의 글쓰기, 두 번째

책 읽을 시간이 없으니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꼭! 책을 읽자며 한 권을 챙긴다.

읽다만 책이 읽기 싫어지고, 무엇 하나 고르기 어려웠는데 그때 딱 눈에 들어온 게 한병철 님의 '시간의 향기'란 책이다. 요즘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쓸까를 고민하던 찰나였는데 어렵지만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어 냅다 챙겼다.


제목답게 여유 있는 환경에서 읽어야 잘 읽히는 책이다. 사실 팍팍한 도시의 시간 속에서 이 책을 읽는 게 좀처럼 쉽지 않지만, 시간을 잘 쓰고 싶은 갈증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줄 것만 같아 책장을 넘겼다.


출근 시간 30분 동안 sns를 한 번도 하지 않고 책만 읽었더니 그 시간이 정말 꽉 찬 느낌이었다. '출근을 한다'는 약간의 걱정 섞인 기분, 오늘은 무슨 일이? 오늘은 누가 뭘 했나~ 굳이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는 거다.

책 속 내용에 빠져 충만하게 시간을 보내고 뭔가 기분도 좋아졌다.


그의 책에 의하면

가속화는 방향이 있음을 전제로 하는데, 의미 없는 시간을 두고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의미 없이 덧없이 흐르는 시간은 방향 자체가 애초에 없기 때문에.


하루 일과를 생각해봤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 핸드폰 알람을 끄고, 인스타를 확인하고 - 부지런히 출근 준비를 한 뒤 - 집을 나선다 -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본다 - 일한다 - 점심 먹고 핸드폰을 본다 - 일한다 - 퇴근한다 - 씻고 누워서 일기를 쓰고 책을 읽거나 그 사이사이 핸드폰을 한다 - 잔다


출퇴근-수면을 비롯한 기본 생활 이외에 하는 활동이 핸드폰 보기라니.

내 소중한 시간이 sns 피드와 다를 것 없이 그냥 휘발해버리는, 아무 기억도 의미도 남기지 못하게 돼버린다.


시간이 없다는 건 다 뻥이다.

시간이 있지만 그저 손 틈 사이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보내버릴 것인지, 단단하게 뭉쳐 손에서 질감을 느끼게 만들 것인지는 결국 시간 사용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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