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ON Oct 04. 2020

내가 독립출판을 한다면?

막연한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쓰는 글

독립출판에 대한 막연한 꿈이 있다.

글쓰기를 잘하지는 못해도 나름 좋아하는 편이고, 보이지 않던 감정이 연필이나 타이핑으로 끼적이며 가시화 되는 과정을 좋아한다. 쓰지 않으면 사라지는 시간을 붙잡는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고.

쓰기만 해도 붙잡아 지긴 하지만, 물성이 있는 책으로 남기면 기념도 되고 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을 극대화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독립출판을 꿈만 꾸고 있었다.


비슷한 경험으로 독립출판까진 아니어도 1년 전에 할머니를 주제로 온라인 글쓰기 챌린지에 참여하여 아주 얇은 낱장의 글 엮음을 낸 적이 있다. 거의 일기에 가까워서 나만 꽁꽁 숨겨두고 보는, 아니 나조차 다시 보기 부끄러워 책장에 고이 모셔둔 엮음집이다.


이유미 작가의 <일기가 에세이가 되는 법>을 거듭 읽고, 은유 작가, 이슬아 작가 등 쓰는 사람들의 이야기, 가까이는 글쓰기를 함께 하는 분들이나, 팔로우하고 있는 영감 인플루언서 분들의 책 출간을 보면서도 많은 자극을 얻고 있던 찰나에,'그래 블로그에 글감들이 넘쳐나니까, 이것들을 잘 다듬고 요리하면 책으로 금방 낼 수 있을거야'란 환상이 아직 깨지지 않았다.


생각해 봤다.

내가 만약 독립출판을 한다면?

내 책이 어떤 책으로 독자들에게 느껴지면 좋겠어?


이 질문 이전에, 내가 읽고 싶은 책은 어떤거지? 라는 생각으로 되돌아갔다.

나부터 읽게 만들고 싶은 책이어야 기획하는데 납득이 되고 방향성이 명확하게 잡힐 것 같았다.


평소 에세이를 읽을 때 내용의 구체성을 떠나서

이별을 구구절절 이야기하거나 푸념이나 어떤 슬픈 감정이 들기보다 소소하지만 행복감을 느끼는 쪽을 선호한다.

편히 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은 책, 에세이는 도통 한 번 읽고 두 번 읽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두 번 읽어도 괜찮은 책이길 바라고.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생각이 스쳤다.

처음 내 이름을 걸고 무언가를 내는 거니까

내 이름다웠으면 좋겠다는 아주 단순한 생각.


책의 톤앤매너는?

편안하고 / 밝고 / 따뜻한 느낌.

나와 친한 사람들은 너는 참 이름같이 산다는 말을 들을때, 따뜻한 친구라는 말을 들을 때가 감사하게도

종종 있는데, 나를 만나지 않은 독자들도 글을 통해 내 이름다운 기운을 느끼면 더욱 좋을 것 같아서다.


어떤 내용을?

내 이름답게 일상 속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느낀 순간들을 모을 것이다.

일상의 순간마다 이름을 붙여주거나, 내가 쓴 단어의 뜻을 하나씩 풀어서 얘기를 해볼까 한다.

단어 하나하나의 의미를 뜯어보기를 좋아하고, 이름과 관련된 일을 하기도 했었고(?)

내가 쓰는 언어가 곧 나의 세계가 되는 것을 실감하는지라

제대로 뜻도 모르고 쓴 단어들을 뜯어보면 일상에서 느낀 감정들을 훨씬 더 풍부하게 구체화할 수 있고,  

별 것 아닌 반복되는 일상도 다채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신이 쓰는 일상을 이름짓고, 쓰는 말들을 곱씹어 보고, 좋은 감정들을 더 자주

표현하면 좋겠다 싶었다.


아주 뿌연 구름의 형태 정도로만 기획의 방향이라도 이렇게 뱉어야하루라도 빨리 실현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몇 자 적었다.

자, 그 다음엔 그냥 쓰지말고 글감을 모으고, 글을 다듬는 과정에 약간의 강제성을 부여해 볼까?

매거진의 이전글 당연한 것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